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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하 Norway Jul 09. 2023

부족한 어른이지만 줄 게 있어

현명한 10대를 위한 어른 대처법

안녕? 얘들아!


노르웨이는 요즘 비가 오고, 그치고를 반복했는데, 이번 주말엔 날씨가 꽤 좋아. 옷장에 넣어둔 반팔을 다시 꺼내 입었어. 그리고 여긴 벌써 2주 전에 여름 방학을 했어. 노르웨이는 방학 내내 다닐 수 있는 학원이 따로 없기 때문에 선생님은 요즘 집에서 아이들과 계속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야.



너희도 곧 방학을 하게 될 텐데 말이야. 계획은 좀 세웠니?? 수능을 치는 친구들은 이제 수능 준비에 집중할 시기이고, 수능과 거리가 먼 친구들은 자유를 만끽하면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방황을 하겠지. 부디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나 공부를 하지 않는 친구들이나 ‘시간’이라는 아이를 잘 토닥거리며 지내라고 말해 주고 싶어.


예전에 선생님이 노르웨이에 관한 책을 쓸 때, 대학생 친구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어. 노르웨이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경제적으로 독립을 한다고 하더라. 고등학교 졸업을 한 후에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있는지 다시 물어봤거든. “가끔 주말에 집에 가서 밥을 함께 먹고요. 음식을 좀 얻어 올 때가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거야. '정말 음식을 얻어 오는 게 다인가?'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그것도 참 많이 감사하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더라.


물론 노르웨이 국립대는 대학 학비가 무료야. 하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에 스스로 살 집을 렌트하고, 생활비를 벌면서 대학 공부를 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어. 노르웨이는 물가가 정말 비싸거든. 학기 중에는 나라에서 주는 학자금 대출로 빠듯하게 생활하고, 부족한 돈은 주말이나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보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누군가의 아이, 누군가의 부모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어. 선생님이 어릴 때 선생님 아버지는 항상 "크면 네가 알아서 살아라, 시집가면 끝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어. 물론 선생님을 사랑하셨고 열심히 키워주셨지만, 남동생에게는 그런 말을 하시지 않는데 선생님에게만 그 말을 하시니 참 서운했어.  



한 마디 말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데


어린 시절 들었던 그 말이 늘 머릿속에 맴돌아서 그랬는지, 선생님은 꽤 자립심이 강한 사람으로 자랐어. 진짜 '나 혼자 살아남아야 하겠구나, 알아서 해야겠구나'라는 긴장감이 늘 있었던 것 같아. 당시엔 '네가 알아서 살아라'는 말이 참 서운했는데 그 덕분에 자립심이 자연스럽게 생긴 거라는 생각도 들어.


대학에 들어가고 4년 내내 선생님은 열심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고, 모아 둔 돈으로 아버지 사업 자금을 보태드리기도 했어. 대학을 졸업 때까지 부모님께서 대학 학비를 내주셨지만 졸업을 할 때쯤 대충 계산해 보니 부모님이 내주신 학비만큼 사업 자금을 보태 드렸더라. 칭찬을 받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참 뿌듯했어.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잘했을 때 넘치도록 칭찬받을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조언과 용기의 말들을 가득 들을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해.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에게는 힘든 일이었겠지?


아이들을 위해 공부하는 노르웨이 학부모들


그동안 선생님으로서 경력도 쌓았고, 부모 경력도 좀 쌓았는데 여전히 (좋은) 어른이라는 단어는 낯설기만 해. 그리고 이미 너희도 알겠지만 나이가 많고, 또 자식을 낳은 부모라고 해서 모두가 (본받을 만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잖아.


'어른들이라고 다 옳은 말만 하는 건 아니야.'

'어른들이 하는 말이 다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야.'

선생님이 이렇게 말해 주면 너희들 속이 좀 시원하려나? 뭐 사실이니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선생님은 집에서도 노력을 많이 하거든. 그런데 무엇을 좀 가르쳐 주려고 하거나, 아쉬운 점을 바로 잡아 보려고 하면 아이들은 그걸 ‘잔소리’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화를 내는 것도 짜증을 섞어 말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의도가 어쨌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들리는 모든 말들이 잔소리로 분류된다는 게 서운해.


학교나 집에서 경험해 본 바로 어른들의 말 99.99% 정도는 '잔소리'로 분류되는 것 같아. 

결국은 ‘듣는 사람의 감정과 태도가 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듣는 사람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타인의 말이 충고가 될 수도 있고, 의미 없는 잔소리가 될 수도 있는 거지. 왜 같은 말인데도 어쩔 땐 수긍이 되는데 그렇지 않을 때도 있잖아. 옳고 그름. 도움과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의 판단 기준은 언제나 그 말을 듣는 사람의 몫인 것 같아.


따라서! 너희를 서운하게 만들거나 짜증스럽게 만드는 어른들의 말은 99.99%의 비율로 재해석 필터가 필요해. 너희가 스스로 잘 해석하고 잘 판단해서 행동하길 바라. 예전에도 말했지만 '말'과 '대화'를 잘하는 건 정말 힘들고 어려워. 그러니 들리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화부터 내거나 무시해 버리지 말고, 성능 좋은 재해석 필터를 끼워서 어른들의 말을 잘 해석해 주면 좋겠어.


너그러움과 이해심을 발휘해
어른을 대해 주길

완벽한 사람은 없고 훌륭하기만 한 어른도 없어. 그러니 어떤 어른을 만났을 때 그분에게서 배워야 할 것,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을 잘 판단하면 좋겠어. 좋은 어른에게선 좋은 점을 배우고 그렇지 않은 어른에게선 좋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그렇게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 돼. 그리고 너희에게 한 마디 건네 보려고 애쓰는 어른들에게 너무 딱딱하게 대하진 말자. 무관심보다는 훨씬 감사한 일이잖아.


선생님도 이 편지를 마무리한 후에 무뚝뚝함으로만 사랑을 표현하는 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드려보려고 해. 혹여 무심한 말을 또 듣더라도 잘 해석해서 따뜻한 안부를 전하며 대화해볼게.


한 주도 수고했다! 힘내라.


- 노르웨이에서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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