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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12. 2021

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이동하나요?

제한된 교통수단으로 수억의 인구를 원활히 이동하게 하려는 거대한 시험

[카QA센터-51-중국] 중국 사람들은 주로 어떻게 이동하나요?


목요일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차를 회사에 두고 온 금요일 아침에 오랜만에 통근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통근 버스 타는 광교 중앙역까지는 거리가 한 2km 정도 되더군요. 걸어가기는 애매하고, 대중교통은 부실하고, 택시 타자니 비싼 거리라서 난처하던 차에 길가에 전동 킥보드가 보였습니다. 냉큼 결재하고 새벽 공기 가르며 잘 타고 왔습니다.

이른바 “라스트 마일”이라고 하죠. 대중교통과 거주지까지의 이동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최근 여러 사업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도 많지만 특히 대중교통 망이 충분히 촘촘하지 않은 저희 집 같은 교외 지역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 예측됩니다.

전략적으로 시골 지역의 인구를 도시 내 고층 아파트로 이동시키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그렇게 도시로 모아 놓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동하게 할 것인지는 큰 숙제입니다. 땅이 워낙 넓으니 모든 구역을 커버하는 대중교통 체제를 구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죠. 그렇다고 그 많은 사람들이 이동을 자가용으로만 한다면 도로는 아마 차로 가득 찰 겁니다. 그래서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들은 주차장, 번호판을 제한하는 조치를 통해 등록된 차량 대수를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정부 주도하에 다양한 형태의 공유 모빌리티 수단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MOBIKE, OFO 같은 공유 자전거입니다. 파견 가기 전에 다른 일로 출장을 갔던 우한에서 길거리에 늘어져 있는 수많은 자전거들을 보면서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규모도 규모지만 가격이 정말 저렴했습니다. 30분 타는데 1위안이었으니까요. 자전거 대당 가격이 적어도 10만 원 정도는 할 텐데 유지 보수까지 해서 수지 타산이 어떻게 맞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 중국 지인이 그러더군요. OFO 같은 회사는 사기업이지만 중국에서는 정부가 인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공 기업에 가깝다고 합니다. 정부는 회사에 필요한 초기 투자금을 대 주고, 회사는 정부가 필요한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얼마나 이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서 향후 정책에 반영하는 겁니다. 이런 기업과 정부의 공생 관계에서 다른 공유 모빌리티 사업들이 파생되어 나왔습니다.

기존의 공유 자전거는 모터가 달린 전기 자전거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요금은 30분에 10위안 정도로 일반 자전거보다 조금 더 비싸고 보증금도 있고, 충전을 위해 지정된 주차장에 주차하지 않으면 추가 이동 주차 요금도 내야 하지만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 거리가 꽤 먼 지역에 설립된 신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이용객들이 많았습니다.



차량 공유도 대중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카카오 택시에 해당하는 “디디 추싱” 앱에는 기존의 택시 / 고급택시뿐 아니라 사전 등록한 일반인들도 본인 차량으로 택시 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자동차 메이커들도 본인들 브랜드의 전기차를 이용해서 “타다”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전기차 Quarter제 같은 배경이야 어찌 되었건 일반 대중들 입장에서는 부족한 대중교통 인프라를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는 기회들이 열려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이동 이력들과 비용 처리 내역들은 데이터화 되어 관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침에 보면 전날 밤에 없었던 자전거들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위치에 밤새 옮겨져 있고, OFO라는 회사가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자 다른 제3의 기업들이 금방 그 빈자리를 채우더군요. 그렇게 보면, 중국이라는 나라는 마치 엔지니어가 운영하는 회사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거죠. 그게 14억이라는 거대한 인구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토대가 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어떤 경제 체계가 더 우월하다고 정의할 수 없지만, 중국의 이런 테스트 벤치 같은 접근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보다 늦지만 우리보다 유연하고 우리보다 더 빨리 많은 시도들을 해 보고 또 새롭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카카오 같은 개별 기업들 단위로 모으고 있는 인구의 이동에 대한 Big Data들을 하나로 통합해서 공유하고 그것이 사적인 기업의 아이템이 되건 공적인 행정 서비스가 되건 좀 더 편한 이동 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협의체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이냐 상생이냐 이익이 되냐 이런 고민보다 좀 더 근본적인 삶의 개선이 우선시되는 풍토가 잘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카QA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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