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리말 달의 이름.
가을이 오면, 하늘이 먼저 달라진다.
공기가 파랗게 변하고, 달빛은 샛노랗게 짙어진다.
밤마다 다른 이름의 달이 떠오르고, 그 이름들은 모두 마음의 결을 닮았다.
누군가는 그것을 단순한 모양의 변이라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감정의 순환을 본다.
하루와 한 달, 그리고 한 생이 달처럼 기울고 차오르는 것을.
갈고리달은 늘 그리움의 첫 모양이었다.
아직 닿지 못한 마음이 공중에 걸려,
스스로의 끝을 긁어대는 듯했다.
손톱달은 닿을 듯 말듯한 희망의 선이었다.
밤을 쓸어내리면 그 끝자락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묻어 나오곤 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내가 가진 달과 비교해보곤 한다.
눈썹달은 웃음과 슬픔이 맞닿은 얼굴,
그 곡선 하나로도 마음이 기울었다.
초승달은 약속의 형태였다.
빛을 품은 어둠, 혹은 어둠을 껴안은 빛.
새로운 계절은 언제나 초승달의 가장자리에서 시작되었다.
으스름달은 낮과 밤이 뒤섞이는 순간의 얼굴이었다.
그 시간의 빛은 희미해서,
사람의 마음도 어디쯤이 어둠이고 어디쯤이 빛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때마다 마음속의 경계를 잃고,
스스로를 잊었다가 다시 찾아내곤 했다.
지새는 달은 오래된 기다림의 상징이었다.
잠들지 못한 마음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끝내 지새운 새벽,
그 빛 아래서 나는 늘 누군가를 놓아주었다.
달무리는 사랑의 울타리였다.
형체도 없고 잡히지도 않을 듯 보이는,
멀리서 보면 서늘한 고리처럼 보였다.
온달은 그 모든 것을 품은 원이었다.
이름 그대로 온전한 달.
그 속엔 잃은 것과 얻은 것이,
비어 있는 마음과 가득 찬 마음이 함께 빛났다.
조각달은 부서진 약속의 잔 파편이었고,
그믐달은 모든 끝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늘
새로운 빛의 시작을 보았다.
달은 매달 같은 길을 걸어가지만,
그 길 위의 빛은 한 번도 같지 않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사랑하는 일은
언제나 같은 반복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온도는 매번 다르다.
오늘 밤의 나는 아마 으스름달쯤일 것이다.
아직 완전히 어둡지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은,
어딘가 중간쯤의 마음.
그리움이 남아 있어 좋고,
비워내는 법을 배워서 더 좋다.
가을은 그렇게 내 안을 지나간다 —
달의 이름으로, 가을의 노란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