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로 올레길 종주하기_17코스
미친 광령리 업힐과 아름다운 무수천 계곡
뱃속이 든든하니 페달질에 전해지는 힘이 강력한 것 같았다.
느낌뿐이었던가 싶긴 하다.
제주목관아 길 건너에서 사진 한 장 남겼다.
역시 그냥 지나치고 말았지만 언젠가 시간 내서 제주 도심 안에 있는 유적들을 좀 살펴봐야겠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게 문제지만 그걸 핑계로 어딜 가도 피해 가는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이 고질적인 문제는 외국 나가서도 항상 아쉬움을 남기곤 했으니 이제라도 고쳐야 한다.
라마다호텔 건너편의 동한두기.
횟집들이 많은 식당촌인데 처음 가는 길이었다.
올레길을 알리는 띠가 갑자기 사라져 크게 두 바퀴나 돌고서야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작년에는 로드바이크로도 올라갔던 곳이라 경사도를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앞바퀴가 거의 들릴 뻔했다.
체중을 앞으로 넘겨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역시 MTB가 업힐에 좋다.
용연구름다리에서 사진 몇 장 남겼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이런 뷰는 티가 안 난다.
모처럼 관광객도 없어 사진 찍기 좋았다.
앞서 가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하도 다리를 출렁이게 해서 어지럽기까지 했다.
나중에 여기도 걸어서 돌아다녀봐야겠다.
벌써 몇 번째인데 이 다리를 그냥 지나가기만 하는 건지...
용두암을 지나 어용공원으로 향하는 바닷가 도로 주변으로 낚시꾼들이 제법 보였다.
수심이 깊어 의외로 큰 고기가 많이 잡히는 포인트라고 들었다.
도심 근처에 이런 엄청난 포인트가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
어용공원이다.
언젠가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원에서 독서를 하던 여유를 누릴 때도 있었는데 정말 그립기도 하다.
여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소설에서도 한번 우려 먹은 적이 있다. ^^
도두 방향으로 가는 내리막길.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데 여기서 보면 나름 멋지다.
구도 때문인 것 같다.
용천수일까?
페달질 하며 그냥 촬영한 사진이라 정보가 없다.
다음에 다시 지나갈 일 있으면 제대로 살펴봐야겠다.
도두봉은 장안사에서부터 올라간다.
잠시 또 미친 업힐이 있다.
하지만 그 정도야 우습게 올라간다.
포장도로가 끝나면 역시 계단길이 나타난다.
도두봉은 별로 높지 않아 다행이다.
18코스에서 올랐던 사라봉을 생각하면 야트막한 둔덕 정도 같다.
도두봉 정상에 오르니 또 이런 선물을 준다.
자꾸 안 줘도 되니까 이제 업힐은 그만 나와도 된다고.
도두봉 정상에서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제주공항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쪽, 서쪽으로 제주시 전경도 볼 수 있어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올레길 코스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도두항이 보인다.
내리막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자전거를 들고 내려가다가 평지가 나오면 잠시 타기도 한다.
계단을 내려서자 또 낚시 포인트로 쓸만한 곳이 보였다.
자전거를 중독성 강한 운동이라 하지만 낚시 또한 만만하지 않다.
낚시꾼들은 물만 보이면 낚시를 던지고 싶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다.
평지로 내려가 자전거를 타고 도두항을 빙 돌아 나갔다.
올레길은 원래 구름다리로 가야 하지만 약간 반칙을 쓴 거다.
이호테우 해수욕장으로 들어서기 전에 나오는 넓은 간척지다.
지도에는 제주이호랜드라고 나오는데 개발계획이 있는 듯하다.
현재 이곳은 캠핑카, 캠핑트레일러가 무단으로 주차되어 있다.
이호테우 해수욕장이 보인다.
날씨만 좋다면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해가 질 무렵이면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수욕장 주변에는 해송 아래 좋은 캠핑사이트가 많다.
마침 바비큐를 즐기는 가족도 몇 보였는데 그런 여유로움을 느껴본 게 언제였던가 싶다.
딱히 바쁘거나 한 일도 없는데 스스로 만들어낸 목표 때문에 항상 뭔가에 쫓기는 느낌으로 사는 것 같다.
환상자전거길을 달리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새 녹이 많이 슬어 보기 흉하게 보였다.
이왕이면 스테인리스 재질로 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여기를 건너면 외도동이다.
왠지 한강 어딘가를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 만큼 익숙한 느낌이었다.
이곳은 월대천이라고 한다.
외도교 아래를 통과해 한라산 방향으로 오르는 구간이다.
여기서부터는 광령리를 향해 내륙으로 향한다.
해수와 담수가 분리되는 지점인가 싶다.
제주석으로 조성된 보 사이로 전날 내린 빗물이 흘려 내려오는 것 같다.
넓은 하천인데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이 정도 수량을 보이긴 어려웠을 것 같다.
왠지 제주스럽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건 뭘까?
건천인 계곡이 익숙해서일까?
잘 정비된 하천길이다.
외도동 거주민을 위한 편의시설로 보였다.
빡빡한 제주 도심에서 가까운 외도동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한참을 따라 올라갔는데 아직도 수량이 많다.
비가 많이 오긴 했나 보다.
겨울비가 아닌 눈이 왔더라면 더욱 멋진 제주를 즐길 수 있었으련만.
다른 하천에 비해 쓰레기를 많이 치운 것 같다.
그만큼 사람 손을 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게다.
하천 위쪽으로는 얼마나 관리가 되고 있을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동 지역이라 보는 사람이 많으니 관공서에서 신경을 많이 쓰긴 할 것 같다.
하천에서 벗어난 올레길은 잠시 우평로 갓길로 이어졌다.
또 리본을 찾지 못해 한참을 갔다가 돌아왔다.
하천 아래로 돌아가는 코스인데 왠지 불안한 기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로 아래로 이어진 하천길이 심상치 않았다.
하천은 끊어져 있었는데 하천 중류쯤 되는 곳이라 그런지 물은 많지 않았다.
자전거를 들고 조심조심 하천을 건너자 바로 업힐이 시작됐다.
광령리 귤밭은 수확이 다 끝난 상태였다.
제주도청에서 농가를 돕기 위해 상품성 없는 파치귤도 사진을 찍어 제출하면 보상을 해주는 정책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예전 같지 않게 남은 귤이 거의 없다.
새밥도 거의 남기지 않은 귤밭이 허다하다.
계속 귤밭이 이어졌다.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했고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여자 혼자 다니기에는 불안할 것 같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하천은 점점 웅장해졌다.
용암이 만들어낸 제주의 하천은 언제 봐도 멋지다.
이런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좋은 기회인데 여행자를 위한 어떤 안내조차 없다.
1월 24일. 겨울인데 농사가 한창인 제주는 언제 봐도 경이롭다.
추워봤자 영하권과는 거리가 먼 제주의 겨울이기에 일 년 내내 파란 밭을 볼 수 있다.
하천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는 내내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놈의 업힐만 아니었다면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을...
걸어서 여행하는 것과 차로 여행하는 것의 중간쯤 걸쳐있는 자전거 여행에 있어 조급함 같은 건 삭제해야 한다.
광령1리사무소가 올레길 17코스의 종점이다.
애조로 아래로 펼쳐진 무수천의 모습을 담았다.
비록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했지만 그래도 만족이다.
차로는 수백 번 이상 다녔을 애조로 아래 이런 멋진 풍경이 숨어있을 줄이야.
이번 코스의 종착지인 광령1리사무소다.
예상치 못했던 강한 업힐 구간 때문에 근육에 피로도가 높았지만 볼거리 많은 코스 덕에 힘든 줄 모르고 달렸던 것 같다.
갑자기 생긴 약속 때문에 원래 계획인 16코스는 다음으로 미루긴 했지만 약속 아니었더라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16코스를 기대하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그래프의 상승고도를 보니 약 150미터 정도 올라간 듯하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
다음 16코스는 다운힐로 시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