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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판다

by 루파고

제주에서 고사리를 꺾다 보면 나도 모르게 파묘된 무덤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고사리만 보다 묘 구덩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거다.

묫자리라고 어디 쓰여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를 오싹한 기분이 들어 주위를 살펴보면 영락없이 묘 안쪽이었다.

누군가 산 어느 구석을 파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무덤을 파고 있다.

옆에서 보면 대체 왜 저기로 가나 싶은데 정작 본인은 알지 못한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고사리에 돈을 접목해서 보면 어떨까?

주위를 살피지 못한 채 돈만 좇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무덤을 파고 있을지도 모른다.


‘주위’라고 표현했지만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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