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데 걸리는 시간
허문회 감독이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30경기가 이제 내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전체를 두고 보면 단장의 시간이 있고, 선수의 시간이 있고, 감독의 시간이 있는 듯 합니다.
겨울은 단장의 시간이죠. 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고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영입하고 육성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상은 단장이 합니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을 방출하고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고 외인들을 계약하고 육성 기조를 일괄적으로 끌고 갈 코칭 스태프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습니다.
봄은 흔히들 감독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선수의 그것도 고참의 시간입니다. 특히 이번 허문회 감독처럼 새로운 리더쉽이 들어온 상황에서는 팀을 완벽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고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스스로를 증명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허문회 감독이 이야기한 30경기는 감독이 방패가 되어 결과가 어찌 되었건 고참들에게 “니 맘대로 한번 해 보라”는 시간을 준 것입니다.
이 시간의 결과는 14승 15패에 6위이지만, 이 시간을 버팀으로서 허문회 감독이 얻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첫 째, 고참이라도 번트나 작전의 지시에 대해 적극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팀은 사실 몇 경기를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아서 졌습니다. 그리고 최종 책임은 감독이 진다고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스스로 강공을 택하고 병살타를 쳐서 흐름을 끊었던 그 선수는 그게 자신의 선택이었고 그 책임의 무게를 알 겁니다. 그리고 그 무게감이 부채 의식이 앞으로의 벤치의 지시를 군말없이 따르는데 힘을 실어 줄 겁니다.
둘 째, 부진한 선수는 고참이라도 자리를 새로운 선수에게 내어 주어야 합니다. 그게 부상 때문이든 체력이 떨어 졌건, 초구를 치던 말던 본인의 성적은 본인이 책임이 지는 겁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새 선수들로 채워 질 겁니다. 지난 주도 그렇게 새로 수혈된 선수들의 활약으로 3연패의 충격을 딛고 3연승으로 겨우 5할 근처에 돌아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30경기를 선수들이 마음껏 하게 해 주었지만, 라인업을 통해 팀이 원하는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를 계속 주지시켰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무엇이 더 필요한 부분인지에 대한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초구만 치던 손아섭은 가장 공을 많이 지켜 보는 타자가 되고 볼 뒤로 빠뜨리기 일 수 였던 김준태는 후배인 정보근을 보면서 부쩍 블로킹이 늘었습니다. 수비가 되는 선수를 먼저 세우겠다. 아직 근력이 부족한듯 타구에 힘을 못 싣는 정보근을 그 자리에 세운 이유도 감독이 원하는 우선 순위를 명확히 전달하고 선수들 스스로 그 걸 느끼게 하기 위함일 겁니다.
2군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이 정확히 OPS 좋은 순서인 걸 보면 호사가들이 이야기하는 성단장과 허문회 감독 간의 갈등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정훈이 빠져도 / 민병현이 다쳐도 / 전준우가 몇 경기 쉬어도, 채울 선수가 있습니다. 일단 수비와 필승조가 안정화됐으니 바닥은 다졌고, 이제 컨디션이 좋고 준비된 팀원으로 이기는 라인업 짜고 필요한 작전은 시도하면서 한 발 한 발 가면 됩니다.
30경기를 지난 지금이 진짜 “감독의 시간”입니다. 한번 지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