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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Dec 29. 2023

다이어트 산행, 광교산에서 불곡산까지 28km

바로 전날 난 서초동에서 청계산을 타도 대장동까지 등산을 했었다.

하루는 쉬어 줘야 하겠지만 일요일 아침부터 역마살이 작동하더니 나도 모르게 배낭을 꾸리기 시작했다.

계획했던 청계산에서 광교산까지 가는 코스를 깬 것이 아쉬웠던 탓이다.



등산은 총 7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따지자면 100% 등산은 아니다.

대장동에서 금곡동까지는 하천길을 걸은 셈이니까 말이다.



처음 가보는 동네라 지리를 몰라 카카오내비를 열어 대중교통을 확인했다.

신분당선을 타고 광교역까지 가면 등산로가 이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선 탓에 마음이 급했다.

매번 야간산행까지 이어지는 이유다.

광교역에 내려서 몇백 미터 정도 걸으니 등산로 입구가 나타났다.

등산로라고 하긴 애매하긴 한데 도심을 스쳐 조성된 오솔길이다.



이런 식으로 조성된 코스인데 등산로라기보다는 산책로라고 하는 게 어울릴 것 같다.

잘 정비된 길이라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별로 볼 게 없는 코스라서 중간에 사진을 남기진 않았다.

다른 진입로에서 합류되는 지점이 보이나 싶었는데 등산객에 꽤 많이 보였다.

주말이고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었지만 나처럼 늦게 등산을 시작한 사람들도 많았다.

산이 그리 크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

형제봉에 도착해 흔적을 남기고 또 날다시피 걸었다.

이런 얕은 산에선 빨리 다니는 게 최고다.



목표로 했던 광교산 정상까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날씨가 좋지 않아 시계가 터지지 않았다.

풍경을 보러 올라간 게 아니었지만 아쉬움이 남긴 했다.

어린 시절 작은집이 있던 수원을 다니며 기억에 남았던 수원의 개발된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광교산에서 커피를 양껏 마시고 십 분 정도 쉰 후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길을 나섰다.



여긴 한남정맥과 연결된 곳인가.

능선이 대피소 같은 건물도 하나 놓여 있었다.

산길은 제법 정비가 잘 되어 있었는데 이쪽 구간엔 등산객이 많지 않은 듯싶었다.

드문드문 사람을 만나곤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 구경하기 어려운 구간이 시작되었다.



광교산에서 북쪽으로 몇 킬로미터를 걸어가니 백운산이 나타났다.

대한민국에 백운산이 몇 개쯤 될까?

같은 이름을 쓰는 산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이번엔 바라산이다.

저 아래 보이는 게 어느 동네일까?

바라산 쉼터는 데크로 조성되어 꽤 멋진 편이다.

여기가 광교산 능선구간의 마지막 봉우리다.

이제부턴 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약경사도의 등산로라서 전혀 힘든 구간이 없다.



내리막길엔 스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수북이 쌓인 낙엽 때문에 발목을 다칠 위험이 큰데 스틱이 있으면 좋다.

이번에도 스틱 덕을 톡톡히 봤다.

이제는 고기동이 된 고기리에 도착했다.

거기서 또 한참을 걸으니 전날 한 번 와 봤다고 익숙한 대장동이 보였다.

여기서 또 고민이 시작됐다.

예상보다 짧은 등산이라 날은 밝았고 힘은 남아돌았다.

다시 카카오맵을 열어 인근 코스를 살폈다.

난 죽전까지 걸어가 불곡산, 대지산을 걷기로 작정하고 발길을 옮겼다.



고기동 낙생저수지다.

저수지 뒤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저수지인데 산책로 끝을 막아 두었다.

담타기로 넘어서 둑 아래로 난 길을 찾아 내려갔다.

울타리가 있지만 조금만 우회하면 통과할 수 있다.



하천길을 타고 금곡동을 향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길을 걸어가려니 지겨웠다.

자전거 속도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러나 싶었다.

포장된 길을 걸으니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졌다.

좀 쉬어가면 좋으련만 이놈의 저주받을 체력 때문에 잘 쉬지 못한다.

도심에 들어서니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시작된 현장을 만났다.

기사에서 봤던 현장인가 싶었다.



구미동에서 불곡산-대지산 능선으로 오르기로 했다.

이 코스는 초행길이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라 막바지 힘을 내서 뛰어 올라갈 계획이었다.

중반 정도부터는 해가 완전히 저물었고 랜턴 없이는 걸을 수 없었다.

역시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밤이 깊으니 추위가 찾아왔다.

버티고 가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열심히 걸었다.

그렇게 걷고 걸어서 드디어 도착.



하산길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4캔을 사다가 후루룩... ㅋㅋ

등산 후 마시는 맥주는 최고의 처방이다.

이 맛에 산행을 다닌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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