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인생
지난번 우리 부서 서무 선생님이 갑자기 장탄식을 하셨다. 출장 교통비를 개인카드가 아닌 기관 카드로 결제했다고 했다. 개인카드 사용 영수증을 제출해야 여비를 돌려받을 텐데 기관 카드로 썼으니 돈을 메꿔야 할 판이었다.
예전에 누구에게 들었던 것을 선생님께 말했다.
“예전에 A 방송국에 B 아나운서가 있었는데요. 입사해서 법인카드를 받으니까 회사에서 품위유지 할 때 쓰라는 줄 알고 이것저것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은 첫 달 월급을 그대로 반납했대요. 사실 좀 더 냈다는 얘기도 있어요.”
마음 급한 사람 놀려서 다음날 바로 벌을 받았다. 아침에 본청에서 전화가 왔다. 이번 달 월급 보고 충격받지 말라고 했다. 내용인즉슨, 연금 기여금은 세 배로 낼 것이고(현재+군 복무기간+휴직 기간) 애 키우는 동안 정지시켰던 의료보험도 일괄 청구 될 거라 했다. 그리고 그 합계 금액을 또렷하지만 천천히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손이 벌벌 떨렸다.
“....호호혹시 더 내야 하나요?”
“아니에요. 원래 이런 거 전화 안 드리는데 놀라실까 봐 말씀드리는 거라. 아마 용돈 정도 나오실 겁니다.”
용돈? 요즘에 식비 빼면 한 달에 5 만원도 안 쓰는데 정말 신사임당 한 장 날아오는 거란 말인가 싶었다. 이게 정말 실화일까 싶어 하루 종일 일은 안 하고 지급명세서만 눌러봤는데 돌아오는 건 아직 처리 중이란 말뿐이었다.
그러던 중에 은행에서 대출이자 산정 문자가 날아왔다. 이자율에 한숨을 쉬다 급여이체 혜택이 미적용된 것을 보았다. 분이 나서 고객센터로 전화했다. 비록 우대이율 0.1%였지만 이제 당당한 노동자인데 돈 조금 받았다고 무시하나 싶었다. 참고로 저번달에 받은 액수를 동생이 듣고는 투잡 하라고 했다.
“며칠에 급여받으신 거지요? 지금 찾지를 못해서요...”
“17일이에요. 교육청이라고 찍혀 있을 거예요. 보름날부터 시작해서 적어서 그렇지.... 받은 건 맞아요”
“고객님. 그러셨군요. 이게 세 번째 달부터 해당되는 거라 아직은 아니고요. 아마 다음 달부터는 적용되실 거예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고객님, 50만 원 이상이 조건이긴 한데 고객님은 상관없으시고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