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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18. 2021

중국에서 조인트 벤처로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

돈을 벌어도 가져갈 방법이 없고 수익을 가져가려면 경쟁력이 없습니다.

[카QA센터-53-중국] 중국에서 조인트 벤처로 자동차 사업을 하는데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벌써 2년 전이네요. 제가 한창 개발하고 있는 东风小康 공장에 늘씬한 SUV가 주르륵 전시되었습니다. 그날이 동펑 자동차 사장단이 방문하는 날이라 계열사 중 하나인 东风风光에서 새로 출시하는 차량을 전시한다고 했습니다. ix5라는 모델인데 앞은 폭스바겐의 투아렉 같고, 뒤는 마칸 비슷한 라인인데 크기도 꽤 크고 디자인이 볼만 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가격입니다. 12만 위안에서 15만 위안이니까 우리 돈으로 하면 18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더군요.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 싸게 차를 만들 수 있는지가 늘 궁금했었습니다.


제일 첫 번째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들 수 있겠죠. 공장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80만 원이 채 안되니 그만큼 차량 단가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듯합니다. 둘째로는 공장 부지 등의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을 겁니다. 대부분의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정부와 밀월 관계로 특히 각 성도 별로 본인 지역에 자동차 공장 및 부품 산업 유치를 위한 정부 지원이 상당합니다. 넓은 땅을 거의 무상으로 임대받아 지원받은 예산으로 설비도 마련합니다. 대신에 회사 내에 공산당 조직이 있어야 하고 중요한 결정들은 당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부분은 저렴한 부품 가격에 있습니다. 작년 말에 일입니다. 인증 시험을 하러 중국 정부 기관을 찾은 프랑스인 동료가 갔다 온 이후에 깜딱 놀라서 이야기하더군요. 최근에 중국 정부에서 인증 규정을 새로 바꾸었는데 내용은 동일해도 법규 이름이 바뀌어서 이전에 했던 인증 시험 결과를 인정해 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여러 번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다시 시험을 하러 갔더니 저희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조인트 벤처 차량들이 다 모여 있더랍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 위원과 동펑 자동차 사람들이 각 회사들이 가져다 놓은 차량과 제출한 서류를 보면서 대놓고 비교 검토하고 있더랍니다. 인증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부품의 도면까지 내라고 요청하던 이유가 이런 것 아니겠냐고 분통을 터트리더군요.


우리 같으면 지적 재산권 문제와 비밀 유지 문제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 하에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그룹 내 부품 회사로 들어가서 시작품으로 돌아오겠죠. 개발에 들어가는 많은 돈들. 또 만든 물건의 품질을 확인하는데 들어가는 많은 투자 없이도 쉽게 일정 수준 이상의 부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중국 정부의 (대놓고 하는)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날고 있는 사이에 조인트벤처로 중국에 들어온 글로벌 기업들의 현황은 어떨까요? 한국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현대 자동차의 중국 위기설로 중국 사람들이 사드 때문에 정서적인 이유로 현대차를 안 사는구나 하지만 사실 실상은 다른데 있습니다. 일단 중국에서는 1) 중국 내에서 제작하지 않은 차량에 대한 관세를 25%나 부과합니다. 물류비까지 포함하면 현지에서 판매하는 가격 대비 30~40%가 비싸지는데 중국 물가를 반영하면 시장성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차피 비싼 최고급 럭셔리 차량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중국 내 생산을 추진합니다. 아무래도 인건비도 저렴하고 시장이 크니까 현지화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런데 이런 현지화에도 제약이 따릅니다. 먼저 법에 의해서 2) 외국 기업이 단독으로 현지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특히 중국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활동마다 중앙당과 연결된 조직이 필요한데, 자동차 제조업이란 것이 대거 인력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이다 보니 당과 연결된 기업들, 대부분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들이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참여합니다.


사실 자유주의 경제 체제인 한국에 진출한 단독 외국계 기업들(제가 다니는 르노삼성까지 포함해서)조차도 한국에서 벌어 들인 돈을 본사로 송금하는 것은 할 수는 있지만 무척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일입니다. 일단 외화가 송금되면 한국은행에서 바로 인지하고 이를 바로 기사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외국 기업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나빠지게 되고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위험이 있습니다. 정부가 경제를 통제하고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경영에도 국내 기업이 관여하는 중국은 당연히 더 하겠죠. 제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가능한데 어려운 건지 아니면 아예 불가능한 건지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상 벌어들인 이득을 직접적으로 현금화해서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투자한 자동차 회사가 이익을 환수하는 합법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3) 수입하는 부품을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파는 겁니다. 핵심 부품을 현지화하지 않고 현대 글로비스 같은 본사가 세계 각지의 supplier로부터 부품을 받아서 일정 수준의 마진을 붙여서 납품합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일정한 수입을 본사로 회수할 수도 있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기술 유출도 막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쨌든 이런 부품 가격의 상승이 차량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구조의 합작 회사 차량들은 결국 중국 내 로컬 파트를 사용한 차량에 비해서 10%~20%가량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한국에서 3000만 원 하는 차량이 있다면 경우에 따라서 가격은 아래와 같이 형성됩니다. (대략적인 예상입니다)


1. 직접 한국에서 수입하는 경우 : 4000만 원

2. 합작회사에서 부품가에 수익 붙여 파는 경우 : 3200만 원(아무래도 인건비가 싼 효과가 10% 정도 있습니다)

3. 합작회사에서 현지 부품만 가지고 최대한 싸게 만들 경우 : 2700만 원

4. 중국 내 업체가 비슷한 수준의 차를 카피해서 내놓은 경우 : 2400만 원 --> 품질을 일정 수준 포기하면 2000만 원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을 미리 선점하고 좋은 품질이라는 이미지와 충분한 물량을 확실히 확보한 경우(폭스바겐/GM) 프리미엄 이미지 덕분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혹은 비싸서 더 잘 팔리는 경우(메르세데스 벤츠)를 제외하고는 기타 외국 브랜드의 자동차가 중국인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 시장 점유율도 그런 경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가 그래도 9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모터쇼에서 받은 느낌은 주류에서는 많이 밀려난 것 같았습니다.


하물며 현대보다도 인지도가 떨어지고 디자인도 중국인들의 취향과 동떨어진 르노는 20위 건 내에도 없습니다. 후발 주자인 데다가 라인업도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생존이 위태롭더니 올해는 결국 승용차 시장에서는 철수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룹이 택한 선택이 제가 지금 나와 있는 회사에서 지향하는 "최대한 현지화한 중국산 차량"을 만드는 방향입니다.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하고 수입 부품도 추가 마진을 붙이지 않고 만들어서 단가를 최소화합니다. 판매도 르노 브랜드에 한정하지 않고 OEM 방식으로 여러 브랜드에 판매해서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을 확보하고, 그렇게 완성된 차량을 보완해서 유럽 시장에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국 현지 업체의 성장과 맞물려서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는 르노 본사를 비롯한 많은 중소 브랜드들이 이런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중저가의 차량의 첫 번째 목적지는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수입차 시장이 한국이 될 것은 자명합니다. 이미 폭스바겐에서는 중국 시장에 맞는 Long wheel base (앞바퀴 뒷바퀴 사이의 거리가 큰) 버전의 SUV를 중국에서 개발하고 그중 일부를 한국에도 수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굳이 타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당장 부산 공장의 국내 판매 물량도 앞으로 계속 한국에 계속 생산하게 될지 아니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어려워도 그렇게 걸림돌이 많아도 그래도 연 2000만 대 이상의 신차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규모의 경제에 영향이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장의 상황과 로컬 브랜드의 성장과 맞물려서 요동치고 있습니다. 각자도생. 살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 또 저 스스로가 가야 할 길이 보이길 바라 봅니다.


카QA센터가 어느덧 50번째 글을 훌쩍 넘겼습니다.

여러 관심과 질문들 덕분에 저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살면서 차에 대해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부담 없이 남겨 주세요.

늘 함께해 주시는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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