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새벽부터 눈을 떴다. 뭔가 머릿속을 헤집어놓은 것이 있어서다. 어제 지령받은 로맨스 소설 때문인 거다. 암막 커튼을 젖히고 여명이 짙어지는 창 밖 도심을 감상하던 나는 자세을 바로 하고 누운 채로 눈을 감았다. 이내 머릿속은 소설 구상 체제로 돌입했다. 어제 문득 떠올랐던 남녀 캐릭터에 여러 가지 설정을 갖다 붙이기 시작했다. 윤곽이 잡혀가는데 이건 또 미스터리 성격의 로맨스가 되어간다. 미스터리 소설을 쓰다 보니 뇌가 그렇게 형성된 모양이다. 하지만 나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인칭으로 쓸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의 구도를 잡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로맨스 소설은 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 편집장님이 소개해준 드라마가 있긴 하지만 괜히 그걸 보고 나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기는 싫단 생각이 들었다. 순수하게 창작으로 가야 진짜 내 소설인데 다른 작품 때문에 탁한 기류를 만들기는 싫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눈을 뜨니 벌써 한 시간이 지나버렸다. 매번 그랬지만 이런 시간이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제 며칠은 더 고민해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두고 자잘한 에피소드를 구상해야 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주 디테일한 부분들은 글을 쓰며 만들어갈 참이다.
그나저나 편집장님이 시놉시스부터 만들어서 보내달라시는데 이상하게 그게 더 힘든 것 같으니 별 일이다. 따지고 보면 <오래된 집 이음>은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이고 편집장님 말씀처럼 <로드바이크> 1, 2편 모두 미스터리 소설이라기보다는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고 하셨으니 정상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첫 번째 로맨스 소설은 아닌 거다. 정통 로맨스 소설은 대체 어떤 걸까? 무관심했던 장르의 글을 쓰자니 고민스럽긴 하다. 하지만 난 어떤 틀에 두고 내 생각을 옥죄는 따위의 관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저 내 뜻대로, 시쳇말로 꼴리는 대로 마구 휘날려 보리라.
어쨌든 전 소설들은 로맨스 소설이라 생각하고 쓴 것들이 아니었으니 이번 소설이 한유지의 첫 번째 로맨스 소설이 될 것 같다. 그나저나 제목은 뭘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