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별로 다양한 회사들이 그룹을 이뤄 경쟁하고 있습니다.
[카QA센터-52-중국] 중국에는 지역별로 자동차 회사가 다른가요?
제가 중국에서 일했던 EGT라는 회사는 중국의 4대 자동차 그룹 중에 하나인 동펑 그룹과 르노 닛산이 합작해서 만든 조인트 벤처였습니다. 본사는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에 있었지만, 공장은 스옌이라고 하는 시골 도시에 있어서 거의 매주 비행기를 타고 2시간 정도 거리를 출장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 도착한 스엔시는 딱 두 개로 유명하더군요. 영웅문 소설에 나오는 장삼풍의 무당파로 유명한 무당산과 동펑 자동차였습니다. 미국에서 GM 하면 디트로이트이고 현대차 하면 울산이듯이 동펑자동차 하면 스엔이더군요. 도시 전체가 마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기지 같은 느낌으로 거의 모든 부품 업체들이 주변에 다 있고 인건비도 엄청 저렴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애초에 공산당에서 군수용 트럭이나 군수장비를 만들던 회사에서 시작한 동펑 자동차는 스옌시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여러 외국계 회사와 합작해서 덩치를 키운 지금은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으로 나선 것이라고 하더군요. 동펑 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중국의 큰 자동차 그룹들의 특징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겉으로는 민간 기업이지만 실 배경은 국영기업입니다. 대부분 기존 군수 산업을 배경으로 시작했고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제조업이라는 것이 대규모의 투자와 대단위의 생산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기업에는 공산당의 통제가 뒤따릅니다. 제가 있던 회사에서도 중국인 라인 쪽 Management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산당 당원이었고, 회사 인원들 중에 공산당원 들간의 월례 조회가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두 번째로 지자체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국영기업이다 보니 각 성도 별로 지자체 지도자들과 긴밀한 협조 관계입니다. 일례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에서 개발 막판에 배터리가 들어가는 프레임 가공 라인 충원을 이유로 단가를 올려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배터리가 없으면 전기차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 막막했던 터였는데 결국 최종적으로는 스옌시에서 절반을 지원하고 동펑이 1/4 배터리 회사가 1/4을 투자해서 스옌시 내에 프레임 가공 공장을 “동펑리센”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건립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었습니다.
관이 민간의 투자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원 가능한 것은 사업하는 입장에서 큰 기회가 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회사 경영에 지자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이른바 “꽌시”를 많이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펑 이외에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이렇게 지역 지자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치를 살펴보면 베이징 – 산둥 지역 / 상하이 지역 / 광저우 지역 등 산업이 많이 발달된 동쪽 해안가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밀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경에서는 택시로 현대차가 팔리고 상해에 가면 폭스바겐 택시들이 즐비한 이유도 각 지역별 메이저 회사들이 본인 성도 내 판매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 다양한 외국계 회사와의 합작 회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 자동차는 미국 GM, 독일 VW과 각각 합작을, 베이징 자동차는 독일 Mercedes Benz, 한국 현대, 일본 Suzuki와 각각 합작을, 광저우 자동차는 일본의 Toyota, Honda, Mitsubishi와, 그리고 동펑자동차는 일본 Nissan, 프랑스의 Renault, Peugeot-Citroen과 각각 합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합작은 외국계 업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 법규 상으로 외국계 자동차 제작사가 중국 내에 생산 기지를 가지려면 자국 업체와 50대 50으로 조인트 벤처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수익을 해외로 바로 송금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만든 차를 그대로 가져오면 높은 관세를 내야 합니다. 그러니 전 세계 메이커들은 어떻게든 정부와 연관된 지역기반의 중국 내 자동차 회사들과 손을 잡고 대규모 투자를 해서 플랫폼을 만든 비용을 나눌 N을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M&A도 하고 기술 인력도 많이 충원했죠. 그리고 부품 업체들을 공유하면서 이를 새롭게 조합해서 자체 로컬 브랜드의 기술력을 키워 왔습니다. 이제는 중국산 차량이라고 해서 옛날처럼 말도 안 되는 품질로 평가절하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로컬 브랜드의 비율도 40%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은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제는 50% 지분율이라는 합작 기준도 줄이고, 그룹 내 비중도 합작회사보다는 자체 브랜드 체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에 한창 있었던 한국 내 자동차 엔지니어분들의 중국 진출도 지금은 많이 줄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거나 현지 채용 수준의 대우로 중국 내 근무를 이어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에 지리자동차, BYD와 같은 급성장한 민간 자동차 업계까지.. 그야말로 춘추 전국시대 같은 경쟁 구도가 형성된 상황입니다. 중국 내 지역별 GDP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상하이 / 북경 /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들은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동펑을 비롯한 그 외 지역 브랜드들은 많이 위축되었고 그 자리를 테슬라를 비롯한 새로운 브랜드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진나라처럼 전국을 통일하는 브랜드는 아무래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탄탄한 본거지 기반으로 바탕으로 규모와 기술력을 늘려 가는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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