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뗐다
고관절 수술 2개월 하고도 며칠 경과 시점
꿈을 꿨다. 두 다리로 벌떡 일어나 자유롭게 걷기도 하고 뛰어다니거나 심지어는 점프를 하거나 하는 꿈을.
그러던 어느 날 슬그머니 목발을 떼고 걸어봤다. 어쭈구리? 제법 걸을 만하네? 왼쪽 고관절에 뻐근함이 살짝 느껴졌지만 그런대로 버틸 만했다. 그런 느낌을 누르는 게 있었다. 희열이었다. 드디어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해방감 같은 거다.
두 다리를 편히 쓰지 못한다는 걸 상상이라도 해봤던가? 난 이번 사고로 인해 사소함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좀 더 나를 낮추는 게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소한 것의 소중함. 그건 움켜쥐었을 땐 절대 알 수 없는 거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인생의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을 때 전에는 몰랐던 삶을 알았다고 생각했었다. 삶에 대해 다시 생각했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돌이켜 보았다. 그중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다름 아닌 자존에 대한 고뇌였다. 나를 불신했던 나를 증오하기도 했다. 나 자신이 어느 정도 괜찮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빠져있었던 걸 다시 일깨워준 건 다름 아닌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잠시였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쓰곤 했던 '병신 같은 게~'라는 말을 자제하기로 했다. 정신병이든 신체의 문제로 인한 장애가 있든 누구도 자신의 의지로 그리 되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썼던 나를 생각하니 인간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에 도달하고 있었던 거다. 이번 계기로 나는 아주 조금 성장한 것 같다. 이 또한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의 실존을 느낀 바가 크다. 지난 실수를 회고하며 후회보단 반성을, 미련보단 희망하는 인생을 살기로 다시금 나를 다스려 본다.
파이팅! 나의 삶!
빨리 나으라며 물심양면으로 신경 써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