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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23. 2020

브런치 20만 뷰가 넘었다

어느 날 문득 브런치 작가가 된 루파고의 계정

사실 대단할 것 없는 누적 조회수다.

20만 뷰라는 게 피부로 와 닿지는 않지만 200,000이라는 숫자 꽤 큰 숫자라는 건 거부할 수 없다.

그동안 많이도 썼구나 싶다.

대단한 글을 쓴 적도 없고, 괜찮은 글도 없다.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선정된 적도 없다.

카카오다음 메인화면에 올라가는 영광을 누린 콘텐츠가 열몇 개 정도 있었던 걸 제외하면 딱히 이런 조회수가 될 이유가 없다.



브런치에서 열심히 글을 쓰는 이유가 뭘까?

난 원래 글쟁이도 아니었고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다.

어느 날 불현듯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날부로 소설 한 편을 기획해서 펜을 굴리기 시작했다.

정말 키보드가 아닌 수기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엔 PC의 키보드와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지만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효율성으로 보자면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생각의 속도에 맞춰 글을 쓰는 건 종이에 글을 쓰는 걸 따라갈 수 없다.

종이에 글을 쓴 후 키보드로 두드려 넣는 과정이 고난스럽긴 했다.

빨리 전자문서로 바꾸겠다는 욕심에 너무 심하게 키보드를 붙들고 산 덕에 오십견도 아닌 어깨 결림에 일 년 넘게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잔머리를 굴려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수정하는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린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는 지금까지 장편소설 15편을 낳았다.

기껏 몇 년 사이에 종이책으로 출판된 소설만 7편이 됐으니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단편소설도 딱 10편이 나왔고 에세이와 시는 이제 셀 수도 없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가 전업작가인 줄 안다.

하지만 난 멀쩡히 하는 일이 있으며 글쓰기는 그저 취미생활이다.

그렇다 하여 남는 시간 모두를 글쓰기에 전념하진 않는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휘젓고 다니거나 제주 집에 내려가서 낚시이 미쳐 산다.

사람도 좋아하고 술도 어지간히 퍼 마신다.

지금이야 고관절 수술로 한 달째 행동이 부자연스럽지만 소림목발질과 운전으로 업무를 보러 다닌다.

브런치를 만나기 전에는 갤럭시 노트의 노트 앱이 내 기록장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메모벽은 손바닥 만한 파란색 모닝글로리 다이어리로 시작됐는데 그게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 버릇으로 굳어졌다.

86년부터 컴퓨터를 다뤄온 나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한다.

세상이 너무 빨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다.

너무 빠른 것보다 느리게 살고픈 욕망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 성격이 결국 나를 글쟁이 아닌 글쟁이로 만든 것 같다.

기껏 짧은 기간 베스트셀러 딱지를 달았던 소설 한 편이 전부인 무명작가지만 나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말았다.

첫 소설책이 출판될 무렵 한작가라는 호칭에 수줍어했고 그 후로는 만나는 사람마다 작가라 불러 무디어진 상태였다.

그러다 브런치에서 '작가님'이란 호칭을 밥 먹듯 흔히 듣게 됐는데 진짜 작가가 된 걸까 싶은 의구심도 생기곤 한다.


그래, 이제 20만 뷰가 됐다.

속된 표현으로 대박 친 글은 없지만 내가 생각해도 좋은 생각을 담은 괜찮은 글이 몇 개 있는 나름 브런치 작가인 거다.

앞으로 얼마나 재밌는 일이 벌어질까?

어쩌면 날고 기는 작가들이 넘쳐나는 글쓰기 세상에서 험난하고 기나긴 모험을 헤쳐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것들을 즐겨보리라 맘먹었다.

글쓰기는 나의 즐거운 취미생활이니까 말이다.

희망이 있다면 언젠가는 브런치에서 기획한 공모전에서 아차상 정도라도 수상할 수 있는 행운을 바라는 것이다.

다작 중에 좋은 글이 하나라도 있겠지 어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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