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기? 뽑기? 달고나잉.

섭식장애 이야기 19

by 노래하는쌤

요즘 달고나 이야기로 교실 안이 시끌벅적하다.

국자에 설탕을 넣고 불에 녹여서 만든다는데, 아이들 말을 들을 때마다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


쉬는 시간, 은옥이가 손에 뭔가를 들고 온다.


“쌤아, 묵어봐. 어제 울 언니가 맹글어 줬어. 겁나 달달혀.”


은옥이가 건넨 달고나를 손톱만큼 쪼개 입에 넣는다.


첫맛은 살짝 쌉싸래한데, 곧 단맛이 훅 올라와 입안 가득 번진다.


“고맙다이. 차말로 맛나다이.”


“쌤아, 니 띠기 맹글어 봤어?”


“아니, 나 한 번두 안 맹글어 봤는디?”


“나도 그래야. 울 엄니가 손 딘다고 못 맹글게 한당께.”


“근디 어쩌코롬 맹그는 거여?”


은옥이랑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뒤에서 해숙이가 거든다.


“소다여. 소다를 느야 띠기가 된당께.”


“오메, 니는 맹글어 봤는갑다이?”


“쩐번에 맹글다가 나는 손 다 디어브렀시야.”


아이들이 서로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자꾸만 더 만들고 싶어진다.

하교 종이 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쏜살같이 들어간다.


설탕을 꺼내고 국자를 꺼내고, 가스레인지를 켜는데

‘따따따따’ 소리만 나고 불이 붙지를 않는다.


‘할머이가 밸브를 잠가브렀나?’


뒤로 돌아 LPG 밸브를 열고 다시 불을 켠다.

국자에 설탕 한 숟가락을 넣고 살살 젓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말하던 캐러멜 색깔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맞네이… 소다를 느야 된다 했는디.’


서랍에서 하얀 가루를 꺼내 넣어보지만 국자만 까맣게 탄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실패.

국자 두 개랑 숟가락 하나만 시커멓게 되어 버렸다.


수세미로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질 않는다.

만례씨한테 혼날까 봐 찬장 뒤에 슬쩍 숨긴다.

밭에서 돌아온 만례씨가 저녁 준비를 하다가 국자를 찾는다.


“오메, 국자가 모다 어디로 가븟다냐?”


나는 쭈뼛쭈뼛 찬장 뒤에서 국자랑 숟가락을 꺼내 들고 고백한다.


“할머이, 미안혀… 내가 해볼라고 했는디 이라고 되븟당께.”


“머슬 할라다가 이라고 되븟는디야?”


“내가… 띠기를 맹글어보려 했는디 암만 해도 안된당께.”


만례씨는 내 이야기를 듣고 서랍에서 하얀 가루를 집어 든다.


“니가 거따가 느븐것은 소다가 아니고 백분이여, 백분.”


저녁을 먹는 동안 만례씨는 까맣게 탔던 국자를 어느새 반짝반짝 닦아놓았다.


“할머이, 어쩌고 했능가?”


“철수세미로 빡빡 문질러븟재. 일로 오니라. 띠기 맹글게.”


만례씨는 국자에 설탕을 넣고 소다를 톡 넣어 보여준다.

작은 불 위에서 설탕이 금빛으로 녹아가는 모습이 신기하다.


철쟁반 위에 눌러내는 순간,

달콤한 냄새가 집 안에 느긋하게 퍼진다.


“인자 니도 해봐라이.”


나는 만례씨 손짓대로 따라 한다.

처음보다 훨씬 덜 탔다. 뭔가 제대로 된 것 같다.


“할머이, 나 또 맹글어도 됭가?”


“글믄 되재. 안 되겄냐이.”


만례씨 입에 먼저 쏙 넣어드린다. 그리고 한 조각을 내 입안에 넣는다.


“이것이 그라고 묵고자펐냐?”


“나는… 묵고자픈 것보담… 맹글고 자팠당께.”


만례씨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한다.


“나코는 하고자프믄 몬야 말해라이. 깨스불 쓰는 것이랑 지대로 알켜줄랑깨.”


“…알았다이. 할머이, 고맙네이.”


달고나를 오물오물 씹을수록 단맛이 천천히 스며든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도 만례씨의 애정이 달달하게 스며든다.


그때의 기억이 오래오래 달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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