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돌이 탈출기-09] 바닥에 있는 공을 치려면 몸을 낮춰야 겠죠?
약 5개월 만에 가까운 지인 분들과 라운드에 나섰습니다. 처음 머리 올린 날은 심장이 너무 나대서 진정을 할 수 없었고, 공 치자 마자 어디로 갔나 머리 들어 찾느라 바빴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연습한 시간들도 있고, 두 번째다 보니 좀 더 즐기면서 라운딩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래도 초보들의 영원한 숙제인 슬라이스의 굴레를 피할 수는 없더군요. 확실히 필드에서는 더 많이 힘이 들어가게 되니까 오른쪽으로 휘는 공이 많았습니다. 아이언도 그렇지만 특히 드라이버가 많이 휘면서 OB도 몇 번 나고 전반에는 고전을 했습니다. 후반에는 아예 에이밍을 틀어서 맞추기는 했지만 참 어려웠습니다. 최종 스코어는 108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랑 퍼터로 많이 까먹기도 했지만 시원한 샷을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확실히 스크린이랑 필드는 다르더라고요.
같이 라운딩을 했던 다른 고수님의 스윙을 보니까 제가 왜 슬라이스가 나는지 금방 차이가 보였습니다. 일단 저는 백스윙을 높이 듭니다. 임진한 프로님이 최근 유튜브 레슨에서 백스윙을 해서 가볍게 내려서 어깨에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저는 어깨보다 조금 더 위에 있었습니다. 마치 야구 배트를 드는 것처럼 높이 들고 있는 거죠.
그 상태에서 채를 내리는 샬 로잉을 거의 하지 않고 바로 공을 향해 찍어 치듯이 내려옵니다. 그러면 헤드의 면이 가파르게 내려오고 들어오는 궤적이 아웃에서 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공을 맞고 난 시점에서 몸을 같이 돌려서 왼발을 축으로 몸이 위로가 아니라 왼쪽으로 확 열려 버립니다. 그러니 공을 맞고 난 이후의 채의 궤적이 급격히 옆으로 깎여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다 아는데 고치기는 참 어렵습니다. 채를 아예 뒤로 들거나 샬 로잉을 하면 정타가 제대로 맞고 뒷 땅이 너무 많이 납니다. 왼쪽 어깨를 안 열고 팔만 보내려고 하면 제대로 공에 힘을 실어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끊어치면서 맞는 순간 던지려고 하니 맞는 면에 따라서 방향이 제각각이고, 아무리 멈춘다고 해도 맞은 이후에 깎여서 스크린에서 보이지 않는 슬라이스가 나더군요.
저랑 반대로 멋진 드로우 샷을 구사하시는 고수님은 일단 채를 굉장히 뒤로 보내시고, 오른발에 중심을 두고 회전해서 인 아웃 궤적을 만드시고, 몸과 채를 같이 돌리면서 릴리즈를 빠르게 가져가셨습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는데 마치 언더핸드 투수가 투구하는 모습과 유사했어요. 저는 이제까지 공을 치는 거니까 야구에서 타자의 자세로부터 시작했는데, 바닥에 멈춰 있는 공을 쳐야 하는 골프는 어쩌면 언더핸드 투수와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드레스때부터 자세를 바꿔 보려 합니다. 중요 포인트는 무게 중심. 왼발 쪽으로 쏠린 무게 중심을 오른발로 옮깁니다. 80대 20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되도록 핸드 퍼스트로 어드레스 해서 어깨가 뒤쪽으로 사선을 그리게 합니다. 그리고 백스윙은 그 어깨선 각도 그대로 낮고 길게 빼서 충분한 거리를 확인해 줍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공을 맞고 회전할 때 축을 왼발이 아니라 오른발 혹은 적어도 몸 중심이 되게 잡아 줍니다. 그러면 몸이 공을 맞고 도는 과정에도 회전축을 그대로 유지해서 팔로우 스윙의 궤적이 정면을 받을 때 10시 방향이 아니라 11시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몸의 회전이 되더라도 그 방향이 슬라이스가 아니라 앞으로 가는 방향이 될 테니까요. 뻐꾸기 티브이에 나온 김광현 선수의 팔로우 스윙이 정석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목표입니다.
자기 몸에 맞는 스윙을 찾아서 다음 라운드에서는 더 자신 있게 스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그래도 나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