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행했던 투자 건에서 재밌는 일을 겪었다.
나는 콘텐츠를 설명하고 있는데 상대는 기술을 따지고 있었다.
난 제안서 맨 앞단에 화두를 하나 던지고 시작한다.
잘 보지 못하거나 놓치기 쉬운 부분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우린 아마도 그걸 통찰이라고 말하고 있을 거다.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이번 건에서의 기술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난 단 한 번도 기술을 논한 적이 없음에도 그들은 기술을 따지고 들었다.
콘텐츠는 세상 그 무엇보다 막강한 자원이다.
이번 건은 수십 년의 노하우가 담긴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이 본질이다.
그런 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경청하려는 자세의 부재다.
대개 사람들은, 특히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게 상당하다는 오만스러운 생각을 한다.
본질을 보지 못하는 건 바로 자신의 생각이 만든 방어기제의 작용 때문인 거다.
적어도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열린 생각,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야만 한다.
나머지는 실증이 따라가야 제대로 된 투자로 연결된다.
실증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역시 쓸데없이 오만한 판단과 그릇된 기대가 간섭이 되면 실패로 향하게 된다.
이번 건에서 본질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그들은 예전에 비슷한 기술을 접했고 기술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콘텐츠를 보지 못했다.
또한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이 본질이라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본질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좋은 투자사를 만났다.
색안경을 벗어라!
약 7년 전 배터리 공유사업을 모 투자사에 제안한 적이 있었다.
다들 내게 그랬다.
그게 사업이 되겠냐고...
투자 안 해주면 손정의를 찾아가겠다고 농담까지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술자리가 있었는데 배터리 공유사업에 대해 후회스럽지 않냐고 했더니 이젠 내 제안 잘 들어보겠다고 했다.
이미 물 건너간 사업이다. ㅎㅎ
아무튼 약 10년간 제안했던 8가지 프로젝트가 모두 거절당했지만 황당하게도 4개 프로젝트는 누군가의 손을 타서 이미 성공한 비즈니스가 됐다.
우리는 이미 구글-삼성의 초기 투자 관련 에피소드에 대해 익히 알고 있지 않나...
앞으로 나의 프로젝트들이 어떤 식으로 빛이 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