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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Feb 17. 2019

9. 제주환상자전거길 당일치기 종주

MTB로 반시계 방향 주행, 13시간 30분 소요

지난 추석 때 종주했던 후기를 옮겨본다.

                                                                

이번 연휴는 어찌하다 보니 10일이나 쉬게 됐다.
10월 1일 출근하는 상황이 돼서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남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00 고지로 업힐, 다운힐 하고 산록도로를 타고 성판악 업힐, 다운힐 그리고 다시 산록도로를 타고 원점

이게 이번 목표였다.
그런데 막상 제주에 내려오니(현재 제주집에 있다.) 업힐의 공포에 사무쳤다.
공인된 업힐 구간 이래 봐야
남산도 기껏 세 번밖에 해보지 못했고
뭣도 모르고 따라간 남북코스(남산 세 번 중 한 번 포함) 한 번 한 게 전부다.

지난 7월 중순 땡볕에 제주도 당일치기 일주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게 다시 당겼다.
지난번에는 여름 땡볕에 시계방향으로 돌며 맞바람에 개고생을 했지만
이번엔 가을볕에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 맞바람에 고생은 없을 거란 계산이었다.

목요일 아침 비행기로 제주에 내려와서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금요일 저녁 작정을 하고
지난 토요일인 9월 22일에 나서기로 작정했다.
이번에도 어머니 자전거인 MTB 인피자가 탈레스가 고생길을 함께 했다.
사이즈가 작아 안장을 MAX에서 한참 뽑아 무너지지 않을 정도까지 잡아 올려야 그나마 탈 만하다.
워낙 관리를 하지 않으셔서 브레이크에도 녹이 나고 쇼바도 상태가 좋지 않다.

토요일 새벽 4시 30분.
일찍 일어나서 몸무게를 줄였다.
전날 새벽 1시까지 막걸리를 마신 터라 중간에 탈이 나면 안 되니 내장을 충분히 비워내야 하는 의무가......
20여 분 정도 화장실을 전세내고 앉았다 일어나 보니 어머니가 물통을 챙겨주신다.
얼음물이라지만 어차피 금세 녹아버릴 건데.
자전거를 세팅하고 5시 25분 정도 되어 집에서 나왔다.
랜턴도 챙겨 오지 않아 밤길에 보이는 것도 없지만 조금만 달리면 먼동이 트며 앞길을 밝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는  거의 18시간 정도 소요됐었기에 서두르지 않으면 오는 길에 낭패다. 



집 앞 바닷가는 훤하다.
멀리 한치잡이 어선들이 아직까지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조심조심 20분 정도를 달려가니 멀리 모슬산 뒤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
빨리 송악산까지 가야 한다.
그래야 멋진 광경을 촬영할 수 있다.
잘만 하면 산방산에서 일출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초반이라 힘은 남아돈다.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아직 쌀쌀해서 그런지 땀도 나지 않았다.


동이 트는 걸 보니 마음이 더 급해졌다.
일기예보상으로는 6시 30분 정도는 돼야 일출이다.


멀리 산방산이 멋지게 뽈록 솟아올라있다.
그 뒤로는 해가 떠오르는 중이다.
시간은 6시 4분.
빨리 가야 한다.
벌써 16.3km나 달려왔다.



송악산 언덕을 넘으니 역시 아름다운 풍광이 터졌다.
처음 이 곳을 만났을 때의 기억이 났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거기서 불과 몇백 미터도 이동하지 못하고 다시 멈춰 섰다.
사진작가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었다.
이 광경 때문이겠지.
산방산, 한라산, 박수기정, 군산오름, 형제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난 사진 두 컷 촬영하고 바로 출발했다.
멈춰 서 감상할 틈이 없다.





산방산 옆 산방연대에 올랐다.
6시 30분에 도착한 거다.
역시 예상대로 일출을 만났다.
주상절리 중 하나인 박수기정 뒤로 넘어오는 태양을 잠시 감상했다.
화순항 공사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산방굴사와 하멜 전시관도 일출을 맞이하고 있다.
한라산의 위용은 어디서 봐도 아름답다.



40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렸다.
벌써 중문이다.
미친 거지.
업힐 구간도 몇 개 있었는데 정신없이 달렸다.
이런 식으로 가면 해 지기 전에 집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재까지 37.6km
1/8 정도 온 거다.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이 때 처음 물 한 모금 마신 것 같다.


강정동을 지나 법환동까지 이르렀다.
바닷가 도로를 달리는데 오래간만에 범섬이 또렷하게 보인다.
서귀포시를 가로지르면 1/4은 한참 지난 게 된다.


58km 지점이다.
보목동이다. 섶섬이 앞에 보인다.
25% 정도 온 거다.
여기서 아주 잠시 쉬었다.
혼자 라이딩을 하면 쉬는 시간이 짧다.
여럿이 달리면 작정하고 쉴 경우 20분도 쉬겠던데
혼자서는 10분 쉬는 것도 부담된다.
역시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출발!


앞쪽에 하효항이 보인다.
조금만 가면 쇠소깍이 나온다.



쇠소깍에 사람이 없으니 정말 보기 좋다.
갑자기 유명세를 타게 된 이 곳은 인산인해다. ㅠㅠ
이런 곳에 던킨이 있을 줄이야.
당을 채우기 위해 가장 달달하다는 음료를 주문해 쓰리샷에 넘기고 물 한 병 서비스로 얻어 채웠다.
직원분이 얼음까지 채워 주셨다.
감사 감사.
자리를 나오다 보니 내 뒤로 라이더 한 분이 들어와 계셨다. ^^
비슷한 상황?


태흥리 선착장.
3시간 52분 달려왔다.
76.2km
제법 많이 왔다.
이제 앞으로 표선만 지나면 성산까지는 금세다.
그럼 절반을 달려온 거다.
7월엔 성산 바로 코 앞에서 봉크를 경험했었는데 이번엔 그런 증세가 없어 다행이다.



표선에 다가가면서 맞바람이 장난 아니다.
성산 가는 길에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지 뻔히 보였다.
뭐라도 먹어야 힘이 날 것 같다.
아침에 우유 한 잔 마신 게 전부니 열량 낼 에너지가 필요하다.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고 출발~


성산이 보인다.
일출봉이 랜드마크인데 왜 그리 멀어보일까?
맞바람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거의 죽기 살기로 갔던 것 같다.
아무리 밟아도 20 이상은 못 냈으리라.
스트라바를 져지 주머니에 넣고 달렸던 터라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럴 정도로 쉬운 라이딩이 아니었다.
성산의 바람은 매섭다.

이상하다.
왜 110km밖에 안 될까?
시계방향으로 왔을 때는 120km였는데.
11시 38분이면 성적이 좋다.
아무튼 상관은 없다.
절반은 온 거니까.
지난번 봉크 증세를 지워주었던 식당에서 역시 물회를 주문했다.
그땐 자리돔 철이라 자리돔이었는데 이번엔 그냥 물회다.
적절한 염분과 당이 체내로 흡수되는 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밥만 먹고 바로 출발.
잘하면 해 지기 전에 집에 간다.
야호!



성산에서 구좌읍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지난여름 여기서 해수욕을 했었지. ^^


아직도 해수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가 세화였던가?


여긴 월정리다.
추석 연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차도 못 가고 사람도 못 가는 지경?


한참을 달려 김녕해수욕장.
여긴 많이 한산해졌다.
지난번에 바람도 없는 자전거를 타고 제주시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던 건지......


143km 달려왔다.
함덕 가는 길에 한참 오르막길이다.
잠시 쉬는 중 로드바이크 두 분이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처음으로 나를 제친 라이더였다.
열심히 따라갔는데 어디로 새신 건지 보이지 않더라는.
그렇게까지 빨리 달리지는 않았을 텐데.
여기서 마신 콜라는 포도당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
힘이 장난 아니게 넘쳐났다. ^^


함덕은 역시 함덕이다.
월정리처럼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그래도 정비된 느낌이 있다.
왜 월정리에 목을 매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삼양동, 화북동을 지나 제주항 쪽으로 가는 중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주시다.


환상자전거길은 사라봉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여길 지나쳤는데 원래 이런 코스였구나 싶었다.
이젠 이 정도 업힐은 완전히 적응돼서 좀 무거운 평지구나 싶다.
사라봉에서 내려다본 제주항의 위용이 멋들어졌다.


완전히 황천길 갈 뻔했다.
사라봉에서 경사가 좀 있는 다운힐로 내려왔는데 급하게 180도를 꺾어 이런 길이 나온다.
자칫 생각 없이 달렸다면 비명횡사했을지도 모르겠다.
계단을 들고 가라는 거다. ^^
우측에 자전거 바퀴 거는 곳이 있다.
나중에 이호테우 지나 이런 게 하나 더 나오긴 했다.


제주항을 지나 편의점에 들러 바나나우유 2+1을 샀다.
이유가 있다.
오는 길에 누군가 버린 바나나우유 쓰레기를 봤는데 어찌나 당겼는지 모른다. ^^
딱 세 모금에 세 병 마셨는데 외국인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더라는. ㅋㅋ
169km 구간
오후 3시 46분
해 지기 전에 집에 간다.
아자!!!


이런 길이 있는 걸 여태 몰랐었다.
제주공항 바로 옆으로 환상자전거길이 있었다.
난 더 멀리 돌아서 다녔었는데.
아무튼 여기서 잠시 쉬며 비행기 소음을 감상?했다.


이호테우 지나 내도동으로 내려오는 길에
계단길을 자전거 들고 내려와 바닷가로 오니 이런 게 있었다.
사진이 예쁘게 잘 나왔다.


배가 고프긴 했나 보다.
애월 하귀리를 지나면서 롯데리아 DT점이 있어 본능적으로 들어갔다.
자전거도 DT점을 이용한다는. ㅋ
메뉴 선정을 잘못해서 퍽퍽한 햄버거를 간신히 먹고 콜라만 맛나게 먹었다.
치즈스틱은 왜 선택해서. ㅠㅠ
물도 못 얻었다.
사란다.
치사한 것들


멀리 애월항 LNG 공사하는 곳이 보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해는 지고 있다.
203km
12시간 35분 경과
이미 랜도너스는 완료 됐다.


한림항을 지나 협재 가는 길에 비양도 뒤로 떨어지는 태양이 예뻐서 한 컷 남기고 다시 출발.


판포리 옆 하수종말처리장 공원이다.
여기서 마지막 휴식이다.
214km 지점이다.
마지막 휴식이라 좀 제대로 쉬고 싶었지만 모기가 극성이다.
벤치에 눕자마자 벌떡 일어나 다운힐.



드디어 마지막 차귀도다.
이미 해는 졌고
차귀도 야경만 남았다.
224km
여기서 집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아주 아름답다. ㅋㅋ
지난번보다 평속이 5km 정도 빨라졌다.
시간은 5시간 정도 단축했고
이제는 하지 않으련다.
혼자 다니려니 재미도 없다.
마지막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로드바이크로 일주도로 일주하는 거다.
혼자 8시간 안에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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