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오일이 내구성도 더 좋기는 합니다. 다만 교환 주기가 중요하겠죠?
[카QA센터-59] 고급 엔진 오일은 일반 엔진오일에 비해 무엇이 더 좋은가요?
가정 의학과 교수인 저희 처형이 언젠가 강연에서 “通하였느냐?”는 화두를 던지면서 건강하게 살려면 혈관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옮기며 온기를 전하는 피가 잘 통해야 건강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엔진에는 이런 피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엔진 오일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수 만 번의 폭발이 반복되는 엔진을 돌아다니면서 엔진 오일을 무수한 일을 해 줍니다. 일단 본래의 역할대로 실린더와 피스톤, 회전하는 크랭크 샤프트, 캠 샤프트, 흡기 배기 밸브를 열고 닫는 캡 프로파일 등 금속이 서로 맞닿아 움직이는 모든 부분에 들어가서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윤활 역할을 합니다.
엔진 내 여러 가지 찌꺼기들을 씻어내는 역할도 합니다. 칼을 숫돌에 가는 것과 같이 금속과 금속이 만나서 나오는 쇳가루, 불완전 연소로 나오는 그을음 등을 엔진오일이 열심히 닦아내서 엔진 오일 필터를 통해 내부를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청소부 역할도 합니다. 쉽게 녹이 쓰는 철로 된 파트들이 공기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서 녹이 스는 것도 방지합니다.
엔진의 연료가 폭발하는 순간에는 그 강한 압력이 틈새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기밀성을 유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엔진 오일 덕분에 연료가 연소해서 나오는 에너지가 온전히 피스톤으로 전달되어 회전 에너지로 치환됩니다. 그리고 엔진 운전 상태에 따라서 흡기 배기 밸브가 열리는 시점을 다르게 가져가는 VVT 같은 조작은 유압을 통해서 동작하니까 엔진 오일이 없으면 이런 기능도 못 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빠른 움직임이 있는 곳에서 생기는 열을 식혀 주는 냉각 기능을 수행합니다. 특히 피스톤이나 베어링처럼 빠른 회전이 이루어지는 곳에 오일이 부족하면, 순간적으로 급격하게 온도가 오르면서 팽창해서 늘러 붙게 됩니다. 그야말로 엔진이 망가지는 거죠.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조건에서도 원하는 윤활과 냉각 역할을 수행하려면 적절한 점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끈적거리면 틈새로 잘 스며들지 못하고 너무 물같이 밍밍해지면 좁은 면에 머물러 있지 않고 흘러내려 버리게 되죠. 엔진 오일에 적혀 있는 5W-30이나 10W-20과 같은 숫자들의 의미는 점도를 나타냅니다. 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지 정도를 나타냅니다. W는 겨울(Winter)의 약자로 W가 붙는 숫자, 속칭 앞 점도는 저온에서의 유동성을, W가 붙지 않는 숫자인 뒷 점도는 100 ℃ 에서의 점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보통 대한민국의 승용차는 사계절용으로 5W-30 엔진오일을 많이 쓰며, 연비 위주의 경우 5W-20 점도도 많이 사용합니다. 저희도 연비 개선을 위해서 0W-20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연비는 좋아지는 대신에 너무 뜨거운 초고온 내구 사이클에서 문제없는지를 점검해야 했었습니다.
이런 물성치는 기본적인 용매에 여러 첨가물을 섞어서 만들고 용도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엔진 오일이나 고급 엔진 오일이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고급 엔진 오일은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만들어 성분이 일정하고 특정 온도 이상 주행을 장기간 할 시에 엔진 오일 자체의 물성치가 변해 점도가 떨어지는 현상인 열화에 견디는 내구성이 높은 반면, 일반 엔진 오일은 석유를 정제해서 연료 성분을 다 뽑아내고 남은 광유를 기본으로 만들기 때문에 저렴하지만 성분이 완전히 일정하지는 않아서 열화가 더 빨리 찾아오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순수 광유를 그대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수소환원 정제라는 과정을 거쳐서 성능이 많이 개선된 제품이 주로 유통됩니다.
실제 가격도 그 주기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소비자는 본인의 패턴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일반 정품 엔진 오일도 20,000km 까지는 내구 시험 검증을 하기는 하지만 실도록 주행은 여러 변수가 많으니까, 1년에 10,000km 정도 이하로 주행하면서 1년에 한 번 오일을 주기적으로 간다고 하시거나, 1년에 2만을 타지만 반년에 한번 정도는 정비를 받는다고 하시면 일반 엔진 오일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자주 정비는 가지 못하지만 1년에 한 번 가는데 20,000km 정도는 충분히 타는 고속, 장거리 주행이 많으신 분들은 고급 엔진 오일로 한 번에 가셔서 다음번 정비까지 시간을 충분히 벌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고급이든 일반이든 본인 차량 엔진의 사양에 맞는 점도를 가진 정품인 오일을 사용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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