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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29. 2024

191. 시래기와 깻잎이 푸짐해서 더 맛있는 옛골감자탕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오후였다.

그런 날엔 동동주에 파전 생각이 나는 게 정상인데 감자탕이 먹고 싶으시다는 분.

괴이한 일이다. ㅎ

이유인 즉, 대학 때 막걸리에 호되게 당한 후로 막걸리 근처에도 못 간다는 사연이다.

망설이는 내게 한 마디 던지는데...


성수감자탕보다 백 배는 더 맛있다는 댓글이 있더라!


솔직히 성수감자탕이 딱 내 취향은 아니지만 고소하고 담백한 육수는 수준급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이 너무 많고 많아도 너무 많고 시끄럽고 줄 안 서면 맛도 보게 어려운 곳이라 어지간해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또!?) 가기엔…


아무튼 누군가 소문난성수감자탕보다 백 배는 맛있다는 후기를 남긴 옛골감자탕은 그 집과 맛으로 우열을 가리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꾸준히 단골을 만들어 온 이유가 분명한 맛과 접객에 대한 여유로움에만 있지는 않을 거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식당이다.

아마도 성수동이 팝업 명소가 되기 전엔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 유명했던 식당일 거다.

가격도 착하고 뒤에 나올 사진에도 보면 알겠지만 양도 푸짐하고 인심도 좋다.



둘이서 먹을 거라 (소) 자를 주문했다.

언젠가 대중소 구분보다 좋은 한글식 표현에 정착하려나 싶은 생각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깻잎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다.

생 깻잎이 익어가는 걸 확인하고 샤부샤부 느낌으로 덜어 먹었는데 육수와 아주 잘 어울렸다.

벌써 소주 한 병을 비웠을 정도로 술안주로 딱이다.



살코기가 많이 붙은 등뼈.

역시 제대로 된 감자탕 아닌가!

긴 얘기를 이어가며 감자탕 국물은 더욱 진해져 갔다.

육수를 추가하고 끓여가며 빈 소줏병이 하나 둘 늘어갔다.



요즘 성수동 일대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예전부터 공장지대였던 곳이라 그런지 김치 솜씨들이 장난이 아닌 식당이 제법 있다.

양념을 아끼지 않은 김치야말로 진정한 김치 아닐까 싶다.

물론 적은 양념으로 칼칼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말이다.



왜 같은 사진을 올렸냐 하겠지만 같은 사진은 아니다.

2차를 가냐 마냐 고민하다가 결국 추가 주문을 한 거다.

그만큼 질리지 않는 맛이었단 증거 아닐까 싶다.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감자탕을 먹은 것 같다.

손에 꼽는 감자탕 맛집이 있는데 역시 내겐 인천 전주해장국이 아짓 최고였던 것 같다.

누군가 소문난성수감자탕보다 백 배는 맛있다 했지만 그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정말 맛있는 감자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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