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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22. 2023

30년 맛집, 97탄-밀양 제일식육식당 돼지국밥

숙제 끝! 형제가 하는 두 개 식당을 모두 다녀왔다.

지난주 진주의 매력에 꽂혀 이번 주말에도 캠핑과 라이딩을 진주로 향할 생각이었지만 토요일 갑자기 밀려드는 귀찮음에 막걸리로 낮술을 시작하는 바람에 결국 행선지를 바꾸고 말았다.

토요일 밤, 나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식당을 형제들이 분점해 바로 옆에서 식당을 따로 운영한다는 밀양의 돼지국밥집 한 곳을 마저 다녀오기로 작정하고 일찍 잠이 들었다.

일요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삼락에 주차를 한 뒤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을 따라 밀양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도 별로 없고 선선한 기온에 힘든 줄도 모르고 50km를 쉬지 않고 달리다 체력 안배 때문에 한 번 쉬어주고 나머지 27km 역시 쉬지 않고 달려 드디어 밀양 제일식육식당이 있는 무안면 무안리에 도착했다.



하지만 10시도 안 되어 도착해서 한 시간은 버텨야 식당 영업이 시작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지난번에 왔을 때 미처 제대로 보지 못했던 눈물 흘리는 비석인 표충비각을 구경하고 쉴 만한 자리를 찾아보았다.



마침 표충비각 앞에 커다란 나무와 그 아래 벤치가 몇 개 있어서 자전거를 거치하고 헬멧 등 무장을 해제한 뒤 벤치에 누웠다.

아주 빠른 속도로 온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77km 거리를 달랑 한 번 쉬고 왔으니 체력이 소진되긴 했을 거다.

그런데 연세 지긋한 MTB 라이더들이 몇 팀 우르르 몰려와 담소를 나누는 게 들렸는데 마침 형제가 하는 식당이 있는데 형네 식당보다 동생네 식당이 훨씬 장사가 잘 된다며 형네 집이 더 잘 돼야 하네, 동생네 집이 더 잘 돼야 하네 하는 이야기가 오갔다.

역시 유명한 식당이긴 한가보다 싶었다.

그런데 내가 갈 제일식육식당은 형네 집일까? 동생네 집일까?



11시 45분 정도 되어 짐을 챙겨 백 미터 정도 떨어진 제일식육식당으로 향했다.

역시 내가 첫 번째 손님이 됐다.

자전거는 뒤쪽 대문을 통해 들어가면 마당에 자전거를 보관할 공간이 있다.

여기도 역시 소국밥 등 소고기 관련 메뉴들이 있다.

식육식당이라 그런 듯한데 밀양이어서 돼지국밥이 유명한 걸까?



오래된 식당 내부 인테리어가 정감이 간다.

역시 식육식당을 증명하는 절단기와 냉장고가 보인다.

사진엔 없지만 다른 손님들이 주문한 육회를 바로 썰어 내는 걸 봤는데 여긴 육회가 꽤나 유명한 듯했다.



원래는 수백을 주문해 형제들 식당인 동부식육식당과 비교해 볼 생각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제일식육식당에선 수백을 1인분씩 판매는 하지 않는다 하여 어쩔 수 없이 돼지국밥을 주문하고 말았다.

https://brunch.co.kr/@northalps/2178

위 게시물은 한 달 전쯤 동부돼지국밥 다녀와서 쓴 글이다.



이렇게 봐선 잘 모르겠지만 돼지고기 수육이 수북하다.

8천 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떤 분께서 동부돼지국밥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주셔서 알게 됐지만 육수는 돼지육수가 아닌 사골국물이다.

그래서 돼지냄새도 나지 않고 국물 자체가 담백하고 고소하다.



후추가 뿌려져 나오는데 난 조금 더 뿌렸다.

고기를 꺼내 보니 좋은 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식육식당의 장점일 거다.



따라 나온 소면을 담가 따뜻하게 덥혀 후루룩~

갑자기 서울 이남장이 생각나는 건 왠지...

아무래도 조만간 서울 다녀와야겠다.



찬들은 단조로운데 김치가 역시 압권이다.

푹 익은 김치가 기가 막히는데 역시 제일식육식당도 새우젓을 풍부하게 준다.



깍두기 종류와 청양고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건 남기게 됐지만 그 외엔 바닥을 비웠다.

아주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이젠 배가 찼으니 부산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안 가본 길로 가보려 했더니 양산 물금까지 가는 산길이 보였다.

출발하는 내내 고민하다가 역시 그 길로 접어들고 말았으니... ㅎㅎ

오늘은 내내 다리 아파 죽겠다.


어쨌든 밀양의 유명하다는 형제들 식당 두 곳을 마스터했으니 당분간 밀양 갈 일이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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