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에 했던 이야기를 응원하는 팀에 하게 될 줄이야..
장범준의 '벚꽃엔딩'이 울려 퍼지면 봄이 왔구나 알게 된다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봄이 오는 걸 알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봄만 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서 괜히 마음이 설레는 롯데 팬입니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봄 여름 정규 시즌을 잘 치러서 상위권 팀들이 벌이는 플레이오프가 펼쳐지는 가을야구를 잘해야 하는데 롯데는 봄에 잘하기로 그것도 시범 경기에서 잘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봄데"라고 놀림을 받습니다. 올해도 이른 야구 연습경기 7연승에 롯데 팬의 설렘과 타 팀의 비꼬움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시범경기는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개막 5연전을 연승을 하면서 돌풍이라며 성민규 단장이 방송 인터뷰도 하고 했었죠. 그때도 롯데 팬들만 괜히 설레고 다른 팀 팬들은 전형적인 봄데라고 놀리고 했었죠. 시즌을 7위로 마무리한 결과를 보면 마치 마라톤에서 페이스 조절을 잘못해서 초반에 힘을 다 빠져 버리고 정작 중요한 승부처에는 힘을 못 쓰는 아둔한 운영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 그동안의 기록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2014년 시범경기 1위 두산 / 정규시즌 6위
2015년 시범경기 1위 넥센 / 정규시즌 4위
2016년 시범경기 1위 삼성 / 정규시즌 9위
2017년 시범경기 1위 KT / 정규시즌 10위
2018년 시범경기 1위 KT / 정규시즌 9위
2019년 시범경기 1위 SK / 정규시즌 3위
2014년 롯데 시범경기 순위 9위 / 정규시즌 7위
2015년 롯데 시범경기 순위 4위 / 정규시즌 8위
2016년 롯데 시범경기 순위 10위 / 정규시즌 8위
2017년 롯데 시범경기 순위 8위 / 정규시즌 3위
2018년 롯데 시범경기 순위 7위 / 정규시즌 7위
2019년 롯데 시범경기 순위 7위 / 정규시즌 10위
정리하고 보니. 일단 한숨부터 나오네요. 봄데 봄데 하지만 봄에 잘한 적도 별로 없습니다. 그냥 롯데가 그동안 야구를 못했기 때문이었네요. 롯데로 한정하지 말고 지난 시범 경기 1위들의 시즌 최종 성적을 보면 봄에 힘을 빼면 정규 시즌에서 무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시범경기와 (더 나아가 연습경기) 정규 시즌 성적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팀들마다 시범 경기를 대하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신생팀이었던 KT가 2017/18년에 시범경기에서 1등을 했지만 정규시즌을 하위권으로 마감하게 된 건 아직 주전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시범경기부터 주전 라인업을 구동시켜 가며 팀을 정비해야 했던 KT에 비해 이미 확실한 라인업을 갖춘 다른 팀들은 신인이나 가능성 있는 2군들을 시험하는 그런 입장의 차이일 겁니다.
그러니 승패는 사실 정확한 지표가 될 수 없습니다. 1.5군급이 나선 팀이 2.5군 급이 나선 팀과 시합해서 이겼다고 해서 그 팀이 강팀인 건 아니니까요. 실제로 18일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루친스키라는 에이스 투수에 주전 라인업이 꽉 막히면서 7연승이 마감된 걸 보면 본 게임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니 연습 경기 7 연승했다고 올해 롯데가 달라질 것이다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1군 주전 라인업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동안 롯데 자이언츠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지적받던 선수층이 두껍지 못하다는 약점이 개선되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일일신 우일신. 재작년부터 시작된 팀의 리빌딩 방향으로 젊은 선수들이 작년에 2군에서 꾸준히 갈고닦아서 커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2군 선수단을 정리하고 포지션별로 뎁스를 채우고 좌우 타선 발란스를 맞추고 선발진도 외인 둘 박세웅 이후에 노경은 이승헌 서준원 (+김진욱)까지 팀 내 경쟁 구도를 만들어 냈다는 점도 고무적이고요. 연습경기 7연승은 올 시즌 성적은 담보하진 않지만 팀의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남들과 비교 말고 예전의 우리 팀과 비교해서 나아지고 있으니 반가워합시다. 오늘 (봄비로 취소되었지만)부터 시작하는 시범경기에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겠지만 작년이 흔들리던 팀을 주전 위주로 터전을 다진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두꺼워진 선수층으로 팀 내 경쟁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 봅니다. 오래 기다리던 봄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