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에도 승리와 고참이 필요합니다.

우리 코가 석자인데. 타산지석이라.

by 이정원

한화가 시끄럽습니다. 벌써 16연패이고 곧 삼미의 18연패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입니다. 한용덕 감독은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자진) 사퇴했고, 최원호 감독대행은 엔트리를 10명이나 갈아 치우면서 서산 이글스를 1군 시합에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두번의 시합에서 5점 내고 30안타를 맞고 21점을 내줬습니다. (롯데 팬인 저야 고맙습니다만 야구팬으로서는 좀 불편했습니다.)


부진의 원인에 대한 최원호 대행의 진단은 정확하다고 봅니다. 이 팀은 감독의 권위가 무너졌습니다. 그게 부상인데도 계속 출전을 강행하게 한 감독 탓인지 아니면 출전하라는 감독에게 항명한 고참 탓인지 누가 더 큰 잘못을 한 건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그들은 이미 한팀에서 운동을 할 수 없는 선을 넘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고참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피로 채워서 최대한 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새로운 방향은 좋습니다. 다만 간과하고 있는 점은 그렇게 급하게 만든 팀이 과연 1군 무대에서 싸울 준비는 되었냐는 부문입니다.


선수 수급이 제한적인 한국 야구의 현실에서 류현진 같은 괴물 신인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이유는 육성군과 2군 그리고 1군의 실력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의미합니다. 갑자기 1군에 올려도 그래도 30% 정도의 승리를 따낼 수 있을 거라는 건 사실 요행에 가깝습니다.

최원호 대행 말대로 100연패야 하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한화에게 이기고 지고가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팀의 목표가 유망주의 성장이라면, 진짜 필요한 건 개인도 팀도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한 경기 한 경기 나아지는 걸 느끼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은 팀을 생각하는 근성 있는 고참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라면 어떤 이유든 팀에 항명한 이용규 / 송광민 이런 개인 지상 주의 고참들은 일벌 백계 하겠습니다. 2군에 두고 기회도 주지 않을 겁니다. 남은 고참들에게도 메시지를 명확히 전합니다. 선수는 팀을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동의하지 못하면 시합에 안 내 보내겠다고 명확히 의사를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김태균이나 송창식 / 안영명 이런 그동안 어려운 시간을 버텼던 고참에게 주장이나 투수조 조장 같은 보직을 주겠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김태균은 적당히 부상이라고 하면서 엔트리에서는 빼서 몸을 추스릴 시간은 주면 됩니다. 대신에 덕아웃에 남아서 중고참 중에 목소리 큰 선수들과 함께 경기 중에 시끌 벅적하게 만들겠습니다.


신입 선수들에게는 명확한 과제를 주겠습니다. 아직 낯설고 변화구 각도 차원이 다르고 적응하기 어려우니 무조건 1-2 구 내에서는 직구 타이밍으로 나가 봐라. 최대한 Ball을 보고 기다려 봐라. 무조건 밀어쳐 보라는 식으로 팀은 계속 지고 뭐가 먼지 정신 없는 신입들 마음에 오늘 경기는 이것 하나만 기억하라고 간단하지만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겠습니다.


그리고 팀을 1군 무대에 그나마 경쟁력이 있게 하기 위해서 팀 내 최고 투수들, 외인투수들. 정우람을 비롯한 필승조를 3회든 4회든 필요한 시기에 제일 먼저 투입하겠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성장에 도움이 될 만큼” 긴장감이 있고, 그래도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하겠습니다.


롯데도 이미 겪었고 한화도 오랜 시간 겪었지만 패배주의에 빠진 팀을 위닝 멘탈리티로 다시 되돌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왕 칼을 뽑았으면 그냥 나이든 순서대로 자르고, 젊은 애들 뛰게 하면 자동적으로 경험치가 쌓일 거라는 착각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RPG 게임에서 몬스터를 잡아야 경험치를 받습니다. 몬스터에게 잡히면 도로 원점일 뿐입니다.


한화의 건강한 리빌딩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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