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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23. 2023

30년 맛집, 87탄-밀양 동부돼지국밥집 수백

이번주 내내 부산 날씨가 심각한 편이었다.

요즘 서울 날씨는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부산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너무 심한 초미세먼지 때문에 산이 안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바람은 얼마나 강한지...

부산에서 겪는 첫 번째 봄이다 보니 원래 이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토요일엔 초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활동은 틀렸다 싶어 맥주로 낮술을 마시고 알찍 잠이 들었다.

일요일엔 날씨가 좋기를 바라며...

그리고 나의 소망은 이뤄졌다.

5시에 일어나서 보니 일출 상태가 좋은 날씨를 예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온이 낮아 일찍 출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누워서 업무 생각에...

곧 잠이 들고 말았다.

책 보다 좋은 수면제를 찾은 것 같다. ㅎㅎ

7시에 일어나 체중을 줄이고 자전거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완전 여름 복장으로 나왔더니 의외로 쌀쌀하긴 했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운동을 시작하면 열이 날 테니까.


이른 아침이라 차량 소통이 많지 않아 공도를 달리는 게 그다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돌아올 때가 문제다.

아무튼 시내를 관통해 삼락생태공원까지 가서 낙동강변을 따라 북상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웬일인지 힘이 팔팔 나는데 역시 맞바람이다.

그 덕에 맞바람을 맞고도 45km/h 이상 달릴 수도 있었다.

돌아올 때 후회했지만 이때 체력 안배를 했어야 했다.

돌아오는 길엔 역시 바람 방향이 바뀌어 맞바람일 게 뻔한데 말이다.

밀양까지 가는 길은 몇 번 다녔다고 이미 눈에 선한 풍경이라 사진 한 장 안 찍었다.



드디어 밀양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긴 밀양시청이 있는 중심지가 아니다.

밀양시를 한 바퀴 돌고 나와 밀양에 온 김에 맛집에 들러 배를 채울 생각으로 맛집백과사전 설 모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동부돼지국밥에 가보라는 답을 받았다.

헉!

11km나 떨어져 있다.

하지만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니까 작정하고 달렸다.



외관이 이렇다.

11시 40분 정도 도착했는데 테이블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었던 건 12시쯤 되자 손님들이 물밀듯이 밀려드는 거다.

줄 설 뻔했다.



식육식당이라 해서 돼지국밥 전문점이 아닌 듯했는데 역시 소고기 요리도 판다.

밀양에 1박이라도 할 것 같으면 한잔 걸치고 실컷 놀다 가는 건데...
다음엔 캠핑으로.



천정을 보니 나름 고급진 목재 타일이 눈에 들었다.

용어가 제대로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황당한 건 난 들어가면서 '돼지국밥 주세요!'라고 했는데 아주머니는 '수백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소심한 나는 '네~ 그거 주세요.'라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문했다.

수백이 뭔지 알고 있는 내가 신기하다.

(사실 얼마 전에 알았다.)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은 소주를 주문한다.

돌아갈 길이 아니었다면 나도 마시고 싶었다.

날도 추븐디!

그런데 1분도 안 되어 이렇게 기본상이 나왔다.

이런 시골스러운 나의 안주들을 놓고 밥만 먹어야 한다니...



이런 시골스러운 지고~

정말 소주를 주문하고 싶었다.

날 추운 걸 핑계로...

봄동까지 주는데 이걸 어찌 피해 갈 수 있을까...

아무튼 나는 강력한 의지로 참아내고 말았다.

젠장!

그런데 1인분에 나오는 기본찬 수준이 장난 아니다.

내 인생에서 제일 맛없는 김치를 밀양의 모 유명한 식당에서 먹었던 경험으로 밀양의 김치는 머릿속에 두지 않았었는데 완전 전남 맛집 수준이다.



그리고 사진 찍는 동안 5분도 안 되어 나온 나의 수백!

수육백반을 수백이라 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

아! 그런데 곰탕이라 해야 하나?

이거 돼지 끓인 물인데 이걸 어디서 봤더라?

바로 부산의 돼지국밥 단연 1위라도 하는 할매국밥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이었다.


설 모씨는 내게 돼지냄새 나서 서울사람들이 싫어할 수도 있다며 조언했는데 전혀 그런 건 없었다.

완전 깔끔한!



돼지잡내 1도 안 난다.

만약 나는데 내가 못 느꼈다면 난 이미 부산사람 된 걸로...

쫄깃하고 담백하고 부산할매국밥에 밀리지 않는다.



설 모씨에게 혼난 후로 양념장을 넣지 않는다.

이렇게 담백하게 먹는 게 정통이라 하여 제대로 시식했다.

군더더기 없다.

그래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위해 후추와 양념장이 준비되어 있다.



봄동에 쌈도 싸서 먹고 깍두기를 맛보는데...

난 깍두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거의 한두 개 정도 먹으면 그만인 편인데 생각보다 꽤 많이 먹었다.

푹 삭은 깍두기는 치아가 불편한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인 데다 진짜 이것만 가지고도 밥 다 먹겠더라.



부산할매국밥에서 먹던 것처럼도 먹어봤다.
밀양에도 이런 수준급 맛집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다음에는 옆집(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음)에 갈 거다. ㅎ



진짜 거의 바닥을 비웠다.

측 제일식육식당은 동부식육식당과 형제란다.

부모님께 물려받아 분가한 모양이다.

맛은 비슷하다고 하니 다음에 밀양 가면 여기도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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