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자식들이 있다. 4탄-다리가 짧은 침입자

시끌벅적 농가주택 개자식들 이야기

by 루파고

짧은 다리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걸음걸이는 제법 날쌔 보였다. 돌담 사이에 그런 구멍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짱이와 영미는 녀석이 기어 나온 구멍을 통해 바깥 구경에 나섰다. 이리저리 머리를 돌려 각도를 틀어도 보이는 건 기껏 마구 자란 풀떼기뿐이었다. 영미는 눈을 감고 구멍 안으로 머리를 쑥 밀어 넣어 보았다. 하지만 돌구멍은 영미의 이마 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 짱이도 머리를 밀어 넣었지만 어떻게 해도 다리를 넣을 방법이 없었다. 머리는 들어갈 때와 달리 잘 빠져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낑낑대며 온 몸을 흔들어서야 머리를 빼낸 짱이의 머리엔 온통 검은색 흙이 묻어 있었다. 얼마 전 모험을 떠났다 돌아온 모습 그대로였다. 영미는 지난 기억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멍멍멍! 멍멍멍!"

화가 난 짱이는 나비처럼 날아 벌이 쏘듯 영미의 엉덩이를 콱 깨물었다. 깜짝 놀란 영미는 갑자기 찾아온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깨개갱~ 깨개개앵~"

그때였다. 외출했던 돌아오신 엄마가 짱이와 영미가 물고 뜯고 울부짖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짱이야, 친구랑 친하게 지내야지. 영미 괴롭히면 못써. 얼마나 불쌍한 아인데."

짱이는 그런 게 아니라며 소리 내어 울었다.

"낑낑~ 낑낑~"

"그래 그래, 미안하다고? 역시 우리 착한 짱이다워. 식구끼리 친하게 지내야 돼."

쪼그리고 앉아 영미와 짱이 머리를 쓰다듬던 엄마는 옆에서 불쑥 머리를 디민 녀석의 얼굴과 마주치곤 너무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깜짝이야! 넌 누구니? 얘는 대체..."

엄마는 낯선 녀석의 등장에 놀라긴 했지만 해맑은 표정에 순진함이 가득한 녀석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 어떻게 들어왔어?"

엄마는 짱이의 잦은 외출 때문에 담 구석구석 작은 구멍도 놓치지 않고 모두 막았고 자꾸 돌담 위로 올라가는 걸 목격하고 돌담도 더 높게 쌓아 올렸다. 절대 외부에서 들어올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외출하면서 문도 제대로 잠그고 나간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녀석의 체구로 봐선 밖에서 돌담을 뛰어넘을 수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였다. 짱이는 엄마의 생각을 읽었는지 녀석이 기어들어온 구멍을 향해 달려가 머리를 콕 박아 넣었다.

"거기에 그런 구멍이 있었어?"

엄마는 짱이가 가리켜준 돌담 구멍으로 향했다. 영미는 다리만큼 두꺼워진 꼬리를 휘휘 휘두르며 엄마를 따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은 영문도 모르고 그들을 따랐다. 엄마는 돌담 구멍을 살피고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정말 여기로 들어왔단 말이야? 이렇게 큰 녀석이?"

엄마는 침입자 녀석 앞에 쪼그리고 앉아 녀석과 눈을 마주쳤다. 녀석은 엄마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꼬리도 신나게 흔들어 대고 있었다. 짱이와 영미는 그런 녀석의 모습이 달갑지 않았다.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온 녀석인지 몰라도 엄마의 관심을 빼앗아간 것만 같았다.

"너 이름이 뭐니? 오~ 목걸이가 있구나?"

녀석은 엄마의 손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엄마는 녀석의 목에 걸린 은빛 목걸이를 뒤적였다.

"인식표는 없어졌네. 밥은 먹었니? 왜 이렇게 꾀제제한 거야? 집이 어딘 줄 알아야 찾아줄 텐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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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창고로 들어가 그릇에 닭고기 향과 연어 향이 섞인 사료를 가득 담아 나왔다. 짱이가 제일 좋아하는 사료였다. 짱이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처음 보는 녀석이 허락도 없이 침입해 자기 사료를 얻어먹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으르릉~"

짱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말았다.

"짱이 너 요즘 왜 그러니.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야지. 누가 보면 내가 너 안 먹이는 줄 알겠다 얘."

영미는 어느새 밥그릇에 코를 박고 허겁지겁 사료를 흡입하는 녀석 앞까지 어슬렁거리며 다가가 있었다.

"아가씨! 어지간히 좀 드시죠. 손님 먹는 거 구경하는 건 나쁜 거예요."

밥그릇 근처에서 꼬리를 흔드는 영미의 거대한 꼬리가 엄마를 툭툭 쳤다.

"아파~ 저리 떨어져 있어. 넌 어쩜 먹는 것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니."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녀석은 그릇 가득하던 사료를 몽땅 먹어치우고 없었다. 눈치만 보던 영미는 그릇 옆에 떨어진 사료 알갱이 몇 개를 발견하고 후다닥 달려갔다. 뚱뚱해진 영미의 덩치로는 상상이 불가능한 속도였다.

"야!"

엄마가 소리쳤지만 영미의 흡입술은 신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청객이 으르렁거리는 통에 겁을 먹은 영미는 밥그릇을 발로 차고 날듯이 펄쩍 뛰며 도망쳐 버렸다. 그러고도 영미는 밥그릇 주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직 찾아내지 못한 사료 알갱이를 찾아 헤매는 것이었다.

엄마는 문을 살짝 열고 불청객을 몰아 나갔다. 영문을 모르고 문 쪽으로 다가가던 녀석은 무슨 생각인지 주저앉아버렸다. 엄마가 엉덩이를 살짝 밀었지만 나갈 생각이 없는지 뒷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버티려 했다.

"왜 그러니? 집에 가야지. 엄마가 기다리실 거야."

엄마가 밀어내려 했지만 녀석은 꼼짝도 않았다. 영미도 다가와 꼬리로 녀석의 얼굴을 마구 때렸지만 녀석은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바닥에 바짝 엎드려 버티기로 가는 듯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짱이, 영미하고 좀 더 놀다 가렴."

엄마는 문을 조금 열어둔 채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