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휴를 맞아서 지난번에 읽다가 멈췄던 조영태 교수님의 “정해진 미래”를 다시 읽었습니다. 지난 9월에 처음 책을 접했을 때도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점이 컸었는데 지금 연말에 책을 다시 보니 느낌이 또 많이 달랐습니다.
한 나라의 인구의 변화는 인구 밀도와 연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단 광복 이후에 적은 인구수에서 출발합니다. 1차 산업 시대에는 자식 수가 곧 노동력이고 경쟁력이니 한 집에 4명에서 많게는 8~9명씩 많이들 낳았습니다. 그러다가 생활환경이 많이 개선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게 되면서 인구 폭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베이비 붐 시기를 맞게 됩니다.
70년대 초반에 100만 명을 찍은 신생아 수는 정부의 적극적인 인구 정책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사회 경쟁이 강화되면서 2002년에 50만 명 이하로 줄어들게 들어 급기야 2020년 작년에는 30만 명이 채 안 되는 시기 도래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 영향도 있었지만 최초로 새로 태어난 사람보다 사망자 수가 더 큰 Dead Cross도 이루어졌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급격한 변화 앞에서 우리의 앞으로의 인구수 추이는 정해져 있지만 과연 제목처럼 우리의 미래도 정해져 있는 걸까요?
이미 정해진 기형적인 인구의 분포 현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당분간은 참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개체수가 늘어나면 경쟁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개체수가 Saturation 되듯이 100세 시대에 100만 명으로 태어난 70년대생도 30만 명으로 태어난 2020년대 생도 어쨌든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노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수는 더 줄어들 것이고 사회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초고령층은 더 늘어날 테니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짐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출산율이 더 증가하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 자체도 나이가 들었습니다. 인구 전체의 평균 나이는 이미 2015년에 40살을 넘겼습니다. 작가가 비교의 예로 든 베트남이 28세 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그만큼 인건비도 비싸고 덜 역동적인 사회로 빠르게 변하는 중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중국으로 그리고 이제는 동남아로 계속해서 더 생산비가 저렴한 곳으로 공장이 이동하는 것아 당연합니다.
한해 대학 신입생 정원이 45만인데 신생아 수가 30만이면 우리 아이가 대학 갈 때 즈음이면 입시도 좀 쉬워지고 경쟁도 덜하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그전에 그런 대학들의 생존이 먼저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줄어든 사회 역동성은 산업 전반의 침체를 부를 겁니다. 한정된 일자리에는 베이비 붐 세대들이 먼 노후 생계를 이어 가기 위해 은퇴 이후에 같은 경쟁 선상에 나서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래 저래 젊은 계층이 사회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모습은 작년으로 20주년을 맞은 저희 회사랑 입장이 비슷하더군요. 처음 2000년도에 설립될 때만 해도 회사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에 신입들이 가득 찬 젊은 회사였습니다. 라인에 투입되는 생산 인력들도 모두 20대 중반으로 회사 평균 나이가 26~7세 정도였죠. 그리고 그 이후 여러 흥망성쇠의 20년을 겪고 나니 그때의 신입 사원들은 다들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회사가 그분들을 고참 엔지니어로 관리 역할을 맡기고 확장된 사업에 새로운 젊은 인원이 투입되는 선순환이 되면 좋으련만 코로나로 수출 물량이 급감하면서 올해는 10년 전과 똑같은 내수 성적을 내고도 수익률은 예전보다 훨씬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작은 규모에서도 효율적인 회사로 변모하기 위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이미 정해진 미래. 결국 유럽의 국가들처럼 한정된 국토에 적절한 인구수가 유지되고 조정되어서 인구에 큰 변화가 없어질 때까지 약 10~20년 정도의 조정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 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크게 달라져 있을 겁니다. 그런 중요한 분기점에 지금 우리가 서 있습니다.
수적으로 열세인 젊은 세대들의 생산성에만 의존할 수 없겠죠.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생산적인 기여자가 될 수 있는 산업 구조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또 가족에서 국가로 옮겨 가고 있는 노인의 봉양을 위한 다른 재원을 찾아야 합니다. 불필요한 경쟁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같은 세대 간의 순위에 얽매이지 말고 세대를 넘는 자신만의 강점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구 수적으로 절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저를 포함한 40 ~50대 기득권 세대가 미래 세대들을 위한 정책을 지지하는 투표를 해야 합니다. 그들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이니까요. 특히 조정기 시대에 사회에 진입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온몸으로 받을 세대들에게 적어도 짐이 되지는 말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작지만 안정적이고 그래서 미래가 보이는 대한민국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