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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21. 2019

2. 동계 강릉-속초 자전거 여행

맛집 투어로 급변한 자전거 여행

강원도는 내비게이션 없이 다닌 지 10년도 넘은 지역이다.

한 때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불렸을 정도로 전국을 미친 듯이 쏘다닌 덕분에 강원도의 어지간히 오래된 맛집은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번 여행은 먼지 케케 묻은 추억을 꺼내 재검증하는 기회였다.

초심을 잃었을까? 지켜내고 있을까?

맛이란 추억에서 흐릿한 기억을 꺼내 먹는 거니까!


맛이란 혀로 느끼기 전에

추억 속에 남은 이미지와 향으로 느끼는 거라고 누군가 그랬다.



우연히 찾은 분식 맛집.

가락국수는 인공감미료 때문에 좀 그랬지만 김밥은 만족스러웠다.

금요일 저녁 이걸로 대충 때우고 출발!

대충이라 하기엔 양이 너무 많아서 남기고 말았지만.

토요일에 자전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먹을 수는 없었다.


주문진에 도착하고 보니 마땅히 잘 곳이 없었다.

계획 없이 여행을 가면 언제나 숙소가 문제다.

급히 인터넷을 뒤져 숙소를 검색.

주문진에서 가장 최근 지은 **호텔이 있었다.

평이 후졌지만 일단 잘 자고 보는 게 목적이니 그냥 간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니 88,000원.

서울에 비하면 저렴하긴 하다.


이번엔 강릉 여행, 속초 여행이다.


내가 쓴 자전거소설 <로드바이크> 시리즈
네이버웹소설 연재 완결


시즌1 - 자전거도둑

http://naver.me/5IxmAkjt

시즌2 - 침묵의 봄

http://naver.me/52bxVXUT


기절했다 눈을 뜨니 해가 뜨려는지 하늘이... 하늘이... 뿌옇다.

사실 일출을 기대했으나 에러다. ㅠㅠ

예상대로 날씨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아침 기온 영상 4도 오후 영상 8도란다.

미세먼지도 나쁘지 않다.


아침식사는 대충 때우고 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배 고프면 스트레스받을까 싶어 주문진 유명 음식 곰치국을 먹으러 갔다.

하고 많은 식당 중에 왜 그 집을 갔는지 모르겠지만 그 덕에 다음 음식은 아는 데만 가기로 작정했다.

2인분 기준으로 주문이다.

가격은 3만 원.

사악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황탯국을 먹을 순 없지.

무뚝뚝한 주인, 불친절한 주인.

이런 사람들이 지역의 이미지를 망치는 요인이다.

장사를 접어야 할 사람.

사진은 찍었지만 올리고 싶지도 않고 가성비, 가심비 최악을 경험했다.

날씨도 그런데 기분까지 잡치고 말았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지반침식으로 자전거도로 유실구간을 만났다.

방송에서 숱하게 나왔던 그 상황이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지나가다 사진 촬영할 만한 곳을 만나면 자전거를 세웠다.



딱히 볼 것 없는 동해안.

밋밋하고 단조롭고 지루하다.



인구해변 쪽으로 가다 보니 멀리 서퍼들이 눈에 띈다.

겨울에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더라.

동해는 지금 서핑 천국이다.

주문진에서 속초까지 가는 해변에 자리 잡은 서핑 샵만 해도 대략 백여 곳 이상 될 것 같다.

해안가 상가는 그들이 점령한 지 오래다.




해안도로를 벗어나 육지 안쪽으로 나 있는 자전거도로.

동해 자전거도로다.

구간이 중간에 자주 끊기지만 나름 잘 조성되어 있다.


추억의 38선 휴게소.

차로 여행을 다닐 때면 가끔 들렸던 곳이다.


하조대를 지나쳐 낙산해수욕장으로 접근한다.

바람도 그랬지만 날이 별로라서 그다지 쉬고 싶은 구간은 없었다.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



낙산해수욕장을 지나 외옹치해수욕장까지 왔다.



속초해수욕장을 지나 설악대교를 건너는데 이런 풍경이 있다.



설악대교에서 바다 반대편으로는 이런 풍경이다.

멀리 설악산이 첩첩산중이다.

아름답다.



목적지인 봉포머구리집을 거의 목전에 두고 영금정 앞에 잠시 멈춰 세웠다.

관광객이 즐비하다.

자전거로 이동하기 어려운 구간이다.

차량 소통이 많고 길가에 주차된 차들이 많아 위험하다.



봉포머구리집.

예약대기줄 80명이었나?

40분 기다렸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왜?

절대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진 뒤져보면 최초 자리부터 두 번째 그리고 현재 새로 지은 건물까지 역사적인 사진을 다 가지고 있다.

왕 단골이라는 걸 증명한다.

전복모듬물회 1인분, 성게비빔밥 1인분.

배가 터지게 먹었다.

죽을 지경으로.

결국 1시간 30분은 먹는 데 소비했다.





저녁은 성산 옛카나리아의 대구머리찜이다.

8시 30분까지만 영업하는 곳이라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부랴부랴 내달렸다.

차가 주문진에 있어서 이래저래 길바닥에 까먹은 시간이 많아서 안타까웠지만.

아무튼 소자 하나 시켜서 다 먹지도 못했다.

역시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곳이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잘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다가 강릉시의 허름한 모텔을 찾아 들어갔다.

가격은 5만 원.

주말이니 인정.

주인 내외분이 정말 친절하다.

너무 반갑게 맞아 주셔서 과연 모텔에 온 게 맞을까 싶었다.



다음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찾아간 곳은 강릉 테라로사 본점.

예전 기억 속에 있던 그곳이 아니었다.

제주도 위미항에 있던 그 콘셉트 그대로였다.

적벽돌로 공장스럽게 익스테리어 한 신축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은행 지점장에서 커피업체 사장으로 변모한 사장님이 이젠 완전체의 모습을 만든 거다.

초창기에 바리스타로 있던 따님의 예쁜 모습이 기억난다.




추억 속에서 테라로사를 끄집어냈지만 기억 어디에도 예전 테라로사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그 멋과 그때 그 맛은 지금과 다르다.

테라로사의 정겹던 커피투어가 그립다.




나도 커피 관련업에 있지만 테라로사를 보며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게으르면 지는 거다.

나 자신에게 지는 거다.




후덜덜한 가격이지만 이색적인 상품들이 매력적이다.

현지에서 공정무역으로 가져온 물건들이 사고 싶을 정도였다.

그중 내 눈을 끈 건 한 권의 책이었다.



한 달에 도서구입비만 20만 원을 쓰던 내가 요즘엔 5만 원도 쓰지 않는다.

자전거 타느라 독서할 시간이 부족해서다.

소설 쓰기도 힘든 판에 남이 쓴 글을 읽을 시간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모두 게으름이란 걸 나 스스로는 알고 있다. ㅠㅠ



나오는 길에 설악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테라로사 건물을 다시 한 장 촬영!




서울로 돌아오는 길.

점심식사로 송어회를 먹기로 했다.

가성비 죽여주는 곳으로 기억하는 그곳.

이제 가격이 좀 올랐지만 그래도 가심비 좋다.

송어회를 무슨 맛으로 먹냐는 사람이 제법 많은데 운두령횟집은 묘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주인이 거주하는 한옥도 멋진 볼거리다.




운두령횟집은 야채로 승부한다.

일단 송어회를 먹는 야채가 핵심이다.

상추, 깻잎, 오이, 당근을 넣고 콩가루와 초장 그리고 들기름을 버무린다.

강원도산 배추 속에 야채를 얹고 송어회를 올린 다음 마늘과 청양고추를 강원도식 강된장을 찍어 쌈을 싸 먹는다.

이 맛을 모른다?

그럼 진정한 송어회 맛을 모르는 것과 같은 말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그냥 지날쏘냐?

달지 않은 맛으로 유명한 심순녀안흥찐빵.

달지 않아 꾸역꾸역 들어간다.


예전엔 몇천 원으로 살 수 있던 찐빵이지만

지금은 20개 12,000원이다.

식힌 것, 따뜻한 것 두 가지 다 판다.

난 찐빵 다 떨어져서 못 사고 지나간 적도 있다.

좀 돌아가더라도 국도를 즐기며 안흥 들러 찐빵을 사 가는 여유.

그것도 여행의 묘미다.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로스팅공장으로 갔다.

지인들 커피를 굽기 위해서다.

내가 굽는 건 아니지만 공동구매를 진행한 게 있어서. ^^




내가 먹고 노느라 늦게 도착한 이유로 로스팅공장 사장님이 밤 10시까지 고생했다.

물론 나도 그 시간까지. ㅠㅠ


인도네시아 자바 G1, 콜롬비아 수프리모 등 몇 가지를 구웠다.

20kg짜리 로스팅 기계로 10kg씩 구우려니 미안하기도 했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1시경.

원치 않게 3박 4일 일정 나들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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