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시기.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블로그에 기록을 남겼다. 브런치라는 채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관련된 강의를 들으니 '각'이 보였다. 작가 신청을 했고, 지금까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진 시기였는데도 브런치만큼은 바로 될 것 같았다. 어느정도 글빨이 있다면, 이곳에서 글을 쓰는 자격은 아무래도 신선하거나 절실할때 주어지는 것 같았다.
9월 6일에 첫 글을 올렸으니 반 년 정도가 지났다. 거의 이틀에 하나씩 글을 생산했다. 여유가 많은 시기라고는 하지만 제법 애정을 쏟은 셈이다. 처음에는 우울증을 버텨내는 이야기만 썼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글을 써보고 있다. 주제를 받아도 보고, 일부러라도 삐딱하게 생각해보고, 과거의 경험과 인생책들을 조명해보고, 독립서적까지 리뷰해보니 생각보다 쓸 수 있는 글이 많다. 허공을 떠도는 생각을 글쓰기 주제를 생각하는 것으로 붙잡을 수 있어서 좋다.
2시간이고 3시간이고 몰두한 후에 느끼는 뿌듯함. 글을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쓰려는 이유다. 역투를 펼쳐 세이브를 잡아내는 마무리투수의 마음이 이럴까. 무언가 집중하는것이 어렵기에, 몰입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몹시 소중하다. 앞으로도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해서 글을 써 갈 예정이다. 실력이 늘지 않더라도, AI가 하루에 100개씩 쓰는 글보다 못하더라도, 크게 개의치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글쓰는 행위 자체가 더 의미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