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는 사실을 몰랐다
외국어 배울 때 이런 표현이 있다. 들어갈 때 울고 들어가지만 나올 때는 웃고 나온다는. 내 경험에는 독일어나 불어가 그렇다고 들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가 불어라서 어떤 느낌인지 살짝 알 것 같다. 불어는 사물도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기 때문에 초반에 외워야 하는 표현이 많았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쉬워졌다....기 보다는 그냥 배울만했다. 일본어는 반대다. 들어갈 때 웃으면서 들어가지만 나올 때 울고 나온다. 대학 때 일본어 수업을 2개 들은 적이 있는데 기억하기도 싫다.
그럼 영어는 어떤 쪽에 속하는 언어일까? 들어갈 때 울며 들어가는데, 왠만해서는 나오는 출구를 찾을 수 없다가 정확한 표현 아닐까 싶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우지만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영어와 싸우고 있으니까.
내가 오늘 싸운 단어는 and다. '그리고'라는 뜻을 가진 and.
이 만만하기 그지없는 and에 무슨 어려움이 있을까 싶지만...and는 문장 중간에만 써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어떤 수업에서 듣고 난 잠시 멘붕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분명히 대문자 And로 시작하는 문장을 수 없이 본 것 같은데 문장 중간에만 써야 한다니.
우리말에는 이런 이상한 규칙이 없지만 영어에는, 특히 라이팅을 할 때는 가급적 and를 문장 중간에 위치시켜야 한다고 한다. 대신 문장 서두에서 앞 문장과의 이음새 역할을 하는 녀석들에는 Also, In addition, Additionally, Besides, Plus 등이 있다. Moreover, Furthermore 같은 친구들도 있다.
선뜻 납득은 안됐지만 원어민이 그렇다고 하니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어쩌면 and의 정확한 우리말 해석은 '그리고'가 아니라 '~와' 혹은 '~과'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도 '와'나 '과'가 두 개의 대등한 개념을 이어줄 때 쓰지만, 별개의 두 문장을 이어주기 위해 문장 맨 앞에 위치시키면 '땡!' 소리를 듣게 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 아닐까.
오늘 나를 당황시켰던 and...너 갑자기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