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초코숲 Nov 15. 2022

아직은 돌아감을 허락하지 않는다네

우울함과 함께 지낸 지 반년이 지났다. 웃음 짓는 것조차 어려웠던 그때보다는 훨씬 괜찮아졌다. 잠은 아직 수면유도제가 없으면 힘들지만, 평소보다 피곤하게 몸을 쓴 날에는 나름 잘 자고 있다. 카페인은 여전히 입에 대지 않고 있어 오후에는 멍할 때가 많다. 약물의 힘일지, 상담의 결과일지, 요가와 명상의 도움인지, 그것도 아니면 갈겨쓰는 글 덕분일지. 하여튼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건 확실하다.


그러나 아직 회사 생각을 하면, 회사 근처에 가면 가슴을 쿡쿡 찌르는 증상은 여전히 남아있다. 심하게 올 때면 강을 건너기만 해도 증상이 시작된다. 차를 타고 다닐 때면 아무리 돌아가더라도 회사 쪽으로는 가지 않고 있다. 운전하다가 혹시나 증상 때문에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 정확한 병명을 듣진 모르겠지만 아마 이게 '공황장애'같다. 아무 이상 없는 심장이 뇌에서 생각하는 위협에 반응한 결과니까. 


문득 이것은 내면 아이의 명령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돌이켜보면 스스로에 대해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보려고 노력했던 적은 올해가 처음이다. 수십 년을 방치해놓았던 내면 아이와 화해하기에 반년은 부족하다. 때를 쓰는 건지, 계속해서 벌을 내리는 건지, 뭐가 되었든 녀석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확고해 보인다


"아직은 돌아감을 허락하지 않는다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뭐라고 말하든, 조직이 어떤 쓴맛을 보여주든 간에

 일단은 내 목소리를 한 번 들어보기로 결정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약 안 먹은 하루의 고통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