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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22. 2023

30년 맛집, 98탄-똥집이 유명한 동래구 희망통닭

자전거 타고 가서 포장해 왔다

자전거를 타고 밀양까지 30년 넘은 식당인 제일식육식당의 돼지국밥을 먹으러 155km를 다녀온 후, 찬물로 샤워를 하고도 모자라 바닥에 온몸을 던져 몸을 식힌 후에야 저녁밥 생각이 났다.

아직 힘들어서 뭔가 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갑자기 동래구에 있는 희망통닭이 머리를 스쳤다.

분명 기똥차게 맛있는 곳이라고 들었기 때문인데 어찌 된 일인지 기운도 안 나던 몸에서 에너지가 솟구쳤다.

사람이 어찌 이렇게 될 수 있는 걸까?



온천천을 따라 동래구에 접어들었다.

자전거로 왕복 10km 조금 넘는 거리인데 일요일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도로는 매우 한적한 편이었다.

밤에 내비게이션 없이 다녀도 지형지물들이 익숙해 보이는 걸 보니 이젠 부산사람 다 된 것 같다.



통닭집이 엄청나게 크다.

1983년 오픈했다고 붙여놓은 걸 보니 딱 40년 된 식당인 거다.

요즘 교촌치킨 가격 때문에 그 좋아하던 레드 시리즈도 끊은 판이라 부산 통닭집 순회공연 다니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



프라이드 통닭과 똥집튀김 작은 거로 주문 후 미리 계산을 하고...

원래 계획으로는 포장해서 가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따끈할 때 맛을 보고 가는 게 좋겠다 싶어서 먹다가 포장해도 되는지 확인한 후 혼자 자리를 잡았다.

자전거는 창 밖에 세워 두고 자전거를 감시하며 먹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완전 옛날 스타일이 아닐 수 없다.



자리를 잡고 불과 5분도 안 되어 치킨을 받았다.

원래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자전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포장 나갈 걸 미리 준 거라고 한다.

이게 웬 횡재인가 싶으면서도 누군지 몰라도 나 때문에 포장주문한 사람에게는 미안하게 됐다.



역시 맛을 보고 가기로 마음을 바꾼 게 다행이었다.

닭다리 하나를 집고 보니 침이 고이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맛있는지 늦은 시간인데 홀에 손님이 많다.

다들 맥주, 소주 걸치고들 있는데 얼마나 부럽던지...

나도 다음엔 차 놓고 오리라 다짐했다는~



막간을 이용해 주변 사진을 몇 장 촬영해 놨다.

보통 치킨집들 보면 기름 냄새 심한 곳도 많고 기름때가 덕지덕지한 경우도 있는데 희망통닭은 완전 청결 그 자체였다.

신축한 지 십수 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청결한 수준으로 보인다.



드디어 내가 원했던 똥집튀김이 나왔다.

그 순간부터 치킨은 후순위로 빠졌다.

진주통닭 2호점에서 맛봤던 똥집과 비슷하다.



절대 질기지 않은 똥집튀김.

식감 기똥차고 튀김옷도 바삭해 이 자체만으로도 술안주로 충분하다.

이걸 여기서 다 먹을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혼자 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음엔 여럿이 와서 제대로 먹는 걸로 기약하고 배를 채울 만큼 채운 뒤 포장을 부탁했다.



식당 밖으로 나왔다.

자전거는 멀쩡히 잘 있다.

그리고 처음 보는 튀김기들을 볼 수 있었다.

기름 냄새도 나지 않는 식당의 비결은 바로 저것이었던 모양이다.



포장해 온 희망통닭.

왕복 10km 다녀올 만한 곳이다.

그나저나 이걸 데워서 다시 먹을 생각을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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