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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식이 Sep 11. 2016

흐린 기억 속의 그대

하지만 여전히 나의 그대


        한 부부가 함께 요양원에 들어왔습니다. 부부가 동시에 요양원에 들어오는 경우도 가끔은 있지요. 하지만 이들처럼 동시에 입주해서 함께 같은 방에 살게 되는 경우 보다는, 누구 한 명이 먼저 들어와서 있다가 부인이나 남편이 후에 따라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두 분 다 90 언저리로 보이고, 할아버지는 키도 크고 덩치가 좋으신데 비해 할머니는 꽤나 작고 아담한 체구였습니다. 두 분 다 심한 치매를 앓고 계신 듯 했습니다만, 할머니 쪽이 조금 더 심하신 듯, 계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려는 시도를 하시거나 복도를 헤매고 다니시는 행동을 보이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그저 할머니를 열심히 따라 다니시구요. 


        들어오신지 6개월 가까이 된 지금은 두 분의 상태가 더 안 좋아져, 이제는 복도를 헤매고 다니는 등의 모습도 좀처럼 볼 수가 없습니다. 간병인 아주머니들이 식당으로 모셔오면 식당에, 방으로 모셔다 드리면 방에 그냥 가만히 앉아 계세요. 같이 간식을 드시고, 같이 꾸벅 꾸벅 조시다가 또 같이 식사를 하십니다. 치매가 심해지면 음식을 봐도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안들고, 음식을 삼키는 법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이 할머니의 경우엔 멍하니 앉아 있다가도, 옆자리의 할아버지가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스푼을 들기도 합니다. 두 분 사이에 대화는 없지만 가끔 손을 잡고 있는 모습 등을 보면 분명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소통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한번은 할머니가 열심히 복도를 또 돌아다니시길래 쫒아가서 왜그러냐고 그랬더니 가위가 필요하시답니다. 가위? 가위는 왜? 했더니 입고 있는 스웨터 밑으로 뭔갈 보여주며 이걸 잘라야 한답니다. 간병인 아주머니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더니 오셔서 아마 속옷이 엉켜서 불편한가 보다고 방으로 모시고 가자고 했습니다. 방으로 가서 보니 역시나 브래지어 끈이 엉켜있더군요. 벗기고 다시 해 드리려고 하자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나즈막히 오. 하는 소리를 내시더니 느릿느릿 손을 올려 두 눈 언저리에 대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간병인 아주머니가 깔깔 웃으시며 "Excuse us."하시곤 할머니를 한쪽으로 모시고 가 커튼을 쳤습니다. 할아버지는 두 손으로 계속 눈을 가리고 계셨고, 내가 두 손을 내려드리자 또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멍하니 앉아 계셨습니다. 


        많이 잊어 버린 것 뿐입니다. 많은 단어를 잊고, 매너를 잊고, 노래하는 법을 잊고, 심지어 가족을 잊어버렸지만, 그것이 그들을 마치 없는 사람인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무시를 해도 된다는 명분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들 역시 옷이 벗겨지면 창피하고, 손을 어루만져주면 안도하고, 강아지를 보면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냅니다. 그것 뿐 아닙니다. 어느 날은 두분이 열심히 식사를 하고 계시기에 할아버지 어깨에 손을 얹고 맛있어요? 하고 물으며 몸을 기울이자, 할머니가 저를 빤히 쳐다보시는데 순간 뭔가 쌔 한 느낌이 들어서 할아버지에게서 얼른 손을 땠네요. 그러자 할머니는 또 별일없다는 듯이 식사를 계속 하셨어요. 그 봐요. 다 알고 느끼고 계시다니까요. 












"Hey Mary, how is the soup? Is it good?"

"... ..."



"Guess What, today we have a concert down stair. Would you like to come?"

"... ..."



"Who is this? Who is here sitting beside you?

"... ..."














"... ... My hus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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