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칭 랩과 코칭스태프의 마음 가짐이 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 참 다행입니다
올해 새로 계약한 롯데 자이언츠의 홍보 영상 담당 사는 일을 참 제대로 하는 편입니다. 유튜브에 공식 채널인 '자이언츠 티브이'에 거의 매일 올라오는 영상들의 퀄리티가 기대 이상입니다. 아직 야구에 목마른 롯데 팬들에게는 큰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1주일 전에는 궁금해하던 2차 1순위 김진욱 선수가 피칭 랩에서 분석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었고, 또 3일 전에는 "자이언츠 신축현장"이라는 콘셉트로 새 시즌을 준비하는 코칭스태프들의 각오를 볼 수 있는 영상도 올라왔습니다. 두 영상 모두 예전과는 달라진 롯데 자이언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야구라는 운동은 참 인생과 비슷합니다. 한 경기하면 좀 쉬고 경기를 뛰는 동안에는 내내 뛰어야 하는 축구나 농구 같은 다른 구기 종목 들에 비해서, 야구는 정적이고, 기회와 실패할 권리가 주어지고, 대신 매일 경기를 해야 합니다. 다른 구기 종목들이 피지컬을 늘려서 그 한정된 시간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전투와 같다면, 야구는 그런 매일매일의 전투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전쟁과 같습니다. 그리고 전투를 이기기 위한 전략과 전쟁을 이기기 위한 전략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히딩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것처럼 단 한판의 승부에서는 누가 얼마만큼 선수들의 모든 것을 쥐어짤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상대에 맞는 필승 전략으로 약속된 팀 플레이를 통해 골을 만들어 내는 멋진 모습을 농구나 축구에서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구는 공이 자기에게 오는 순간 본인이 주인공이 됩니다. 투수가 공을 던져야 시작하고 타자는 자기에 오는 공을 쳐야 하고 수비수는 자신 앞에 오는 공을 처리해야 하는 거죠. 계속 인플레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멈추었다가 다시 따닥하고 순식간에 상황이 벌어지는 야구는 어찌 보면 참 개인적인 운동입니다.
저야 기껏해야 사회인 야구에서의 경기였지만 타석에 서보면 정말 오만 생각이 다 듭니다. 저 투수가 내게 무슨 공을 던질지 지금 오는 공을 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 0.2초 시간 내에 결정하고 판단한 그대로 배트를 휘둘러야 합니다. 누군가가 옆에서 야 변화구는 치지 말고 몸 쪽 직구만 노려 뭐 이런 조언을 한다고 해도 그런 걸 머릿속에 두고 나섰다가는 판단이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자기가 이해하고 자기가 받아들이고 자기가 판단하고 그리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신축 현장 동영상에서 코치들은 꾸준히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도와주는 거라고. 경기는 결국 선수들이 뛰는 거라고 말이죠. 다른 경기와 다르게 열 번 중 세 번만 치고 나가도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야구는 그래서 그 두 번 반과 세 번 반 사이의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어디에 약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피칭 랩이니 드라이브 라인이니 하는 롯데가 최근에 투자한 여러 장비들이 쏟아 내는 데이터들은 코칭스태프와 선수간의 대화를 코치 중심에서 선수 중심으로 옮겨 주는 역할을 합니다.
데이터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어디에 약한지, 어느 공이 더 많이 움직이고, 경쟁력이 있고, 폼은 어디가 부자연스럽고 어디를 바꾸면 구질이 스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코치들의 설명할 수 없는 판단이나 무작정 많이 던지라는 무의미한 훈련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크게 어필합니다. 너의 지금의 모습은 이렇다고, 우리 리그에서 통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고 이를 따라 가려면 이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그런 과정에서 코치와 선수는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가는 공감대와 신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용훈 투수 코치가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장비들을 통해서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선수들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으니까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이죠. 라이언 타격 코치가 자신 있는 타격은 자신이 강한 코스에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의 전투도 준비해야 하지만 큰 시즌을 내다보는 전쟁 같은 야구에서 감독과 팀은 전체 전체 시즌을 보고 긴 안목에서 변수를 줄이고 쌓을 수 있는 승리를 챙겨가는 지혜로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어떤 결정을 내리는 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결정을 내리는 코칭스태프와 그 결정을 믿고 따르는 선수들 간의 신뢰이겠죠. 밴드 오브 브라더스처럼 지휘관에 대한 신뢰가 승패를 좌우하는 전쟁에서 빅데이터는 서로에게 필요한 믿음을 심어 주고 있습니다. 성민규 단장 부임과 함께 진행된 프로세스 1년. 3월부터 시작될 야구가 조금 더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