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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20. 2023

30년 맛집, 96탄-급이 다른 반찬과 수육, 곰탕

이십 대 시절부터 다닌 단골 식당이라더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

부산 교대역 뒤에 박가네라는 식당이 있다.

역시 MZ세대는 회식에서 빠져나갔고, MZ세대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약이 있어서 빠져나간 사람도 있고 하여 조촐하게 네 명이 조촐하게 금요일 저녁식사를 하러 다녀왔다.

점심에도 사골만둣국을 끓여 먹었기에 곰탕이란 메뉴가 딱히 당기지 않았지만 로드뷰로 확인한 식당 외관에 끌려 나서고 말았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은 지역은 아니지만 어쨌든 낮은 빌딩과 빌라들 사이에 떡하니 기와를 얹은 오래된 초가집이 앉은 모양이나 앞에 잘 가꿔진 정원수도 그렇고 이유 없는 호감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유명한 부산3대밀면 중 하나인 국제밀면이 있지 않은가?

박가네 식당은 부산에서 가장 흔한 동래 정 씨 성을 가진, 육십을 코앞에 둔 분께서 이십 대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다닌 식당이라고 했다.

그분이 사장님과 알고 지낸 게 삼십 년이 넘었다고 하니 일단 빗맞아도 30년 시리즈의 기본 조건은 충족한 셈이었다.

어쨌든 속는 셈 치고 맛도 확인할 겸 해서 겸사겸사 다녀온 곳인데 황당하게도 부산 내려와서 먹어본 반찬 중 최고라고 해도 될 정도로 요리에 진심인 식당이라고 해도 될 수준이었다.

게다가 수육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서울에선 이남장을 최고로 꼽고 있는데 부산에선 박가네가 나의 수육 맛집 리스트 중 상위권에 랭크됐다.



사진에는 주차장이 전부 나오진 않았는데 잘 대면 10대 이상은 충분히 주차될 것 같다.

세 번째 이사라고 했는데 여기에 정착한 건 8년 정도 됐다고 들었다.



입구에 엄청 멋진 돌이 있다.

몇 년 전 말레이시아 출장 갔다가 전 총리 동생이 옥으로 만든 기똥찬 중국 보물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내 눈엔 그것보다 멋져 보였다. ㅎㅎ

국보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식당은 이사를 다녔겠지만 소품들은 그대로 따라다닌 모양인지 식당 내부에 걸린 그림, 사진, 글이 적힌 액자 등에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역시 삼십 분 일찍 퇴근하고 가서 그런지 손님은 몇 테이블 없었다.

안쪽에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룸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린 간단히 식사만 하고 갈 거라 홀에 자리를 잡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식당이란 게 흠이라면 흠이다.



찬이 차려지는데...

김치를 보는 순간 소주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라도식 김치인가 싶을 정도로 양념이 넘치는 김치다.

맛보지 않아도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비주얼이다.

누구라도 소주를 주문하지 않고 배길 수 없을 거다.



정말 어지간해서는 이렇게까지 촬영하지 않는 편인데 어느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찬이 없다.

또 엄마에게 죄송해지는 순간이었다.

식당에서 집밥 같은 찬을 먹어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싶다.



구운 김 사이즈가 이렇다.

독특하게도 부산에서는 소고기를 김에 싸서 먹는 식당을 더러 볼 수 있었다.

김치의 양념을 보라.

이것만 가지고도 소주 한 병은 너끈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육이 나왔다.

허~ 참~

연신 탄복하는 소리가 나왔다.

나뿐만이었을까?

마침 금요일인데 빨리 집으로 도망갈 생각만 하다가 반신반의하며 따라온 직원들 모두 눈에 빛이 돌고 있었다.



수육 두께도 상당하고 잘 삶아져 전혀 질기지 않은 식감에 노인들도 무리 없이 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무른 건 아니고 적절하게 쫄깃한 수육의 맛에 다들 젓가락이 바빠졌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 난 대체 뭘까?

이놈의 버릇은 다들 포기한 지 오래다.

게다가 빗맞아도 30년 시리즈는 이제 100탄을 앞두고 있으니 가슴이 설레는데...

그만 쓸까 싶기도 하고.



곰탕도 주문했지만 수육의 국물도 맛을 봤다.

정말 곰탕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파절임에 상추까지.

수육을 이렇게 먹으니 상큼한 맛이 더해져 더 맛깔스럽다.

이런 식이라면 질리지도 않겠다.



곰탕엔 역시 소면!

구포국수인지 매우 쫄깃하다.



곰탕 안에서 건져낸 양지(?)의 육질이 기똥차다.

내가 사진을 너무 잘 찍어서 그런 거 아닐까 싶겠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특별히 더 좋은 걸 내줬을 리 없으니 의심할 건 전혀 없다.



요리에 진심이라는 표현이 너무 흔해 빠졌지만 다른 음식들에서도 느낀 걸 새삼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 밥 때문이다.

좋은 쌀이라는 건 한눈에 봐도 티가 나니까 말이다.

입맛 없으면 밥맛으로라도 먹는다 하는데 이 맛난 요리들 앞에 하찮은 밥 한 숟가락도 아쉬울 게 없었다.

게다가 곰탕 역시 진또배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밥이고 반찬이고 한 번씩 추가 주문하고도 싹 다 긁어먹고 네 명이서 14만 원 나왔다.

이렇게 반찬까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먹고 나온 식당이 얼마나 있었겠나 싶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곰탕 레토르트도 판매하는 게 보였다.

다음 주엔 나도 곰탕 끓여서 먹을 거다.

우리 회사는 일주일 내내 곰탕만 먹는 거다. ㅋㅋ

이 글이 의심스러운 분을 위해 나의 취미생활 중 하나인 요리 관련 브런치 매거진 링크를 올려 본다.


https://brunch.co.kr/magazine/mykitchen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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