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로 올레길 종주하기_18코스

제주시를 관통하는 길고 어지러운 코스

by 루파고

원래 목표는 18,17,16코스를 도는 여정이었다.

지난번에는 하루 만에 21,20,19코스를 돌았기 때문이다.

역시 지도상 코스는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18코스는 대체로 골목길을 누비고 도는 어지러운 구간이 많고 나름 볼거리도 많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곳들이 많다.

조천 항일운동기념관에서 시작하는 18코스는 해안도로와 동네길을 오가는데 다른 코스보다 경사진 구간이 많다.

길이 또한 만만하지 않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올라야 하는 업힐 구간이 상당히 많고 라이딩이 불가능한 구간도 많다.


이번에는 자전거를 차에 싣고 조천까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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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는 4도에서 10도 정도 사이라고 하여 복장도 간단하게 입었다.

긴팔 상의 위에 바람막이 하나만 입었는데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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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 해안가를 따라 울퉁불퉁한 돌길을 달려야 했다.

포장도로가 아니라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특히 20번 코스를 돌다 낭떠러지로 추락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새가슴이 된 나는 조금만 위험할 것 같다 싶으면 바로 자전거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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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달리지 않아 제주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도로 보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다.

환상자전거길을 돌 때와는 느낌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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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연북정이 보였다.

작년 프렌즈팀 제주도 라이딩 투어 때 연북정에서 잠시 쉬어갔던 기억이 있다.

추억이란 기억이 머무는 곳이다.

같은 곳을 가도 서로 다른 추억을 쌓는 건 함께 한 사람도, 시간도, 생각도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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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북정 앞에 가서 사진 한 장 촬영하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겠다는 건지, 올레길을 가겠다는 건지, 사진을 찍겠다는 건지...

처음엔 그럴 생각이 아니었지만 점점 MTB로 올레길을 종주하겠다는 목적이 자료를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것이 된 게 아닌가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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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왜 몰랐을까?

연북정 바로 맞은편에는 <장수물>이라는 곳이 있었다.

제주에는 이런 곳이 워낙 많아서 그랬을까?

같은 곳에 갔는데 이걸 못 보고 지나쳤던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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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 두말치라는 용천수다.

애매하게 자리 잡은 주택 한 채가 있는데 뭔가 좀 아리송하다.

저런 가옥이 어떻게 허가를 받았을까?

베네치아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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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라는 섬으로 가는 길이다.

섬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다.

담수는 아니지만 호수 같은 느낌도 드는 곳이다.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과 뒤로 보이는 빌라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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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다 빠져나와 뒤를 보니 이런 뷰가 나온다.

이제부터 다시 육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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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노인정 근처에 동동엉창물이 나온다.

여기도 용천수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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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탕? 도 보인다.

과거 해녀들이 이용하던 곳이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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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에서 삼양 쪽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신촌선착장이다.

아주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어항이다.

여기서 길을 잘 못 찾아서 세 바퀴나 빙빙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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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이 예뻐서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 몇 장 촬영했다.

오래된 슬레이트 지분 폐가도 보였다.

저렇게 좋은 자리를 폐가로 존치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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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4.3성터를 지나 다시 해안도로를 접한 길로 들었다.

전망대 하나가 보였다.

왠지 들러 사진을 남겨야 할 것 같았다.

날씨만 좋았다면 멋진 샷을 저장할 수 있었을 텐데 상당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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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겨울 정취를 보여주는 데크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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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삼양동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제주도를 손바닥처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난데 오늘따라 길이 죄다 생소하다.

올레길을 진작 돌아보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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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으로 돌아가는 멋진 구간이다.

낚시에 미친 내 눈에는 다음에 낚싯대를 드리울 포인트로 점찍어 두었다.

수심도 깊고 발판도 좋아 벵에돔 낚시에 딱 좋은 곳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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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포인트는 이 안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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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사, 원당사지, 불탑사

원나라 때 유적지라고 한다.

잘 관리된 돌담이 예쁜 곳인데 데이트하기 좋은 구간 같다.

으슥한 곳도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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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업힐이 있었으니 다운힐이 시작됐다.

가름선착장이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보기 드문 모습을 발견했다.

옛 빨래터인데 할머니 한 분이 빨래를 하고 계셨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사실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왠지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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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로 유명한 삼양해변을 지나 그냥 달렸다.

너무 자주 가본 곳이라 별로 내키지 않았던가 보다.



대신 겨울의 삼양해변 파도소리를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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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3동 골목을 들어서는데... 헉!!!!!!!!!!

식슈국?

대체 어떤 메뉴인 걸까?

미역국도 아니고 대체 내가 모르는 해산물이 또 있었던가 말이다.

잠시 후 기둥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나머지 글자. ㅠㅠ

난 순간적으로 리얼바이크쇼 식스님을 생각하며... 식스를 말아먹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ㅍ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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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연대까지 이어지는 장성이다.

성곽 사이로 난 길에 낚시꾼이 보였다.

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낚시가 잘 되나 지켜봤다.

하지만 역시...

전날 나도 하루 종일 공치고 말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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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동을 지나 건입동으로 진입하며 멀리 별도봉을 보았다.

저걸 넘으면 사라봉이 나온다.

오늘 18코스가 나를 잡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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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유적지 중 하나인 곤을동.

당시 사라진 마을이다.

올레길을 그쪽으로 향하다가 별도봉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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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봉 초입에 산책을 나온 동네 주민 두 분이 보였다.

올레길을 자전거로 다니겠다는 생각을 한 게 무모한 건 아닌데 이런 업힐이 나올 때마다 왜 이런 미친 계획을 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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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봉 입구만 해도 이렇게 잘 닦인 도로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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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힐은 항상 선물을 준다.

하지만 더 높은 업힐이 있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별도봉을 지나 사라봉으로 오르는 길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지금까지 다녔던 어떤 오름도 끌바를 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만큼 경사가 가파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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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으로 가는 길은 정비가 잘 되어있다.

동백꽃도 흐드러지게 피어 가는 길을 즐겁게 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냥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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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오른쪽으로 제주항이 웅장하다.

앞에 보이는 암석도 웅장하다.

제주시민에게는 동네 뒷산인 사라봉이지만 MTB로 가기에는 쉬운 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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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개를 넘으니 얼마 전 유튜브에 소개됐던 알쏭달쏭한 낚시 포인트가 나왔다.

방송 보고 달려든 낚시꾼들이 많아졌다는데 물어보니 입질이 시원찮다고들 했다.

아무튼 그건 못 잡는 사람들 이야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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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 정상이다.

사라봉 등산로 입구에서 사진을 남길 생각을 못 했다.

그냥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는데 업힐은 좌로 우로 계속 꺾어지며 끝이 없었다.

정상까지 어떻게 타고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앞바퀴가 자꾸 들려서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센 업힐이었다.

1100고지 업힐보다 세던가 그 정도 수준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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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에도 일제 동굴진지가 있었다.

내리막길은 계단인데 안장이 높아서 타고 내려가지는 못했다.

두 계단까지 타다가 안장 뒤로 엉덩이가 빠졌는데 타이어에 엉덩이를 갈리는 아찔한 사고가. ㅍㅍ

엉덩이 홀쭉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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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에서 내려와 제주항으로 가는 길에 또 계단길을 만났다.

이번에는 계단을 타겠다는 상상도 불허했다.

자칫하다간 비명횡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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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덕객주라는 곳이 보여 들어가 봤는데 대체 정체를 알 수 없다.

술집인가?

아무튼 아무도 없어서 돌아 나오기는 했는데 술도 거의 끊다시피 한 나에게는 술집에 정이 안 간다는... 전설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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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덕기념관을 지나 동문시장으로 향했다.

옆으로 난 개천은 산지천이라고 한다.

차로 다닐 땐 항상 달리기 바빠 지나쳐버렸던 곳인데 이렇게 예쁜 곳인지 몰랐다.

제주도 문화일번지라는 곳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

다음에 시간 내서 천천히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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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천의 모습을 여러 컷 담아왔다.

제주스럽게 잘 조경한 듯하다.

연인과 함께 걸으면 좋겠다만 옆구리가 시려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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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동문시장이다.

이제 18코스가 거의 끝나가는데 시간은 12시가 훌쩍 넘었다.

8시 50분 정도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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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여기서 사진 찍으나 난리가 아니더라.

교각을 꾸민 조형물이 외국인 시각에서는 이색적인 것이리라.

그게 여행이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담은 곳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다.

옛 것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고 현대적인 것을 잘 융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밑도 끝도 없이 옛 제주를 지켜달라고만 할 수 없다.

지킬 것은 제대로 지키고 변화시킬 것은 잘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 행정이다.

인간은 모두 편협하고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객관성이란 있을 수 없으니까.

언젠가 제주도 개발에 대한 기사에, 제주를 여행하면 너무 변한 것이 아쉽다며 옛 제주를 그대로 두라는 주장을 하는 댓글을 본 적이 있다.

그리스는 옛 그리스 그대로여야만 할까?

아마존은 옛 아마존의 자연을 그대로 유지해야만 할까?

이건 그냥 넋두리 차원에서 짤막하게. ㅋ

아무튼 여행이란 시간과 공간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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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시장을 지나면서 사진 몇 장 남겼다.

시장 안에서는 올레길 코스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호떡 같은 간식거리도 많이 팔고 있었는데 종업원은 동남아나 중국인들이 몇 보였다.

웃지 못할 일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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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단이라는 곳이다.

여긴 나도 처음 가본 곳이다.

제주도 시 지역 안에 생각보다 많은 문화유적지가 있다.

이상하게 도시 같은 시 지역을 빨리 벗어나려 해서 그랬을까?

도심 안의 많은 볼거리를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넉넉히 시간 잡아서 다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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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덕정분식 앞에서 코스를 종료했다.

자전거를 놓고 사진 한 장 남겼다.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딱히 배가 고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에너지를 보충해야 다음 코스를 달릴 수 있기에 여기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그런데 인테리어를 보아하니 분식집 같지는 않았다.

가난한 올레족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느낌이 강렬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귀차니즘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법.

나는 식당 안으로 발을 디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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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와 메뉴판.

다행이다. ^^

나는 봉골레수제비와 떡볶이를 주문했다.

12,000원에 해결을 봤다.

제주도 해산물이랍시고 바가지 씌우는 식당들을 생각하며 실소를 머금었다.

설마 설마 하면서 메뉴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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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같은 MTB 올레족에게는 있을 수 없는 식단이 아닐 수 없다. ^^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도 겨우 12,000원이라니.

맛은 기가 막히다.

특히 봉골레수제비는 최고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제주도 맛집에 한 곳 추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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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이제 17코스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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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자주 헤매느라 코스가 엉망이다.

거리는 약 20km 정도 같다.

두 개 봉우리를 넘느라 꽤 힘들었는데 표고차가 140미터 됐구나.

사라봉은 업힐 연습하기 좋은 구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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