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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Nov 04. 2023

펜팔을 했어

연애.

호기심을 피우는 감정.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한 펜팔이라니.

짧은 기간이었지만 펜팔을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당시를 더듬어 보니 절로 미소를 띄우게 하는 기다림의 즐거움이 있었다.

기다리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나란 놈이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는 상대의 편지를 기다리는 맛이란...

일주일에 기껏 한 편 왕래하는 정도였지만 글에 담긴 느낌은 그 어떤 수단도 따를 수 없었다.

오래전 노래 중에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곡이 있었다.

연필로 쓰면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는 부분이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말과 글은 태생부터 다르기에 말은 글을 따를 수 없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그 고민 끝에 글을 쓰면서도 고치고 또 고쳐 쓰고, 쓰고 난 후에도 종이를 찢어버리고 다시 쓰는 숙고의 시간들이 만들어낸 결정체가 종이에 쓴 편지였다.

서로 마찬가지였을 거다.

종이에 글을 쓰면 키보드로 두드리는 것과 다른 감성이 있다.

생각할 시간이 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생각은 좀 더 깊다.

가을이라 그런 걸까?

마음 열고 글을 나누던 친구가 몹시 그립다.

며칠의 그 기다림이 그립다.

몹시 그립다.

자잘한 감성의 흐름을 즐기던 그때!




치는 건 디지털이 훨씬 편하지만, 고쳐 쓸 땐 고치기 전에 글을 쓰며 생각했던 순간의 느낌이 그대로 담긴 글을 참고하면 감성을 놓치지 않을 수도 있다.

선배 작가들에 비하면 너무 짧은 기간에 불과하지만 나름 짬을 내며 십 년 정도 소설이란 걸 썼는데, 요즘 드는 느낌으론 종이에 쓴 글보다 감성이 묻어나는 글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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