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2019-2021)
긴 글을 쓰는 것이 내게는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기간 동안에는
적어내는 문장들이 오랜 기간 맘에 들기도 했다.
요즘은 한 문장도 쓰기가 어렵다.
늘 말하고 싶지만, 늘 할 수 없는 말들이 있다.
그것들을 최대한
원래의 것에 가까운 단어와 문장 밑에 숨겨두는 것을 즐겨라 했는데,
그조차도 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줄어드는 것인지
아니면 숨기면서도 솔직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긴 고독의 시간들을 지내고 나니, 내가 어딘가 변한 것 같기도 하다.
오랜 벗들은 나를 두고 변함없다 말하는데 그 말이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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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화가 나면 화가 났다 말하지 못하고
슬며시 웃던 때가 있었다.
그 화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끓어오르는 분노가 터지지 않게
비실비실 웃으며 밖으로 분출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죽으면 무엇이 남을까
아무것도 없다면 용쓸 필요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해방촌을 걸었다.
그런 아픔들은 마음속 깊이 두고 쿨하게 지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쉽게 말해 흑역사를 지우고 싶다만...
그럴 순 없지 ㅋㅋㅋ
그 정도까지가 그릇이었던 것에 끄덕이며 빠르게 외면해보자. ㅋㅋ
꿈을 꾸었고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었다.
가까운 사람들을 뺏기는(?)
그런데 이건 살면서 막을 수 없는 일들인데,
아니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들인데,
어떻게 하면 이런 것을 즐거운 상황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2022년에 읽어보니, 즐거운 상황이라니 가당키나 한가 싶다 ㅎㅎ-
그러하다.
겪어서 에피소드가 된 일들도
겪으면서 강해진 일들도
강해지지 않아도 좋으니 겪지 않았으면 하는 일까지.
늘 새해의 복을 기원하지만,
365일 고난 한번 없는 해는 없을 거란 걸 안다.
슬픈 일을 너무 많이 겪은 한 해였다.
아쉬움보다는 잘 지나왔다고 격려해주고 싶다.
그래서 원하는 것은 오직 몸과 마음의 건강이다.
그래야 원치 않는 일들을 마주쳐도 잘 지나올 수 있다.
일의 성공과 실패를 겪던,
원치 않은 불행이 찾아오던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가지기를.
별 힘든 일도 없었는데, 모든 것이 버거웠다.
나 같은 사람이 왜 세상에 나왔는지
궁금함이 가득했다.
종종 나를 경멸하는 사람을 사랑했고
그 사실을 말하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내가 기억되고 회자될까 두려워했다.
최근에 악재가 많다. 크고 작은 걸리적거리는 일들이 많다.
날카로운 것 없는 레고 밭을 걷는 기분이랄까.
뭐, 힘이 들지만 견딜만하다.
나를 보듬어주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고
감사한 부분들을 나누며
버티는 법을 약간 알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강남역으로 향한다.
공기는 차갑고 빛은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