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너희의 일주일은 어땠니? 선생님은 잘 지내고 있어.
노르웨이도 한국도 연일 비가 오고 있네. 한국 뉴스에 연일 뜨는 수해 관련 기사들을 보니 마음이 쓰여. '나만 아니면 돼'라고 생각하지 말고 연측함을 느끼고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고민해 보는 사람이 되길 바라.
선생님이 요즘 노르웨이 집을 고치고 있다고 이야기했지? 바닥재도 손수 바꾸고, 벽 페인트도 다시 칠하고, 가구도 하나하나 조립하면서 일주일을 보냈어. 안방은 선생님과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바꾸고 있고, 아이들 방은 엄마와 아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충분히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어. (아이들 방을 꾸며 주고 나니 거실이 조용한 거 있지. 얼굴을 많이 못 보니 조금 아쉽기도 하고 편하기도 해.)
남은 거실이나 공부방은 가족이 모두 함께 쓰는 공간이라 고민이 더 많이 필요한 거 같아. 그래서 여름휴가동안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가을에 다시 공사를 시작할 생각이야. 집 공사를 해서 그런지 요즘 생각나는 책, 생각나는 글, 생각나는 제자가 한 명 있어.
송승훈 선생님과
이일훈 건축가의 e메일을 모아 놓은 책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십 년 전에 교지도 함께 만들고 독서토론 동아리를 하던 몇 명의 아이들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이 책의 저자가 지은 집에 가서 인터뷰를 했었거든. 의미 있는 활동이 되기 위해서 너희 선배들이 직접 작가님께 정성 들여 쓴 서평을 메일로 보내고 인터뷰를 요청하고 여행 일정도 짰어.
선생님 스타일 알지??
"너희가 스스로 하는 게 중요해. 너희가 알아서 하는 게 중요해. 그러려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해야 해.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항상 생각하고 행동해야 해."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남양주에 있는 저자의 집까지 가는데 8시간은 족히 걸렸던 거 같아. 그리고 다시 서울로 와서 홍대 앞 카페에서 북토크도 했고, 다음 날엔 대학 탐방도 했었지. 이 모든 과정을 너희 선배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직접 준비하고 실천으로 옮겼기 때문에 선생님에게도 이 여정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어.
10년 전 너희 선배의 글을 선물하며 오늘의 편지를 줄일게. 선생님 카톡 친구 리스트에 이 글을 썼던 친구가 아직도 있어.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잘 지내고 있구나' 생각만 한단다. 이 글을 보면 연락이 오려나?
우리에게 ‘집’이란
송승훈 . 이일훈,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서해문집, 2012
목차
서론 : 책을 읽은 동기 및 소감
본론 1 :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본론 2 : 최적의 집을 찾기 위한 우리 가족의 노력
본론 3 : 나도 살면서 나만의 집을 지어야 할 텐데...
본론 4 : 스쳐 지나가는 상념에 대한 중요성
결론 : 서평을 마치며...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제대로 된 서평을 써보게 되었다. ‘제대로 된 ‘이란 수식어가 부끄러워질 만큼 못 쓴 서평이지만 그 서평의 주인공이 된 책은 송승훈, 이일훈 선생님의『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란 책이었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은 ’잔서완석루‘라는 집을 짓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그린 책이다. 900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 기간 동안 건축가와 건축주가 소통하며 의견을 조율하면서 막연히 집 짓고 싶다는 생각을 서서히 '잔서완석루'라는 현실로 만들어 내었다. 책을 읽으면서 간질간질한 내용도 더러 있었고 내 이목을 확 끄는 구절도 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은 내용들이었다. 나도 나이가 들면 나만의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았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책이었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역할을 해줄까? 송승훈 선생님께선 책에서 집 안의 공간 중에서 욕실만큼은 사치스럽게 하고 싶다고 하셨다. 송승훈 선생님께선 전에 알몸으로 따뜻한 물속에 몸을 뉘이면 피곤했던 몸이 다시 살아나는 기이한 경험을 하셨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집이란 것은 쉬고, 긴장을 풀고, 재충전, 재생산을 하는 곳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내일 다시 등교를, 출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자신에게 완벽하게 휴식처가 되어 줄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잔서완석루’는 송승훈 선생님과 이일훈 선생님이 오랜 기간 동안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만든 집이다. 그런 과정에서 이일훈 선생님은 송승훈 선생님의 문학적인 이메일 내용 속에서 건축가다운 해석을 하고 결국 송승훈 선생님께 가장 잘 맞는 ‘잔서완석루’를 지어주셨다. 송승훈 선생님은 이일훈 선생님과 서로를 배려하고 알아가고 하면서 자신의 상황과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집을 이일훈 선생님이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왔다.
그럼 나는 나와 내 가족에게 최적인 집에서 살고 있을까? 대부분 그렇지 못할 것이다. 요즘같이 대부분이 도시 속의 아파트에 사는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가장 잘 맞는 집에 살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주택을 짓는다고 해서 꼭 자기에게 최적인 집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최적의 집에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걸 또 만들어 낸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송승훈 선생님의 ‘잔서완석루’와 같이 스스로도 만족하고 거쳐 가는 사람도 편안한 집을 가지는 건 살면서 손에 꼽는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적의 집을 찾기 위한 우리 가족의 노력
이 책에서 실제로 ‘잔서완석루’를 지어 올리는 과정들을 담은 사진들을 보니 우리 집이 리모델링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벌써 8년이나 지났지만 당시 20년 된 아파트를 리모델링 함으로써 새로운 기분으로 재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었고 집을 우리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었다. 아파트였기 때문에 장기간의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4일간의 리모델링은 참 많이 힘들었다. 잠도 쪽잠을 잤고 마지막 4일은 외할머니 댁에서 지냈다. 집을 짓는 것과 리모델링은 많은 부분이 비슷한 것 같다.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창조해 낸다는 것에서 동질성을 느낄 수 있었고, 모든 과정이하나같이 쉽지 않다는 것에서 더 힘이 들었다.
사실 원래 리모델링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10년이 훌쩍 넘어버린 집에 있는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결정이 커지고 커져서 아예 집을 뜯어고치는 상황까지 가 버린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잔서완석루’의 뒷집에서 민원(?) 아닌 민원이 들려왔다고 했는데 우리라고 그런 소릴 안 들었겠는가. 시끄럽다고 불편하다고 하는 불평소리에 개인적으로 아파트에 사과문까지 써가면서 리모델링을 감행하는 데는 곰팡이 제거만이 목적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작은 곰팡이 제거였으나 그걸 계기로 집안을 유심히 살펴보고 점차 집안의 문제점들을 깨닫고 그것들을 뜯어고친 것이었다. 곰팡이가 들끓었던 창과 새시를 바꾸고, 햇빛이 들어오는 쪽에 있어서 항상 책의 색을 바라게 했던 책장의 위치를 바꾸는 등등... 여러 가지 것들을 재배열하면서 나와 가족에게 더 맞는 집을 찾아갔다. 쉽지 않지만, 아니 어렵고 힘들지만 그만한 가치를 지닌 것이 자신에게 최적인 집을 짓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도 살면서 나만의 집을 지어야 할 텐데...
나도 한평생 살면서 나만의 집이란 것을 지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도무지 막막했다. 이 책에서 송승훈 선생님은 이 책이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집을 지으려 할 때 어떤 점을 살펴야 하는지에 대한 기록이라고 하셨다. 읽어보면 전적으로 그 말에 동의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말 말 그대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집을 지으려 할 때 살펴야 할 점들을 선생님 스스로가 겪어보면서 써 내려간 책이기 때문이다.
송승훈 선생님께서 집을 짓고 싶다고 이일훈 선생님께 의뢰를 하고 결국 승낙을 했을 때, 이일훈 선생님께서 하신 첫 물음은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였다. 어떻게 살고 싶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집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간단한 이치인데 요즘 세상은 그러지 못하다. 이미 집이 다 만들어져 있고 거기에 억지로 맞춰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요, 설령 주체적으로 집을 짓길 원한대도 결국 저런 물음을 던지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난 책을 읽으면 미묘하게나마 삶에 변화가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변화가 와야 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연스레 변화가 오길 바란다. 난 이 책을 읽고 변한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나만의 집을 지을 생각을 할 때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길 원하는가를 먼저 묻고 있었던 것이다. 이 변화도 이 글을 쓰면서 막 깨달았기 때문에 전혀 인위적이지 않다고 생각됐다.
살면서 언젠간 나도 나만의 집을 짓고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길 원하는가? 나는 나에게 질문했다. 속에서 솟아오르는 생각들은 청소를 많이 하지 않고, 곰팡이도 슬지 않고, 장식 따위가 없는, 어쩌면 밋밋하다고까지 느낄 만큼 간단한 집 속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들이 드는 걸 보면 아마도 각박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생활한 탓에 벌써부터 그런 복잡함에 지치고 질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난 ‘잔서완석루’ 같은 완성도 높고 집주인에게 그만큼 잘 맞는 집이 나오는 데는 ‘오랜 기간’ 동안 두 선생님이 대화한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이일훈 선생님은 오랜 기간 동안 송승훈 선생님과 대화하며 생각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기에 비교적 부담감 없이 집을 디자인하고 상상하셨다. 나 또한 나에게 저 만한 완성도를 가진 집을 가지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생각하며 원하는 집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더욱 또렷이 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쳐 지나가는 상념에 대한 중요성
역사 속에서 이뤄진 위대한 발명, 발견들은 모두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수많은 상념들 속에서 자신의 이론에 대해 치열한 사고 실험을 벌였고 아이작 뉴턴도 어떤 소재를 생각해 내기 위하여 산책을 즐겨했다. 걷는 행동을 하면서 드는 자연스러운 생각들의 흐름에서 획기적인 무언가가 확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송승훈 선생님의 집, ‘잔서완석루’ 또한 이일훈 선생님께서 오랜 시간부담 없이 송승훈 선생님의 문학적인 요구를 바탕으로 생각을 거듭했던 과정의 산물이다. 문학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디자인이 탄생한 것도 이
일훈 선생님의 실력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상념들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을 많이 하면 쓸 말이 없다지만 생각은 하면 할수록, 상념은 머릿속에서 흐르면 흐를수록 많은 것들을 창조해 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도 훗날 지어 올릴 나만의 집을 위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틈틈이 고민하고 메모하면서 언젠가 진짜 집을 짓게 될 때 곧바로 내가 한평생 살길 원해 왔던 집을 지을 수 있도록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구체화가 스쳐 지나가는 상념들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떠오르는 상념을 무작정 구체화하기만 한다고 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에 살 집의 청사진이 나올까? 그렇지 않다.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머릿속에 깔려 있어야 은연중에 스쳐 지나가는 상념도 그런 배경지식에 입각하여 만들어질 것이고, 그것들이 구체화되어 정말 현실적이면서 나의 이상이 반영된 집이 훗날 만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상념에 따른 나만의 집에 대한 구체화는 건축이라는 학문에 대한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서평을 마치며...
처음 써 본 서평이었다. 동아리에서 차출된 몇몇 학생들과 송승훈 선생님을 뵈러 가는데 난생처음 써 보는, 잘 쓰지도 못한 서평을 보여 드린다는 것이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책도 여러 번 읽었고 또 이번 서평에 의미를 더하기 위해서 동아리원 모두가 서평 쓰기 방식을 송승훈 선생님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써 내려간 서평의 쓰기 방식과 동일하게 진행했다.
앞에서 책을 선택했다고는 했지만 사실 나에겐 책에 대한 이렇다 할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에 서평 쓰기가 어려우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책 내용이 어렵지 않았고 피부로 와닿는 내용들이 들어있어서 나 스스로 영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훗날 내가 살 집에 대해서 상상도 하면서 써 내려갔고 마냥 어렵기만 한 서평 쓰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굳이 어려운 점을 뽑자면 좋지 못한 나의 글 솜씨와 나태한 내 마음에서 나오는 게으름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나 또한 서평이라는 것을 잘 몰랐기에 서평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게으름, 글 솜씨와 같은 나에게서 비롯된 잘못들이 서평을 써 내려가는 데의 적지 않은 어려움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이 서평의 마지막 부분을 써 내려가고 있으며, 그러면서 서서히 내 속에서 비롯된 나태함을 없애고 있다.
매 번 힘들겠지만 이 서평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많은 독서를 하고 서평을 쓰는 활동을 하면서 나태함을 이겨내고, 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며, 글 솜씨도 향상하고 늘려야 할 것이다.
p.s. 선생님에게는 너희들의 글이, 메시지 하나하나가 보물이야. 고로 너희들은 하나하나 보물 같은 존재란다. 힘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