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 한번 더
잘 잠드는가 싶더니 또 새벽에 깼다.
새벽에 깨는 일이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다시 글을 쓰는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눈 속은 물로 가득 찬 것임에 분명하다.
한참을 웃고 잘 지내나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투두둑 떨어지고 만다.
타이밍은 언제나 이렇다.
이제 다 울었구나 생각하는 그때! 바로 그때!
울지 못할까 걱정하던 10살의 내가 한없이 가소롭다.
도무지 인정이 안 되는 일들. 믿기지 않는 그런 일들이 있다.
우리는 종종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는다.
아무도 겪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나에게만 찾아오기도 하고,
언젠가 겪어야 할 일을 너무 빠르게 겪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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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한다.
시간여행 콘텐츠의 특징은,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발생했던 사건을 막을 수가 없다.
비교적 운명 바꾸기에 성공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떠오르긴 하지만,ㅋ
여기서도 주인공 친구들은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자,
과거에 자신이 했던 행동을 하며 시간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일어나야 할 일들의 전후관계를 맞춰 나간다.
그러니까, 일어나야 할 일은 반드시 일어나는 것이다.
시간여행 콘텐츠를 좋아하면서도, 단 한 번도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없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껴 맞춰도, 허점이 생기는 시간여행 드라마의 한계 때문만은 아니었다.
타임슬립을 하더라도 바꿀 수 없는 미래 때문도 아니었다.
나의 힘든 순간을 한걸음 한걸음 지나쳐, 지금의 순간을 만들었는데, 다시 그 길을 걷기는 싫었다.
더 좋게 표현하면, 그냥 지금이 제일 좋았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정말 처음으로
단 한 번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 한 번만 나를 2021년 12월 7일 새벽으로 데려가 준다면,
온몸을 바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하고, 당신을 살리고 싶다 생각했다.
그래서 우주의 섭리가 깨어지고, 우리의 관계가 모두 엉망진창이 되어도 좋다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을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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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나온 아픔들이
지금의 슬픔을 위한 연습처럼 느껴졌다.
지금의 슬픔도 앞으로 있을 아픔의 연습이 될까 봐 두렵다.
한동안 아주 멀리 생각했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점점 가까이 오는 것만 같았다.
심장을 칼로 푹 찔러 고여있는 슬픔을 모두 덜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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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를 위해 썼던 글을 빌려,
다시 나와 누군가를 위로해본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에서 구원받기를 원한다.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법을 알게 되고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세상에 사랑하는 존재가 많아지기를 기도한다.
그럼에도 때론 불행이 기척도 없이 다가올 것이다.
행복한 순간들을 한꺼번에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 같은,
신의 장난 같은 하루를 살다 보면 마주칠 것이다.
오늘은 그저
그런 날이 다가온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기다려. 지금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