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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여신 <천월려일>

세상에 보냄 받은 자 世餼

by 노래하는쌤

달의 주관자 [차]월령과 별의 수호신 [온]성결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차]월성.

그는 천상과 인간계를 잇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가 사랑한 건 인간이었다.


천년에 한번 보름달이 뜨는 달빛 아래서, 죽음을 맞이한 인간은 천상에 잠시 머무른다.

죽음을 선택한 여자, 은하.

그녀는 생의 마지막 순간, 달빛 아래서 월성을 만났다.


그날 이후 월성의 시간은 멈췄다.

천상의 규율을 어기고 인간의 시간에 손댔다는 죄로, 그는 천년의 감옥에 갇혔다.

그 사이 은하는 월성의 아들을 낳았다. 이름은 태인.

그는 달과 별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났다.


태인이 웃으면 하늘의 별들이 반짝였고, 그가 울면 달빛이 흐려졌다.

하지만 그는 천상의 규율을 어기고 태어난 자.

태인의 주변에는 언제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천상의 시간으로 천 시간, 인간계의 시간으로 4년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이 꺼져간다.

그리고 천 시간이 4번째 돌아오는 날, 그 또한 천년의 감옥으로 사라질 것이다.

태인을 지키기 위해 월령은 해의 문지기 [범]일하를 보낸다.

그는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내려와 태인을 감쌌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막아도, 죽음은 어둠의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태인이 숨을 쉴 때마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생명이 한 호흡씩 조금씩 사그라져간다.


그런 태인의 앞에, 세희가 나타났다.

혼을 기리는 당산나무 아래, 그녀는 기억을 잃은 채 서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녀가 태인을 본 순간, 세상은 잠시 멈췄다.

시간이 고요히 멈추고, 바람조차 숨을 죽였다. 죽음의 그림자도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늘 함께였다.

둘이 함께 있을 때면 태인 주변을 맴돌던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옅어졌다.

죽음이 잠시 멈추는 듯했다.

그녀는 그에게 인간의 눈물을 가르쳤고, 그는 그녀에게 천상의 웃음을 가르쳤다.


그러나 일하는 알고 있었다. 세희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세상에 보냄 받은 자’, 생과 사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태어난 존재.

그녀가 태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녀의 생명이 사라질 것이었다.


어느 밤, 세희는 달빛 아래서 속삭였다.

“태인, 만약 내가 사라진다면 나의 시간으로 네가 와줘.”


태인은 그 말의 의미를 알고 눈물을 흘린다.

그 순간, 하늘의 달이 반으로 갈라진다.


갈라진 달의 틈새에서 달빛이 새어 나와 천년의 감옥을 비춘다.

그 강렬한 빛에 천년의 감옥에서 월성이 깨어났다.

그의 두 눈동자 속에는 은하의 미소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이 세상의 운명은, 결국 ‘세상에 보냄 받은 자’의 손에 있다는 것을.

달빛이 두 사람을 감쌌다.


죽음도, 시간도, 신의 규율도, 존재하는 모든 것이 멈췄다.

천년의 시간을 지나, 너의 시간으로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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