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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하 Norway Jul 26. 2023

지금은 숲 속이라 안.돼.

얘들아, 안녕?!
잘 지내고 있지?


편지가 도착하지 않아서, 아니 발행되지 않아서 궁금했지. 선생님은 지금 숲 속 별장에 와 있어. 여긴 와이파이가 되질 않네.  핸드폰 신호도 잘 잡히지 않아.


아이들에게 "유튜브 너무 많이 보지 마라. 게임만 계속하지 마라."라고 이야기하지만 어른들도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는 곳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없이 지내는 시간이 낯선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


선생님은 지금
 낯선 시간과 마주하는
여행을 즐기는 중이야.


노르웨이 사람들이 여름이나 겨울에 머무는 별장을 히떼 hytte라고 하거든. 어떤 히떼는 차가 다닐 수 없는 산속에 있고, 어떤 히떼는 호수 중간의 작은 섬에 덩그러니 지어져 있어서 작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해. 그런 곳은 당연히 전기나 수도가 없기도 하고, 화장실이 없어서 근처 숲에 자연 화장실을 만들어 써야 해. 다행스럽게도 선생님이 머무는 곳은 따뜻한 물과 전기가 있는 곳이야. 다만 인터넷 세상과 거의 단절이 될 뿐이지.


사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런 히떼 여행의 불편함을 즐기는 것 같아. 일상의 편리함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내게 되거든. 유튜브와 게임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불만 소리가 그쳐가고 오늘도 밤이 무사히 찾아왔어. 평소에 하던 많은 일들을 하지 못하니 불편하기도 하지만 점점 불편함이 주는 시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단다.


오늘 선생님은 먹구름 뒤의 파란 하늘이 있음을 수십 번 확인했고, 나무로 지어진 이 집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도시의 집에 비해 유난히 크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껴. 글도 더 쓰고 싶어 져. 그래서 고전 작품의 주제들 중에는 '자연 속에서 지내는 즐거움'이 많았던 걸까?


올해는 노르웨이도 참 비가 많이 오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어 볼게. 히떼에 오면서 찍은 사진과 히떼 사진 몇 장을 보낸다. 굵게 내리는 비가 좀 그친다면 내일은 히떼 주변 풍경을 찍어서 너희에게 보내주고 싶어.


오늘도 너답게 수고하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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