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기업에 날개는 없다
고민 말고 행동하라
이상하게 내 주변에는 커피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능 같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한 나는 커피 사업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운이 좋아 지인을 따라 라오스 볼라벤 커피농장 투어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커피의 생산과정을 눈으로 직접 본 후 느낀 게 많았다.
커피 프랜차이즈를 계획하다 이러저러한 문제로 인해 사업에 난항을 겪은 지인이 있다.
수십억 원의 자금이 순식간에 공중분해된 경우다.
영원히 백수로 살겠다고 다짐했던 나는 선배의 제안으로 일 년 남짓 커피 회사에 몸 담은 적이 있다.
경영 악화로 문제가 많은 회사였는데 내가 관여하게 됐을 땐 돌이킬 수 없을 정도였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고 합류를 결정한 것이라, 나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별 것 없는 능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나온 무모한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전 세계적 레드오션에서 신박한 아이템 없이 자력갱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초긍정적인 마인드가 있었다.
분명히 선인들은 숲을 보려면 숲 밖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나무를 보려면 숲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회사에 합류하기 전, 나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신박한 아이템을 찾아야 했다.
가능한 짧은 기간 내에 답을 찾아야 하기에 다각도로 회사의 문제점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나는 고스트 모드로 서울에 있는 매장들을 관찰했다.
노트북을 펴고 뭔가에 열중한 나는 직원들의 눈엔 그냥 보통의 고객일 뿐이었을 것이다.
직원들의 근무 태도 같은 것들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유독 피크타임에 쏟아지는 고객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눈에 거슬렸다.
주문과 계산을 담당한 직원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멀티로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손님을 응대하기 버거워 보였다.
게다가 각 매장마다 특징이 있었다.
오피스가 몰린 지역에 있는 매장은 저녁이 되면 한가롭기 그지없다.
게다가 주말이면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빈 틈을 메꿔야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몇 가지 문제점과 대책을 고민한 나는 무급 조건으로 회사에 합류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회사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회사는 전반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불필요한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부분부터 지적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원급 직원들을 제외하곤 죄다 밥그릇 챙길 생각 외엔 없어 보였다.
예상했던 대로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감축을 실행하게 됐다.
어차피 그렇게 될 것이라면 미리 실행했어야 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밥그릇 챙기기 바빴던 직원들에게 의리 같은 건 애당초 없었다.
그들은 경험치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판단력을 가져다주는지 잘 모르는 듯했다.
전부터 여러 조언을 했지만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등에 칼을 꽂는 행위에 경영 경험이 없던 대표는 괴로워했다.
대표직을 인수하라는 제안으로 시작되어 합류했지만 그럴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나는 수차례의 실패를 통해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인문학 서적에서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부추기지만 난 잘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잘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금상첨화 아닐까?
추후에도 여러 번 대표직 인수 제안이 있었지만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뜻도 펼쳐보지 못하고 책임만 떠안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내가 합류하고 불과 육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추락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어쩌면 가속도에 내가 가세했는지도 모르겠다.
대표에게 좀 더 강하게 어필했어야 했을까?
나는 주말에 빈 공간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떤 아이템이 있을 수 있나 고민했다.
나름의 대안을 찾긴 했지만 실제로 운용하지 못했다.
보수적인 직원들의 반대 때문이다.
나는 고 정주영 회장의 일화를 기억했다.
"니들이 해 봤어?"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성패의 여부를 미리 결정짓는 어리석음이 기업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잘 나갈 때 하면 더 좋겠지만 특히 고꾸라지고 있을 땐 고민할 시간에 행동으로 옮기는 게 맞다고 본다.
공무원 사회도 아니고 수익을 만들어야 할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조차 귀찮은 일을 피하려 하는 것을 보면 앞날이 훤히 보였다.
주인의식의 부재는 위기에 드러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던데 나도 그냥 별 볼 것 없는 수준인가 보다.
내 회사도 어쩌지 못해 실패한 내가 감히 어찌 다른 회사를 논한단 말인가.
다시 백수로 돌아왔지만 나는 지금도 쉴 틈이 없다.
기획자의 머리는 잠시도 쉬지 않아야 한다던 사부님의 가르침을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땐 변화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생각은 깊게, 판단은 빠르게.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 가보지 않으면 누군들 알 수 없다.
고민만 하다가 좋은 시절 다 날아간다.
토의와 토론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길을 결정하는 것은 경영자의 몫이다.
통찰력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