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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13. 2023

139. 호래기가 들어간 부산 연지동 동네짬뽕

23년 된 동네 중국집에서 온전한 짬뽕을 맛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점심, 얼큰하고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서 그동안 눈여겨봤던 중국집으로 향했다.

딱히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곳이라 담담한 만족을 느꼈는지 모르겠으나 야들야들한 식감의 호래기가 들어간 짬뽕을 만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너무 맵지 않으면서 적당히 칼칼하며 그 와중에 담백한 맛도 있는 짬뽕 국물에 여지없이 바닥을 비우고 말았다.



대한민국에 북경이라는 중국집이 몇백 개는 될 것 같은데 모르긴 해도 20년 넘은 북경은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다.

이 중국집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아무런 꾸밈이란 게 없는 간판과 외관 때문이었다.

부산의 노포 맛집들 중 이런 외관의 맛집이 많았기에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빛바랜 간판과 메뉴판도 꽤 오래됐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실내로 들어서니 오랜 세월의 때가 묻은 벽체부터 개업 후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았을 인테리어가 동네 중국집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주변엔 차를 댈 곳이 없지만 눈치 잘 보면 가능한 골목이다.



짠물에게 짬뽕을 주문해 달라고 하고 주차를 하고 들어오니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짬뽕이 나왔다.

진한 짬뽕 국물 냄새가 코를 자극 헸다.



딱히 대단할 것 없는 짬뽕인데 냄새는 예사롭지 않다.

국물 먼저 맛을 봤는데 너무 짜지 않아 좋다.

게다가 육수 베이스를 무엇을 쓰는지 몰라도 얼큰함 속에 담백함이 있다.

특히 면발은 옥수수가루를 섞었는지 약간 노란색을 띠고 일반 중국집과 달리 쫄깃함이 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거라 이건 작정하고 사진을 남겼다.

오징어인가 싶었던 건데 몸통과 다리 사이즈가 작아 설마 했더니 호래기다.

부산에서는 꼴뚜기를 호래기라고 부른다.



딱히 배가 고프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역시 짬뽕 국물에 반해 바닥을 비우고 말았다.

오래전 인천 차이나타운에 상원이라는 단골 중국집이 있었는데 아마 그 집 이후로 이렇게 바닥을 비운 건 오랜만인 것 같다.

나오면서 영업신고증을 보니 2000년 개업한 식당이다.

연지동 시장골목 안에 자리를 잡고 그 자리 그대로 23년을 버텼다는 건 동네에서 은근히 소문난 맛집일 수도 있겠지 싶다.

부산 내려온 지 일 년 정도 됐는데 드디어 짬뽕 먹으러 가끔 편하게 갈 만한 곳을 찾은 것 같다.

다음엔 재검증할 겸 해서 낮술 하러 다녀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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