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도 에세이 쓴다
비록 무명이지만 나름 소설가라고 자처하는 내게 생각지도 않은 제안 아닌 제안이 들어온 거다.
오늘도 선배님과 함께 양평까지 해장국을 먹으러 가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스팸인가 의심하려는데 "한작가, 내 목소리 기억합니까?"라고 물었다.
누군가 장난을 치는 건가 싶었다.
잠시 후 나는 출판사 회장님이라는 걸 알게 됐고 반갑고 감사하고 놀라운 마음이 겹쳤다.
연세가 지긋한 회장님은 평생을 책과 함께 사신 분이나 마찬가지다.
목소리는 예전보다 정정하신 것 같았다.
"한작가 필력이 날로 좋아지는 게 느껴집니다."
헉! 요즘 편집장님도 그러셔서 간지러움을 느끼던 중이었는데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거의 이삼십 분 정도는 통화를 한 것 같다.
그런데 대화 도중 미스터리 소설 말고 다른 분야 소설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갔고 마침 내가 쓴 청소년 소설 두 편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회장님은 깜짝 놀라는 듯하시더니 왜 그걸 여태 안 보여줬냐고 성화셨다.
음~
내가 너무 미스터리에만 치중했던 걸까?
당장 보내달라는 말씀이 있었지만 운전을 하던 터라(부러진 다리는 왼쪽이라 운전은 무리가 없다) 저녁에 보내드리기로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도 좋지만 내 글도 이미 궤도에 올라가 있다는 말씀에 아까보다 더 간지러워졌다.
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수필, 에세이 등 다른 인문학 관련한 부분으로 넘어갔다.
마침 브런치에 마구 쌓인 이놈의 글들을 어찌할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사심 없이 말씀드렸다.
"요즘 바빠서 소설 쓸 시간이 없어서 짤막한 에세이 같은 글들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회장님은 왜 그걸 또 이제 말하냐 하신다. ㅋ
그렇게 하여 청소년 소설 두 편을 보내드렸고 검토 후 출판될 예정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에세이집과 내가 쓰고 있는 나같이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 글쟁이 노릇을 하는 사람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취지로 쓴 글쓰기 책을 낼 것 같다.
이제 글을 정리해서 보내는 일만 남았다.
아무튼 요즘 일도 바쁜데 취미도 바빠지는 상황이다.
으허허~ 하며 웃어야 할 일인데 스스로 바쁜 걸 즐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이젠 글 그만 쓰고 정리해야 할 타이밍인가 보다.
브런치 공모전에도 도전해볼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