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없는 그곳에서 평안하길......

삼가 마음 모아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by 노래하는쌤

너의 부고를 듣고 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에 마음이 너무 무겁고 아팠다.


너와 나는 마하나임 찬양팀으로 만났다. 나는 대학을 막 졸업했고, 넌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이었다. 원래 찬양팀을 맡으려고 했던 장호오빠가 나를 추천했다고 하시며 예배팀 장로님께서 부탁하셨고, 나는 그렇게 마하나임 찬양팀 인도를 맡게 되었다.


현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너희들과 찬양하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함께 갔던 수련회에서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다들 정신 나간 사람처럼 깔깔대던 그 장면이 가끔씩 떠오른다. 간이로 만들어 놓은 세면실 앞에서 우리 누나를 지킨다며 보초를 서다가, 번개가 떨어져 죽을 뻔했다며 야단법석을 떨던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아직도 행복한 웃음을 짓곤 한다.


늘 맡은 자리에서 성실하고, 성격도 밝았던 너였기에 너는 형과 누나들, 어른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 쭈뼛거리며 나를 어려워하며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아이들 틈에서, 너는 저 멀리서도 내가 보이면 ‘누나’라고 부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너는 넉살도 참 좋았다. 마치 가족처럼 린이에게 우리 샘이누나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기도빨이 좋다는 나의 장난스러운 말에, 너는 태권도사범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며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네가 싱가포르에서 태권도 사범의 꿈을 이뤘을 때, 나는 내가 너의 엄마라도 된 것처럼 기뻤다. 그리고 오랜 연인과 결혼해서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가 된 너를 보고 참 감사했다.


사촌동생이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 싱가포르에서 우연한 기회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항공사 면접을 보게 되었다. 코로나동안 싱가포르를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킨 덕분인지 면접에 최종 합격하면서 올해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두 달 전 사촌동생 언니의 상견례를 앞두고 사촌동생이 한국에 왔었고, 우리는 내년에 싱가포르에 가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린이와 난 내년 가을쯤으로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싱가포르를 떠올리면 늘 네가 먼저 떠올랐다. 당연히 내년 싱가포르 여행 일정 안에 너와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보자며 가볍게 건넨 인사였지만, 결국 얼굴을 보지 못하고 이렇게 떠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너의 장례식에 가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항공권 예매사이트에 들어가서 나는 한참을 헤매고 다녔다. 이런저런 핑계뿐이겠지만 너의 마지막도 지켜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너 또한 아낌없이 사랑했을 거라고, 누구 못지않게 행복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겨진 사랑하는 너의 가족들이 마음껏 아파하고 다시금 회복되길 기도한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너에게, 보낼 수도 없는 편지를 그리움을 담아 마지막으로 써내려 간다.

마지막 가는 길마저도 함께하지 못해서 누나가 미안해.


David! 아픔 없는 그곳에서 평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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