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을 쓰라니까

by 루파고

9시 땡 소리가 나자마자 출판사 편집장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작 소설 빨리 써서 보내라는 전화일까? 요즘 글 쓰는 데 게을리했던 터라 뜨끔했다.

"한작가, 명절 잘 보냈지요? 지난번 쓰던 소설은 어찌 잘 진행되고 있나요?"

"네? 네! 네~ 그게 요즘 글쓰기에 게을렀습니다."

"상의할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상의? 갑자기 몰려든 두려움이란...

"뭔데요?"

"다름이 아니고 그 소설 아직 진척 없으면 다른 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해서요."

헉! 맘에 안 드셨구나. 초반은 좋지만 뒤는 다 뒤집어엎자고 하시더니 역시 비전이 없어 보이셨구나.

"그럼 어쩔 수 없죠. 어떻게 해야 하죠?"

"아니! 그게 아니고 이번에 로맨스를 써보면 어떨까 해서."

"네? 제가 로맨스를요? 저는 로맨스 경험이 없어서..."

"그럼 살인을 해봐서 미스터리를 쓰나요?"

"아무리 그래도......"

"이미 한작가는 로맨스 잘 쓰고 있어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 사장님도 그렇고 전산 작업하는 직원도 그렇고 로드바이크1,2 읽으면서 로맨스 부분에 강하게 끌렸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그랬고."

"하지만 로맨스는 제겐 좀 어려운..."

"무슨 말씀, 로드바이크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거요?"

"그랬던가요?"

북적북적~ 나도 모르게 머리를 긁고 있었다. 그랬던가? 좀 그렇긴 하지.

"그 소설은 미스터리보다는 로맨스에 가까워요. 삼각관계도 그렇고 호기심을 일으켰던 소설입니다. 이참에 로맨스 소설을 써봅시다."

"그러고 보니 편집장님, 사부님이야말로 로맨스 대작가 아니십니까? 그런 분께서 제게 이러시면 안 되죠."

편집장님은 유명한 <8월의 크리스마스> 원작자인 허수정 작가님이다. 그런 그가 로맨스를 끊고 미스터리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일본의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들도 로맨스 소설을 많이 써요. 그리고 우리가 아는 많은 미스터리 소설도 따지고 보면 미스터리보다는 로맨스에 가까워요."

미팅 시간이 지난 것도 모른 채 한참을 통화하다 전화를 끊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저녁 시간 편집장님과의 통화내용을 더듬었다. 편집장님의 설명에 의하면 웹소설과 달린 종이책으로 나온 로맨스 소설의 주 구독층은 30~40대란다.

그나저나 과연 내가 정통 로맨스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그 어려운 분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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