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빠서 글을 못 쓰고 있었는데 바쁜 거 처리하고 머리 식힐 겸 해서 맛집 글이나. ㅎㅎ
따릉이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눈길을 끄는 식당이 있었다.
유동인구 거의 없는 후미진 곳인데 언뜻 봐도 꽤 오래되었을 듯한 느낌의 식당이었다.
언젠가 가보리라 생각하고 지나친 후 몇 달이 지나서야 드디어 다녀오게 됐다.
일부러 가려는 게 아닌 이상 그 길을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식당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침 갑작스러운 술자리가 생겼고, 불현듯 떠오른 이곳!
간판을 보니 정확한 상호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서강껍데기가 맞는 듯하다.
간판 사진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촬영한 거라 어둡지만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입장했다.
우리가 1등일 줄 알았는데 우리보다 앞선 손님이 있었다.
퇴근시간이 아직 이른 편이었는데 말이다.
메뉴판을 보니 간판에 걸려 있었던 껍데기는 뒤로 처져 있었고 소금구이, 항정살, 소막창이 주메뉴로 올려져 있었다.
주문을 하며, 이 집의 주력메뉴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아마도 순서대로 아닌가 하더라.
호기심이 들어 몇 년 된 식당인가 물었더니 중간에 주인이 한 번 바뀌긴 했어도 30년은 넘었을 거라고 했다.
월척이 얻어걸린 느낌이었다.
노포 식당인 건 감각적으로 알고 왔지만 여기도 30년이라니.
중간에 주인이 바뀌며 인테리어는 한번 뒤집었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고기 맛을 보고 평을 하기로 했다.
기본 상차림인데 별 거 없다.
우린 고기를 굽기 위해 테이블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굽기로 하고~!
주문한 소금구이는 초벌이 되어 나왔다.
두툼한 목살에서 육즙이 흘러나왔다.
두께를 보니 벌써 식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 정도면 분명 육즙이 살아있을 거라는 걸 예감할 수 있다.
역시 초벌이 된 고기라 속도를 내야 한다.
적당히 약한 열기에 자주 뒤집으며 육즙을 살려야 제대로 된 목살의 참맛을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육즙 관리에 손이 바빠졌다.
칼칼한 된장국은 소주 1병 감이다.
그래서 난 이걸로 소주 1병을 마시고 말았다.
요즘은 이상하게 고기는 뒷전이다.
점점 된장찌개에 심취하고 있는 나의 취향.
여기서 그쳤어야 했는데 이 식당의 간판메뉴인 껍데기를 지나칠 순 없는 일.
1인분을 주문했는데 양이 장난 아니다.
1인분에 9천 원인데 이 정도 양이면 정말 착한 가격 아닌가?
예전 같으면야 거의 서비스 메뉴나 마찬가지였던 껍데기도 이젠 몸값이 올라서 꽤나 비싼 가격이 되었는데 말이다.
껍데기 1인분이면 소주 2병 각이다.
평소보다 양이 너무 많이 줄어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 게 안타까웠다.
강한 양념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양념이 강하면 고소한 콩가루와의 조화를 느끼지 못할 거다.
돼지껍데기가 뭐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할 순 있겠지만 아무튼 가성비 괜찮은 메뉴인 건 사실이다.
고기 뒤엔 냉면이 필수코스는 아니지만 그렇게 배가 불러도 이게 들어가는 걸 보면 신기하다.
솔직히 말해서 냉면엔 그다지 영혼이 없긴 하더라만...
이 식당 위치를 보면 아는 사람들이 아니면 절대 찾아갈 수 없는 장소라 주인이 한 번 바뀌었다 해도 30년이란 세월을 버텼다는 건 단골이 제법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걸 거다.
조만간 직원들 꼬셔서 다시 가볼 생각이다.
둘이 먹으니 왠지 좀 심심한 느낌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