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때론 욕심일 수 있어요

승리가 아니라면 적어도 납득할 만한 패배라도 해야 하는 것이 프로입니다.

by 이정원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롯데 감독은 적합한 자리가 아닙니다


허문회 감독님과 성민규 단장 사이의 골이 시즌 초부터 깊어지고 있습니다. 성민규 단장은 SNS 댓글에서 힘이 된다는 식으로 답변하면서, 허문회 감독은 추재현과 강로한 선수들을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양쪽 모두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서로를 의식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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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일요일 경기는 롯데 팬 입장에서 보기에 너무 고통스러운 경기였습니다. 어렵게 잡은 리드에서 더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결국 연장까지 가서 역전패를 당했으니까요. 이겨야 하는 경기를 놓친 아쉬움보다 더 크게 속상한 부분은 도무지 감독의 선수 기용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입니다.


올해 시범 경기와 1 주일 된 경기를 통해서 팬들이 확인한 가장 큰 수확은 선수층이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대타 전문 요원인 이병규를 필두로 좌타 추재현, 우타 오윤석, 포수 지시완, 내야 김민수 등 타격 능력을 뽐낸 후보군들이 시범경기 내내 두각을 나타냈고 개막 이후에도 꾸준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물론 주전이 중요합니다. 한 시즌을 이끌어 가는 근간이니까요. 팀의 주축 선수에게 무게를 심어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리고 수비 능력도 중요합니다. 화끈한 타격은 팬들을 열광시키지만, 팀을 승리로 이끄는 건 견고한 수비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못 치면 지는 경기 후반 클러치 상황에서는 승리만 생각해야 합니다. 그게 팀의 승리를 책임지고 있는 리더의 숙명입니다. 그것이 설령 교체당하는 선수에게 실망을 안겨주더라도 해야 할 결정은 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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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완과 강태율을 번갈아 비춰 주는 화면을 보면서 지시 완이 작년에 2군으로 내려갈 때 “반쪽짜리 선수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허문회 감독의 한마디가 떠오르더군요. 제가 볼 때 허문회 감독님은 성민규 단장과의 불화 같은 걸로 안 쓰는 게 아닙니다. 똑같은 마음으로 강태율을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찬스가 왔다고 교체하면 강태율은 그저 그런 선수로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누가 비난하더라도 나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기존의 선수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제공하고 선수를 키워 나가겠다.


허문회 감독님을 보면, 본인이 코치일 때 성공했던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라면 롯데 감독은 적합한 자리가 아닙니다. 이대호도 잡고, FA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TIME TO WIN이 모토인 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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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 나아가 해당 선수들에게도 더 좋은 선택일까요? 저는 일요일 경기에 찬스에 나온 김재유나 김준태, 강태율 선수의 모습이 오히려 안타까웠습니다. 본인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나보다 더 이 찬스에 어울리는 사람이 지금 벤치에 있는데 내가 그 선수가 나왔을 때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공을 때리자니 죽을 것 같아서 머뭇대다가 볼카운트가 유리해 지니까 걸어서 나가려고 소극적이 되고, 그러다 볼카운트가 몰리니까 죽지 않으려고 어설픈 스윙을 하거나 루킹 삼진 당하며 찬스를 무산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실패하고 돌아간 선수들이 과연 커 갈 수 있을까요?


https://m.sports.naver.com/video.nhn?id=788928&type=GAMECENTER


허문회 감독님은 자주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영업자라고 본인의 가치는 본인이 책임지는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걸 이야기한 본인도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걸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코치는 선수를 길러내면 역할을 다하는 것이지만 감독에게 기대하는 바는 팀의 승리, 그게 안된다면 적어도 팬들이 납득할 만한 패배를 만들어 내는 것. 더 큰 패배라도 수베로 감독의 야수 투수 기용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프로야구 감독을 하는 것은 팀에게나 팬에게나 본인 스스로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스스로에게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다시 살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성 단장님은 명확히 팀의 승리라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감독님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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