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ch

Vladimir Kush

by 이노루

마음속 말들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ㅋ


입밖에 나오지 못한 마음들은 좀먹고 썩어가기에

병들지 않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책에 밑줄을 긋고는 한다.


1년 전에 2021년 달력을 그려, 몇몇을 주변에 선물했다.

반응이 좋았고, 올해도 꼭 달라는 요청이 간간히 들어오곤 했다.

이번엔 꼭 크리스마스 전에 완성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크리스마스&새해 선물'로 줘야지 다짐하곤 했다.


꼭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었다.

2021년 추억 중 아름다운 장면이었는데,

1년 내내 그리고 싶었으나 어쩐지 시작하지 못했고

계절이 바뀌어가자, 이 그림을 달력에 넣어 우리들에게 선물해야지 생각했다.

구상이 완성되고, 구현을 해야 할 무렵 재앙이 닥쳤다 ㅋ

해가 바뀌고,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해도 달력은 여전히 그 자리였다.


꼭 그리고 싶은 그 그림은,

꼭 그려주고 싶은 그림이 되었는데,

아무리 스케치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 번을 휴지통에 넣었는지 모르겠다.

간직하고 싶은 추억 이건만,

그려버리고 나면 그 너머로 당신이 정말 사라질 것 같았다.

이미 사라진 그것을 나는 꼭 쥐고 있었다.


추모공원에 가기로 다짐했을 때, 이제 정말 인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내 입에서 맴돌던 말들은 모두 가시 같았다.

'올해도 행복해.'

'새해 복 많이 받아.'

'평안하길.'

어떤 말도 인사가 되지 않았다. 이런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생각했다.

입안이 따끔거렸다.


오늘 오전, 열세 달 초안을 모두 완성했다.

그려주고 싶은 그 그림은 넣지 않기로 했고,

보고 싶은 그 마음은 눈물로 갈음했다.


속았지~! 하면서 다시 돌아와 장난치는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하곤 했다.

이제 그런 상상은 하지 않는다.

다만, 딱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딱 한 번만, 단 몇 초라도 한 번만 다시 보면 좋겠다.


그럼 꼭 인사해줘야지.


고마웠다고, 좋은 시간들을 함께 해주어 정말 고마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