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소고기다시다

섭식장애 이야기 20

by 노래하는쌤

만례씨는 장에 다녀와 새우와 멸치, 건표고와 건다시마, 북어를 한 아름 풀어놓았다.


“오늘 다시개루 맹글랑께 책잠 보고 쉬어라이.”


“할머이, 나도 같이 하믄 안됭가?”


나는 고개를 사정없이 저었고, 만례씨는 그저 웃었다.


“난중에 모다 갤켜줄 것인디 머슬 뻘써 해블라고 해쌌냐이.”


“나는 지금 해블고 자픈디?”


“아따, 그라믄 손 깨까시 시챠블고 오니라이.”


만례씨는 나의 부탁에 결국 손을 씻게 하고 김장비닐 위에 내 자리를 내어주었다.

멸치 상자를 뒤집어 쏟으며 만례씨는 천천히 설명해 준다.


“몬야 대가리를 따븐담에 배통아리를 갈라갔고 똥을 빼블믄 돼아야.”


손에 익지 않은 멸치를 다듬으며 나는 자꾸만 맛이 궁금해졌다.


“할머이, 한나 묵어봐도 됭가?”


“그랴? 쪼까만 지달려라이.”


잠시 기다리라던 만례씨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프라이팬을 달궜다.

멸치가 볶아지는 냄새가 부엌에 고소하게 번져갔다.

만례씨가 볶아진 멸치를 접시에 담아내어 건네준다.


“아나, 묵어봐라이.”


먼저 만례씨 입에 하나.

그리고 내 입에 하나.


“와따, 꼬시네이. 할머이, 그란디 이것은 멋이여?”


“고것은 꼴뚜기여.”


“야도 묵어도 됭가?”


“고것은 안 비렁께 걍 묵어봐라이.”


입 속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만례씨는 프라이팬 두 개를 달궈 한쪽에는 멸치를 올려놓고,

한쪽에는 새우를 올려놓고 북어를 방망이로 두드린다.


“할머이, 나 고것도 해보고 자픈디?”


나에게 방망이를 쥐여주며 만례씨가 당부한다.


“손꾸락 안 댈키게 꼬랑지 잡고 해라이.”


북어를 두드리는 소리, 믹서기 돌아가는 소리로

부엌은 하루 중 가장 따뜻한 곳이 된다.


만례씨가 새우랑 멸치를 볶아서 식히려고 철쟁반에 널어놓고,

어느 틈에 냄비에 무청시래깃국을 끓이고 있다.


“쌤아, 간봐라이. 쪼가 삼삼하냐이?”


“나는 개안한디?”


“다시개루 통잠 열어 줘봐라이.”


만례씨가 직접 만든 다시다가루를 한 스푼 넣어 국을 휙 젓는다.


“따시 간 봐 바라이.”


국이 끓고 만례씨가 직접 만든 만능 다시다가루가 들어가고 맛은 더 깊어진다.


“아까도 맛났는디 훨배 맛나네이.”


그 말에 만례씨는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밥 묵고 인자 쪼까 쉬었다가 해야쓰겄다야.”


만례씨가 정성스럽게 끓여준 무청시래깃국과 계란찜에 저녁을 맛있게 먹는다.

만례씨는 쉬었다가 만든다고 하더니 말만 그렇게 하고,

밥을 먹고 나서도 쉬지 않는다.


남은 재료를 갈아 다시다가루를 만들고 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는다.

그 옆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삶은 무청시래기 봉지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냉동실 안에서처럼

만례씨의 애정도 소리 없이,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여간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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