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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Nov 06. 2023

30년 맛집, 120탄-안동 고박사한정식 할머니밥상

마침 안동을 지나칠 일이 있었다.

라고 하기엔 좀 돌아서 다녀온 것 같긴 하다.

안동에 맛있는 먹거리가 많지만 고박사한정식이란 허름한 식당에 가게 된 이유는 별 거 없었다.

혼자 가서 1인분을 주문해서 먹을 만한 식당이 의외로 많지 않았던 거다.

안동은 어린 시절부터 자주 다닌 곳이긴 한데 이상하게 안동에서 맛집을 찾아다닌 기억이 별로 없다.

안동 하면 간고등어, 찜닭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너무 흔한 음식이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 방문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기행으로 백데이터 전혀 없이 다녀온 거라 내 느낌이 다른 사람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노포식당이라는데 어디가 노포인가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골목 안쪽에 있던 식당이 골목길로 이사 나온 거란다.

대신 실내에 걸린 액자 등을 보면 나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은 것들이 걸려 있다.

양반의 도시, 안동의 안동스러운 느낌이랄까?



혼자라서 가벼운 음식을 주문했다.

어차피 지나는 길에 들러 밥 한 끼 먹고 가는 처지라 체류하는 사람들과는 먹거리 선정에 차이가 크다.

나 같은 주정뱅이에겐 진득하니 눌러앉아 소주 한잔 곁들여야 풍미가 살 텐데 말이다.



간판에서처럼 한정식 느낌은 없다.

그저 시골상 느낌이었다.

정갈하지도 않다.

그저 투박함 그 자체인데 시골 할머니가 차린 음식 그 자체랄까?

정갈함을 기대하거나 한 건 아니었기에 상관없지만 그래도 안동이고 한정식인데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긴 했다.

가격 대비하여 특히나 그랬다.



다만, 할머니가 계란프라이를 하나 얹어 주시니 뭔가 하나 빠진 듯한 느낌이 완화됐다.

진한 된장찌개에 깍두기로 썰어 넣은 두부가 푸짐하다.

난 반찬들을 보며 비벼 먹는 걸로 방향을 설정했다.

입맛 없을 땐 열무김치에 고추장, 참기름만 있어도 그만인데 여러 무침요리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비빔밥에 간고등어구이다.

간단하게 점심식사용으로는 꽤 괜찮은 선택지였던 것 같다.

고등어 맛집이야 너무 많으니 고등어구이 자체를 가지고 논할 식당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멀리 안동까지 가서 무거운 음식에 위압감을 느낀다면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느낌의 고박사한정식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 입맛이 짜게 먹는 편인데 내게도 짜게 느껴지는 점이 좀 안타깝긴 했다.



바로 앞에 50년 전통이라는 극동반점이 있더라.

나중에 가보기로 하고 사진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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